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흐르는 곳에, 제품이 있습니다" - 그루폰코리아 한지현 상무
지난 12월 초, 그루폰이 아시아 태평양 12개국의 그루폰 사용자 중 2만 5,070명(한국인 1,2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크리스마스 선물' 관련 설문 조사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전체 응답자 가운데 11%만이 작년 대비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 구매 비용을 줄일 것이며, 68%는 작년과 비슷한 비용을, 21%는 작년보다 많은 비용을 지출할 계획 이라고 응답했다. 같은 질문에 홍콩,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응답자 중 89%가 선물 비용을 줄이지 않겠다고 답했으며,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폴 등 동남아시아 응답자 중 31%는 선물 비용을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설문 결과가 이어졌다.
꽤 재미있는 설문 조사다. 2만 명이 넘는 대상자에, 국내를 포함한 아태 12개 국의 통합 자료라니. 일반인들은 한번 보고 '그런가?'라며 웃어 넘길 자료겠지만, 마케팅이나 유통 담당자라면 팀 내 발표 자료로도 사용할 수 있을 요긴한 자료 아닌가.
이 같은 조사를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루폰이라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 때문이다. 현재 그루폰은 전세계 48개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다소 낮지만, 다른 국가의 경우 대부분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한다. 그만큼 타 국가의 유통 정보를 바탕으로 시장의 변화나 트렌드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IT동아가 그루폰코리아 한지현 상무를 만나 그의 생각과 그루폰코리아가 바라보는 소셜커머스 시장에 대해서 들어봤다.
소셜커머스, 결국 사람이 흐르는 곳이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과거 오프라인 유통 시장부터 시작해 지금의 소셜커머스까지. 유통 시장에 오랜 시간 몸을 담고 계셨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루폰이라는 소셜커머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한지현 상무 (이하 한 상무): 유통인이 되고 싶었다(웃음). 구매자가 제품을 구매하고 그 제품을 사용하면서 좋아하는 것 자체를 즐겼다. 내가 판매한 제품을 사용하며 좋아한다는 것. 그것 하나로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 이 시장에 몸을 담았다. 1995년 처음 일을 시작해 코스트코, 마크로 같은 대형 마트 및 양판점 등에서도 일을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08년쯤에 새로운 유통, 지금의 소셜커머스 얘기를 들었다. 우연한 기회에 소셜커머스를 시작한 것이 아니다.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마침 기회가 닿아 소셜커머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오래 전부터 유통 안에서 살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형태든 유통 일에 몸담고 싶었다(웃음).
유통에 있어야 할 것은 크게 3가지다. 구매자와 제품,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결국 제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제조와 유통을 비슷하게 생각하곤 하는데, 이 둘은 분명 다른 시장이다. 언젠가 제조 업체에서 일을 했었다. 시작은 제조였지만, 유통까지 영역을 넓히려는 업체였는데… 글쎄. 제조 업체가 유통을 시작할 경우, 스피드를 쫓아가지 못해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제조는 제품을 잘 만들기 위한 '기획'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유통은 고객 즉, '사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IT동아: 확실히 제조업과 유통업은 어딘가 닮은 듯 묘하게 다르다. 두 가지 모두에 도전하는 업체가 많은 것도 비슷해 보여서 아닐까. 결국 성공하는 업체는 적지만…. 유통이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자세히 듣고 싶다.
한 상무: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유통은 사람이 흐르는 곳이다. 사람, 인맥이라고 오해할 수 있는데, 단순히 (인맥을 바탕으로) 영업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구매자도 결국은 사람이다.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예전에는 구매자가 제품을 직접 만져 보고, 체험하지 않으면 신뢰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PC, 스마트폰, TV 등 제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창구가 다양해졌다. 그리고 제품 자체의 품질도 많이 향상했다. 이제는 (직접 보지 않아도) 믿고 구매하지 않는가. 제품을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구매자가 판매자를 보고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사람이 흐른다는 표현은 이를 뜻한다.
