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AMD, 서버용 ARM 프로세서 시장에선 1등 할까
프로세서 시장은 현재 PC나 서버에 주로 쓰이는 x86 아키텍처 계열, 그리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주로 쓰이는 ARM 아키텍처 계열로 양분된 상태다. X86 계열 프로세서는 높은 성능과 넓은 범용성이 장점이며, ARM 계열 프로세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전력을 소모하는 것이 장점으로 알려져 있다. x86 프로세서 시장에서는 인텔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ARM 프로세서 시장은 여러 업체들이 경쟁하는 가운데 퀄컴이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x86 프로세서 시장의 2인자인 AMD가 서버용 ARM 프로세서 시장에 본격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서버 시장은 x86 프로세서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ARM 프로세서가 세력 확대를 시도하는 중이다. 29일 AMD코리아는 국내 보도진을 대상으로 본사를 통한 미디어 브리핑을 실시했다. 이 자리에서 서버용 신형 ARM 프로세서인 '옵테론(Opteron) A시리즈(코드명 Seattle)' 및 이를 이용한 플랫폼이 소개되었다.
ARM 아키텍처로 다시 태어난 신형 옵테론
이날 브리핑을 담당한 AMD의 슈레쉬 고팔라크리쉬난(Suresh Gopalakrishnan) 부사장은 최근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시장의 빠른 성장에 힘입어 ARM 프로세서 시장 역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모바일 외에 서버 시장에서도 ARM 프로세서가 한 몫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고성능을 발휘하는 AMD의 새 ARM 프로세서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MD에서 올해 출시할 옵테론 A시리즈 중 대표모델인 옵테론 A1100 시리즈는 ARM 코어텍스-A57에 기반한 4코어, 혹은 8코어 형태로 제조되며 최대 4MB의 2차캐시 및 8MB의 3차캐시를 탑재했다. 그 외에 눈에 띄는 점은 64비트 명령어를 지원하는 것이다. 기존의 32비트 환경에 비해 한층 빠른 연산이 가능하며 대용량의 메모리를 이용, 데이터센터에 적합한 생태계 구성이 가능하다.
옵테론A 기반의 서버 개발 플랫폼도 발표
옵테론 A1100 시리즈를 이용한 플랫폼의 샘플도 소개되었다. 이 플랫폼에는 프로세서 외에도 시스템의 근간이 되는 메인보드 및 통합 소프트웨어 제품군이 포함된다. 이를 이용해 제조사들은 신형 서버를 개발하게 되며, AMD 옵테론 A시리즈 개발 플랫폼은 레드햇이 후원하는 리눅스 도입 추진 커뮤니티인 페도라(Fedora)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한 리눅스 환경, 표준 UEFI 부트를 포함한 소프트웨어와 다양한 툴 셋의 지원을 받는다.
플랫폼을 이루는 메인보드는 소형 PC에서 주로 쓰이는 것과 유사한 마이크로 ATX 규격이다. 최대 128GB의 DDR3 메모리를 지원하며(참고로 옵테론 A시리즈는 내부적으로 향후 출시될 DDR4 메모리도 지원), 3세대 PCI-e 슬롯은 x8 버전 1개 혹은 x4 버전 2개를 탑재하고 있다. 저장장치의 경우 SATA3 HDD를 8개까지 지원한다.
현재 옵테론 A시리즈를 도입할 예정인 기업의 명단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HP가 ARM 기반 서버의 출시를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페이스북은 ARM 기반 서버를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한 상태다. AMD의 옵테론 A시리즈는 이러한 기업들이 선택할만한 유력한 후보 중 하나라고 고팔라크리쉬난 부사장은 강조했다. 옵테론 A시리즈 및 개발 플랫폼은 올해 안에 상용화될 예정이며, 가격은 미정이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현재 AMD는 상당히 애매한 입장이다. 그 동안 주력으로 삼던 x86 프로세서 시장에서는 인텔의 막강한 영향력에 압박을 받는 상황이며, 모바일용 ARM 프로세서 시장에서 퀄컴과 같은 쟁쟁한 기업들과 정면 승부를 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계책으로 내 놓은 것이 바로 서버용 ARM 프로세서 시장 진출이다. x86 프로세서 진영을 이끌어야 하는 인텔 입장에서 이 시장은 참여하기 다소 껄끄러운 곳이며, 퀄컴 역시 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에 AMD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역량을 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서버용 ARM 프로세서 시장은 아직 완전히 무르익지 않은 상태라 AMD 정도의 개발 및 생산능력을 갖춘 기업이라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도권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남은 과제라면 옵테론 A시리즈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성능을 발휘할 것인지, 그리고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개발사들이 이러한 흐름에 얼마나 동참해 줄 것인지의 여부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