특수안경 없이 보는 3D 세상, 무안경식 3D
필자는 얼마 전 닌텐도 3DS(XL)를 구매했다. 좋아하는 게임 시리즈의 최신작이 이 제품 전용으로 출시됐기 때문이다. 20만 원대의 고가 제품이라 선뜻 구매하기는 부담스러웠지만, 막상 구매해보니 이것저것 재미있는 기능이 많아 만족스러웠다. 특히 3D 기능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설 연휴, 친척 동생에게 기기를 빌려주니 그 역시 전용 안경 없이 3D로 볼 수 있다는 점을 신기하게 여겼다. 그리고 2D 화면을 어떻게 3D로 만드는지도 물었다.
하지만 이를 정확하게 설명해줄 수 없었다. 전용 안경을 사용하는 3D 기기는 많이 봐왔기 때문에 설명해줄 수 있었지만, 안경 없이 3D를 구현하는 방식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3D 구현 방식에 관해 알아봤다.
우선 3D의 원리를 얘기해보자. 우리가 사물을 입체로 보는 원리는 양안시차 때문이다. 양안시차는 왼쪽과 오른쪽 눈이 각각 보는 것이 다르다는 의미다. 눈과 눈의 거리는 약 6.5cm 정도인데, 이 차이 때문에 양쪽 눈이 한가지 물체를 서로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된다. 뇌에서는 이 정보를 조합해 사물의 입체감을 인지한다.
3D 동영상도 이와 같은 원리다. 서로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2개의 2D 동영상을 한 화면에 표시하면서 인공적인 시차를 만든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기기를 예로 들면, 옵티머스 3D, 닌텐도 3DS 등의 제품 외부에는 카메라가 2개씩 장착돼 있다. 이 2개의 카메라가 각각 다른 시점에서 동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한 화면에 표시한다. 이렇게 촬영한 동영상을 특수한 장치를 사용해 분리한 뒤 인간의 양쪽 눈에 각각 보여주면, 인간의 뇌는 입체감과 거리감을 인식한다. 이를 통해 2차원 공간인 '화면'에 3차원 영상을 구현한다.
앞서 말한 특수한 장치는 크게 전용 안경을 사용하는 '안경식'과 디스플레이에 장치를 부착한 '무안경식'으로 나뉜다.
안경식은 '공간분할 방식'과 '시간분할 방식'으로 구분한다. 공간분할 방식의 대표적인 예는 '편광안경'이다. 편광필름을 부착한 화면을 편광안경으로 보면 화면에 나타나는 2개의 영상이 분리돼 양쪽 눈이 각각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을 볼 수 있다. 편광안경 방식은 구현하기 쉽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급형 3D 디스플레이에 많이 쓰인다. 하지만 화질이 저하되는 점은 단점이다.
공간분할 방식 중에는 '적청안경 방식'도 있다. 이 방식은 보색의 원리를 이용해 3D 동영상을 구현한다. 2개 각도로 촬영한 영상을 각각 적색(Red)과 청록색(Cyan)으로 구성하고, 양쪽 영상을 한 화면에 표시한다. 이 화면을 적청안경으로 보면, 각각의 눈에 해당 렌즈의 보색만 보인다. 이렇게 인위적인 양안시차를 만들고 이를 통해 입체감을 구현한다. 이 방식은 3D 디스플레이가 아닌 일반 디스플레이에서도 구현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화면을 색상을 분리한 영상을 재생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색 재현성이 나쁘고 입체감 표현이 약해 눈의 피로를 쉽게 일으키는 단점도 있다.
시간분할 방식으로는 '셔터안경 방식'이 있다. 셔터안경 방식은 화면에 2개의 영상을 번갈아 가면서 표시하고, 여기에 맞춰 안경의 양쪽 셔터를 번갈아 닫는 방식이다. 쉽게 설명하면 화면에 왼쪽 영상이 나타날 때는 안경의 왼쪽만 열리고, 오른쪽 영상이 나타날 때는 오른쪽만 열린다. 셔터안경 방식은 고화질, 고해상도의 3D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화면이 번갈아 가면서 표시되기 때문에 초당 화면 표시수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주사율이 60Hz(초당 60회 표시)인 일반 동영상을 구현하려면 120Hz 이상으로 화면을 주사해야 한다. 또한,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며, 셔터의 깜박거림 때문에 눈이 쉽게 피로해지는 단점도 있다.
공간분할 방식은 입체 영상을 구현하기 위한 비용이 적다. 때문에 극장상영용 영화는 이 방식을 사용한다. 극장에서는 보통 백여 명이 동시에 영화를 보는데, 만약 시간분할 방식을 적용한다면 이를 구현하기 위한 셔터안경 유지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일반적으로 보급형 3D 디스플레이는 공간분할 방식을, 고급형 3D 디스플레이는 시간분할 방식을 사용한다.
이제 무안경식 3D에 관해 알아보자. 무안경식의 대표적인 기술은 렌티큘러(Lenticular) 방식과 시차 배리어(Parallax Barrier) 방식이 있다. 두 방식의 기본적인 원리는 같다. 화면에 좌우 영상을 세로로 쪼개 한 줄씩 번갈아 표시하고, 이 화면을 양쪽 눈이 각각 다른 줄(쪼개진 화면)을 보게 한다. 이때 서로 다른 줄을 보도록 하는 장치가 다르다. 렌티큘러 방식은 렌즈를 사용하고 시차 배리어 방식은 차단막을 이용한다.
렌티큘러 방식은 반구형 렌즈로 구성된 시트를 디스플레이에 부착해 양쪽 눈에 다른 화면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책받침이나 카드 등에서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안에 들어있는 사진(그림)이 바뀌는 것을 한 번쯤 본 적 있을 것이다. 이 방식이 렌티큘러 인쇄인데, 이 것을 동영상 등에 적용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시차 배리어 방식은 구멍(정확히는 줄무늬)이 뚫린 차단막을 디스플레이에 부착해 양쪽 눈에 서로 다른 화면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무안경식 3D는 안경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야각이 좁아 조금만 보는 각도를 바꿔도 입체감이 사라진다. 때문에 아직까지 쓰이는 곳이 한정적이다. 현재로서는 시야각이 좁다는 단점 때문에 대형 TV처럼 여러 사람이 보는 기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거실 가운데 앉은 사람에게만 제대로된 입체영상이 보이고 양옆에 앉은 사람에게는 입체감 없는 일반 영상이 보인다. 하지만 닌텐도 3DS 등의 소형 기기에는 이 방식이 오히려 적절하다. 이런 휴대용 기기는 일정한 각도에서 사용자 혼자만 보기 때문에 시야각에 구애받지 않는다.
최근에는 이 무안경식 3D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저화질'과 '좁은 시야각'이라는 단점을 극복한 3D TV 업체들이 지난 2014년 1월에 열린 CES 2014에서 풀HD(1,920x1,080) 이상의 해상도를 지원하는 무안경식 3D TV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무안경 3D UHD(3,840x2,160) TV를, 일본 샤프는 무안경 3D 8K LED TV를 공개했다. 아직까지 국내 출시된 제품은 없다. 하지만 지난해 CES 2013에서 등장한 UHD TV가 올해 보급형 제품으로 출시된 것을 보면 조만간 대형 TV도 안경 없이 입체영상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