온라인 유통이 없던 시절 월마트 1호점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 마트 앞에서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가 방문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과거 그 분은 그 매장에서 손꼽히는 상품 기획자(MD, Merchandiser)였는데, 나이 들면서 자기 실력에 맞춰 내려온 것이다. 할머니 계산원도 있었다. 마트 방문객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던 그 할머님은 1호점 지점장이셨다. 그 분을 보며 느끼는 바가 많았다. 단순히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과 신뢰를 쌓아 나가는 것이 유통 MD이다.
개인적인 소망은, 그 분들처럼 늙어서도 '사람이 흐르는' 유통 일을 계속하고 싶다.
소셜커머스, 트렌드는 돌고 돈다
IT동아: 사람이 흐른다. 재미있는 표현이다(웃음). 오프라인, 온라인, 소셜…. 사람이 이렇게 흐른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소셜커머스를 위시한 모바일 커머스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다시 오프라인으로 흐르는 것 같다.
한 상무: 트렌드가 도는 것 같다. 윤복희씨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귀국해 화제를 모았던, 그 때가 1960년 대다. 이후 미니스커트 유행은 돌고 돌았다. 유통도 마찬가지다. 모바일 다음은 다시 오프라인으로 흐르는 것 같다.
IT동아: 맞다. 요즘 온라인, 모바일을 통해 제품을 보고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구매하거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보고 온라인, 모바일로 구매하는 구매 방식이 많이 늘었다. 이를 쇼루밍, 역쇼루밍이라고 말하기도 하던데.
한 상무: 융합 아닐까(웃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비즈니스 모델이 점차 더해지는 것 같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제품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TV 홈쇼핑을 거쳐 온라인으로 유통 흐름이 바뀌었다. 요즘은 소셜에서 TV 홈쇼핑을 거쳐 오프라인으로 간다. 제품이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구매자들의 인지도가 중요한데, 예전에는 오프라인에서 항상 검증 과정을 거쳐야 했다. 지금은 어떤가. 구매자들이 온라인과 소셜도 오프라인만큼 인정하고 있다. 그만큼 신뢰도가 높아졌다.
IT동아: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바일의 융합.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구글에서 제품을 검색하면 주변 매장을 보여주고, 월마트도 시작한 것으로 안다. 이미 소셜커머스는 위치를 기반으로 주변 매장을 연계해 보여주니….
한 상무: 처음 유통을 시작할 때 (구매자에게) 새로운 시장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구매자를 쫓기도 벅차다. MD는 구매자에게 제품을 제안해서 유통 흐름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구매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참… MD라는 일이 어렵다. 언젠가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왜 가격을 내려서 판매해야 하지?', '왜 많이 판매하는 것이 좋은 걸까?'라고. 답은 하나였다. 구매자가 원하는 것을 찾고, 구매자가 만족했을 때 MD도 만족한다. 오프라인, 온라인, 소셜, 모바일… 어떤 유통 방식이든, 결국 결론은 하나다.
그루폰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하겠다
유통 시장에 대한 한 상무의 생각과 의견은 확고했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난다는 그의 말은 '단순히 유통은 제품을 판매하는 중간 과정일 것'이라고 치부했던 기자의 생각을 바꿨다. 이어서 그는 국내 시장에서 그루폰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제품으로 사람에게 다가갈지 언급했다.
IT동아: 얘기가 너무 길었다. 이제 그루폰의 얘기를 좀 듣고 싶다.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은 지난 4년간, 정말 급성장했다. 스마트폰 보급은 소셜커머스 시장 확대에 날개를 단 격이었는데. 다만… 그루폰이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그루폰이라는 이름에 맞지 않게 다소 작아 보이는데.
