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 때문에 애매해진 '태블릿' 업계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태블릿(Tablet)'이라 한다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전자펜으로 입력하는 평판형 PC용 입력장치, 즉 '디지타이저(digitizer)', 혹은 '그래픽 태블릿(graphics tablet)'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하지만 2013년 현재 태블릿이라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애플의 아이패드, 혹은 삼성의 갤럭시탭과 같은 ‘태블릿PC’를 떠올린다.
명칭은 비슷하더라도 두 제품의 쓰임새는 완전히 다르다. 그래픽 태블릿은 PC용 주변기기의 일종인 반면, 태블릿PC는 독자적으로 구동되는 휴대용 컴퓨터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층도 전혀 다르다. 전자는 디자이너와 같은 전문가들이 주로 구매하지만 후자는 일반 대중을 위한 제품이다. 일반 대중들이 그래픽 태블릿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고, 이런 물건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태블릿 = 태블릿PC'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되자 다소 입장이 애매해진 것이 바로 그래픽 태블릿 관련 업체들이다. 대다수의 대중들이 태블릿을 곧 태블릿PC로 인식하게 되자 그래픽 태블릿에 대한 홍보나 마케팅을 할 때 어떤 용어를 써야 할지 고민이고, 인터넷 검색에서 '태블릿'을 입력해도 태블릿PC만 표시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래픽 태블릿 전문 쇼핑몰을 운영하는 A상사의 관계자는 "요즘 인터넷에서 태블릿을 검색하면 그래픽 태블릿 뿐 아니라 아이패드나 갤럭시탭 같은 태블릿PC까지 취급하는 종합 판매점의 목록만 뜬다"며 "우리 같은 그래픽 태블릿 전문점의 목록은 검색 결과에 표시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다소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다만, 앞서 이야기 했듯 그래픽 태블릿이 주로 전문가들이 쓰던 물건이다 보니, 이들이 태블릿과 태블릿PC를 헛갈리는 경우는 거의 없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그래픽 태블릿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와콤의 마케팅 담당자는 "두 제품이 완전히 다른 부류의 제품이다 보니 그래픽 태블릿을 사려다 태블릿PC를 사는 등의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소비자들이 와콤의 그래픽 태블릿을 태블릿PC로 오해해서 문의를 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그래픽 태블릿 전문업체인 와콤은 지난 19일, 안드로이드 및 윈도8 운영체제를 탑재한 태블릿PC인 '신티크 컴패니언' 시리즈를 출시하기도 했다. 태블릿PC에서 그래픽 작업을 하고자 하는 전문가들을 노린 제품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