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CPU+GPU의 시너지 효과, 카베리가 증명할 것"

김영우 pengo@itdonga.com

지난해 3분기 기준, 세계 x86 프로세서(대부분 PC용) 시장에서 인텔은 83.3%, AMD는 16.1%를 차지했다. AMD가 이렇게 인텔에 밀리는 이유는 회사 자체의 규모, 그리고 그에 따른 홍보 및 마케팅 능력에 차이가 나는 탓이 첫 번째 이유고, 프로세서 자체의 성능, 특히 CPU 코어(core)당 연산 능력에서 우위를 보이지 못하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이런 이유로 AMD는 인텔의 2코어 프로세서와 비슷한 가격으로 4코어 제품을, 인텔의 4코어 제품과 비슷한 가격으로 6코어나 8코어 프로세서를 팔며 대응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AMD가 인텔에 비해 우위를 보이는 부분이 있다. 바로 프로세서 내에 내장된 GPU(그래픽처리장치)의 성능이다. 특히 AMD의 주력 제품인 APU(Accelerated Processing Unit)에 내장되는 라데온 GPU는 외장형 그래픽카드 못잖은 게임 구동 능력을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

AMD 카베리
AMD 카베리

AMD는 2011년에 APU의 첫 제품을 출시한 이후 매년 꾸준히 성능을 개선한 신제품을 출시해왔다. 그리고 2014년, 4세대 제품이라 할 수 있는 데스크탑용 APU, 코드명 '카베리(Kaveri)'를 공개했다. 지난 13일, AMD코리아는 서울 청담동 CGV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카베리의 면모를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CPU 코어 4개와 GPU 코어 8개의 유기적인 결합

이날 행사의 시작을 알린 AMD 본사의 아담 코작(Adam Kozak) 이사는 최근 출시되는 PC 중 90% 달하는 제품이 CPU+GPU 통합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AMD의 APU 역시 이런 흐름을 타고 꾸준히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AMD 카베리
AMD 카베리

특히 이번에 출시된 카베리는 스팀롤러(Steamroller) 아키텍처 기반 4개의 CPU 코어 및 GCN(Graphics Core Next) 아키텍처 기반 8개의 GPU 코어를 비롯한 총 12개의 컴퓨팅 코어를 탑재(A10-7850K 기준)하여 차세대의 IT환경에 걸맞는 성능을 갖추게 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CPU와 GPU가 거의 별개로 구동되던 기존의 APU와 달리, CPU와 GPU가 힘을 합쳐 한층 고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HSA(Heterogeneous System Architecture, 이기종 시스템 아키텍쳐) 기능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게 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범용 프로그램에서도 하스웰보다 강해"

HSA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카베리의 핵심 기술은 hUMA(heterogeneous Uniform Memory Access)와 hQ(Heterogeneous Queuing)다. 이는 CPU와 GPU가 메모리를 공유하는 한편, 서로의 처리 경로까지 최적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프로그래머들이 이런 구조를 최대한 이용하면 CPU 및 GPU가 각자의 장점을 최적화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제약 없이 고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AMD 카베리
AMD 카베리

AMD의 발표에 따르면, PCMARK, 3DMARK, BASEMARK CL 등의 벤치마크 프로그램에서 카베리 기반의 A10-7850K APU는 인텔의 하스웰 기반 코어 i5-4670K에 비해 124~187% 더 나은 성능을 발휘했다고 한다. 그 외에 어도비 포토샵, 리브레 오피스와 같은 범용 프로그램에서도 A10-7850K는 코어 i5-4670K에 비해 2.3~4배 빠르게 구동했다고 AMD는 강조했다.

AMD 카베리
AMD 카베리

라데온 R7, R9의 기술 담은 내장 GPU

기존 APU의 장점이었던 게임 구동 능력도 한층 강화, AMD의 발표에 따르면 A10-7850K 단일 시스템으로도 코어 i5-4670K와 지포스 GT 630을 조합한 시스템에 비해 피파14, LOL, 레고 마블과 같은 게임에서 30~40% 이상 우수한 성능을 발휘한다고 한다. 또한 신형 라데온 R7 및 R9 시리즈 고유의 기능도 갖추게 되었는데, 기존 다이렉트X에 비해 성능 및 개발 용이성이 개선된 맨틀(Mantel) 기술, 그리고 음향에 입체감을 더하는 트루오디오(TrueAudio) 기술이 대표적이다.

카베리 기반 시스템에 라데온 R7 그래픽카드를 꽂아 추가적인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듀얼 그래픽스(Dual Graphics) 기술도 지원한다. AMD의 발표에 따르면 A10-7850K APU와 라데온 R7 240 그래픽카드가 조합된 시스템에서는 라데온 R7 240 단일 구동에 비해 최대 95%의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격은 173 ~ 119 달러 사이

그 외에도 카베리는 고화질 멀티미디어 구동을 위한 기능을 갖춘 것을 주목할 만하다. 풀HD급 영상을 4K(울트라HD) 급으로 보정하는 업스케일링 기능, 4K급 영상을 60Hz로 출력하는 via 디스플레이포트(DP) 1.2를 지원하며, 초당 24프레임의 동영상을 60프레임 수준의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감상할 수 있는 플루이드 모션 비디오(Fluid Motion Video) 기능도 제공한다.

AMD 카베리
AMD 카베리

이날 소개에 따르면 현재 출시가 확정된 카베리 제품은 A10-7850K(4 CPU + 8 GPU)와 A10-7700K(4 CPU + 6 GPU), 그리고 A8-7600(4 CPU + 6 GPU) 등이다. 모두 라데온 R7 기반 GPU를 내장하고 있으며 가격은 미화 기준 각각 173 달러와 152 달러, 그리고 119 달러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AMD가 CPU와 GPU의 통합을 강조한 것은 제법 오래된 일이다. 굳이 따지자면 AMD가 ATI를 합병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만, 범용 연산에 최적화된 CPU와 그래픽 연산에 최적화된 GPU의 성능을 완전히 통합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고, 2011년에 선보인 1세대 APU 조차도 각각 따로 작동하는 CPU와 GPU을 하나의 칩에 담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에야 HSA를 본격 지원하는 APU, 카베리를 내놓게 되었다. CPU 성능 면에서 인텔을 따라잡기 힘들게 된 AMD 입장에서, CPU+GPU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카베리의 흥행 여부는 향후 회사의 운명이 걸려있다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

AMD 카베리
AMD 카베리

다만, 불안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카베리의 HAS는 분명 프로그래머들에게 CPU와 GPU의 통합 성능을 원활히 이끌어 낼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하며, 그래픽 성능 역시 이전 제품에 비해 향상된 것이 사실이다. 다만, 실제 업계에서 이 기능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지의 여부는 좀 더 지켜 볼 일이다.

제품의 가격 역시 다소 애매하다. 특히 요즘에는 그래픽카드의 가격이 점차 떨어지는 추세라 173 달러에 A10-7850K를 사는 것보다 보급형 CPU와 그래픽카드를 따로 사는 것이 오히려 '가성비'가 더 낫다고 소비자가 느낄 수도 있다. 카베리가 실제로 시장에 풀린 후에 소비자들의 반응이 어떠할지, AMD는 또 어떤 대응을 할지를 지켜볼 일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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