한 상무: 크리스마스 설문 조사를 언급하고 싶다. 국내 소셜커머스 업계 중 그런 글로벌 시장 통계를 낼 수 있는 곳은 아마 그루폰뿐일 것이다. 자, MD는 구매자의 마음을 읽고 싶어 한다. 구매자의 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분석'이 답이었다. 시장을 읽고, 구매자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루폰의 장점은 바로 분석력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현재 어떤 제품이 잘 판매되고 있는지, 해당 제품은 어떤 연령층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지, 연령대에 따라 지출하는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등 다양한 구매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시장 분석 자료를 가지고 MD가 각 시장에 맞는 제품을 추천한다. 그만큼 구매자들이 원하는 제품의 적중률을 높일 수 있다. TV 홈쇼핑과 비슷하지만, 소셜, 모바일은 모바일만의 장점이 있다.
IT동아: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
한 상무: 국내 대표적인 오프라인 유통 마트는 무엇일까. 보통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을 언급한다. 그런데, 코스트코도 있다. 코스트코가 취급하는 물품은 대표 3대 마트와 다르다. 코스트코를 찾는 구매층도 3대 마트가 취급하는 물품을 기대하고 방문하지 않는다. 코스트코는 특정 타켓이 원하는 제품만을 취급한다.
국내 대표 소셜커머스인 티켓몬스터, 쿠팡, 위메프를 3대 마트라고 한다면, 그루폰은 코스트코를 지향한다. 전세계 48개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그루폰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각 국가에서 인기있는 특정 상품을 국내 시장에 소개할 수 있다. 얼마 전, 영국 그루폰에서 판매 1위를 차지한 Bassbuds 이어폰을 국내에 선보였다. 그루폰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다.
반대로 국내에서 인기있는 제품의 해외 진출을 도울 수도 있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올라온 자료를 살펴보니, 인삼 샴푸가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더라. 궁금해서 싱가포르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해당 제품은 국내에서 제조한 것이 아닌, 싱가포르 업체가 상표명만 '인삼 샴푸'로 내놓은 것이었다. 현지 업체가 한류 열풍을 등에 업고 제품을 제조해 판매한 것. 그래서 싱가포르 담당자에게 말했다. 진짜 한국 업체가 만든 '인삼 샴푸'를 거기서 판매하라고.
IT동아: 그것, 솔깃하게 들린다.
한 상무: 남반구와 북반구의 기후 차이를 이용할 수도 있다. 유통업 종사자라면 잘 알겠지만, 제품을 100% 판매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언제나 남고, 쌓이는 재고 처리는 고민거리를 늘린다. 특히 의류의 경우, 겨울 옷이 재고로 남으면 다시 겨울이 올 때까지 처리하기가 애매하다. 이때 한국과 반대 기후인 호주 등에 제품을 수출할 수도 있다.
그루폰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상호 공유한다. 특히, 한국이 아닌 말레이시아, 호주, 싱가포르, 홍콩 등 다른 국가의 그루폰 시장점유율은 40~50%에 달한다. 유럽과 남미의 1~2개 국가와 한국을 빼고는 모두 소셜커머스 시장 업계 1위다. 이 같은 글로벌 네트워크가 앞으로 국내 시장에서 그루폰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유통은 유통일 뿐. 기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제조사가 만든 제품을 전달하는 중간 과정에서 이익을 남기는… 불필요한 과정이라고 치부했음을 부인하지 않겠다(아마도 어린 시절, 용산에서 하도 바가지를 당한 기억 때문이리라). 하지만, 한 상무와 인터뷰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여전히 제품을 찾는 손님들이 있어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며, 끝까지 제품을 들여 온 적이 있었다”는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의 말처럼 유통은 결국 사람이다. 명동 한복판의 매장이든, 포털 메인 화면에 자리잡은 온라인 쇼핑몰이든 중요하지 않다. 어떤 과정을 거쳐 제품을 구매했든 구매자들이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제조사가 강요할 수 있을까. 앞으로 그루폰이 구매자에게 전하는 신뢰는 무엇일지 궁금하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