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14, MS의 미래 전략
틈만나면 한물 갔다는 평가를 받는 게 마이크로소프트(MS)이지만, 그 누구도 20년 동안 IT업계의 왕으로 군림해온 저력을 무시하지 못한다. 엔터프라이즈(기업) 시장에선 목표를 차근차근 달성하고 있고, 이제 애플, 구글, 삼성전자 등에 밀려 빼았긴 일반 소비자 시장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한국MS는 12일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2014년 일반 소비자 시장 전략을 소개했다. 이날 행사를 진행한 한국MS 개발전도사 김영욱 부장은 MS의 2014년 전략은 '3 스크린(3 Screen)', '디바이스 콜라보레이션(Device Collaboration)', '소셜 디바이스 허브(Social device hub)'로 정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모바일, 사무실, 거실, 당신이 있는 모든 곳에 윈도8.1이...
3 스크린은 3cm PDA, 30cm PC, 3m TV로 나눠진다. 3cm PDA란 과거 해상도가 낮아 화면을 눈 앞 3cm까지 붙여놓고 사용해야 했던 PDA를 뜻한다. 하지만 PDA의 후손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눈 앞 3cm 거리에서 사용하는 사람은 이제 없다. 화면이 커지고 해상도가 향상돼 30cm 떨어뜨려 놓고 사용해도 글, 그림 등을 모두 인식할 수 있기 때문. 30cm PC는 눈과 모니터 사이 거리가 30cm 내외인 PC를 의미한다.
김 부장은 이제 스마트폰, 태블릿PC도 눈과의 거리가 30cm고, PC도 30cm라고 강조했다. 용도, 사용방법이 동일한 세 기기를 굳이 나눌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세 기기 모두 결국 PC로 통합될 것이고, 때문에 통합 운영체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고 밝혔다.
MS는 이에 맞춰 운영체제 통합을 진행한다. 윈도8.1 윈도폰8.1 윈도RT 8.1, 엑스박스 원 운영체제 등 여러 가지로 분리돼 있는 MS의 운영체제가 결국 하나로 뭉칠 것이란 뜻. 2014년엔 먼저 윈도폰8.1과 윈도RT8.1(ARM 기반). 윈도8.1과 엑스박스 원 운영체제(x86 기반)의 통합을 진행한다.
통합이 완료되면 윈도폰 사용자가 윈도RT 태블릿PC에, 윈도8.1 사용자가 엑스박스 원에 쉽게 적응할 수 있게 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4가지 운영체제 가운데 하나라도 집에 들여놓으면, 나머지 MS 운영체제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모든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MS 생태계의 일원이 된다는 뜻이다.
3m TV는 눈과 TV의 시청거리, 바로 거실을 의미한다. 그런데 정작 MS는 TV를 생산하지 않는다. 답은 게임기와 셋톱박스에 있다. 과거엔 거실을 TV 혼자 차지했지만, 이제 게임기와 셋톱박스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엑스박스 원은 게임기와 셋톱박스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MS의 첨병이다. 엑스박스 원 하나만 들여놓으면 게임기와 셋톱박스를 모두 대체할 수 있다(북미 한정, 국내는 아직 셋톱박스 기능이 미지수다).
결국 운영체제 통합을 통해 스마트폰, 태블릿PC, PC, TV 등 개인에게 필요한 모든 기기에 윈도8.1을 보급하겠다는 것이 MS의 2014년 소비자 시장 전략인 셈이다.
새 것만이 전부가 아냐… 옛 것을 잊지 말아야
디바이스 콜라보레이션은 스마트폰, 태블릿PC, PC 등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기기 뿐만 아니라 키오스크(옥외 광고판), POS, 자동차 등 각종 임베디드 기기도 윈도로 통합할 것이란 뜻이다. 우리가 지하철, 편의점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키오스크, POS도 사실 엄밀히 말하면 PC다. 내부에 운영체제가 있고, 다양한 명령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 다만 확장성을 제거하고, 특정 기능만 오류없이 처리할 수 있도록 범위를 좁혔을 뿐이다. 이를 임베디드(Embedded, 내장형) 기기라고 한다.
일반 사용자가 가장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임베디드 기기로 차량 관제 시스템을 들 수 있다. 네비게이션, 자동차 온도 조절, 스피커 음량 조절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향후 새로운 기능을 손쉽게 추가하려면 차량 제어에 특화된 운영체제가 필요하다. MS는 이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MS 오토모티브 운영체제를 출시하고, 자동차 회사와 협력을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이미 북미 시장에서 포드와 협력 중이며, 기아자동차와 협력해 MS 오토모티브 운영체제의 일종인 '유보(UVO)'를 내장한 자동차 소울을 출시하기도 했다. MS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키오스크, POS도 지속적인 임베디드 기능 개선으로 시장 점유율을 굳혀 나갈 계획이다.
김 부장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임베디드 시장을 넘보고 있지만, 결코 윈도의 아성을 넘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 레거시 애플리케이션(예전 운영체제 용으로 개발된 앱) 지원을 들었다. "윈도는 예전에 개발된 다양한 임베디드 레거시 앱이 존재하지만, 안드로이드는 처음부터 하나 하나 다시 개발해야 한다"며, "또, 최신 윈도라도 예전에 개발된 운영체제를 대부분 실행할 수 있지만, 안드로이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의료, 금융 시장에선 윈도의 강세가 두드러질 것"이라며, "사소한 오류로도 목숨, 매우 큰 돈 등이 사라질 수 있는 이 시장에선 오류 없는 앱이 필요한 데, 오랜 시간 검증받은 윈도 앱에 비해 안드로이드 앱은 오류가 잦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물 인터넷을 실현하려면 클라우드와 빅데이터가 필수
소셜 디바이스 허브는 사용자의 기기가 점점 늘어 남에 따라 이를 연결해 줄 수 있는 매개체가 중간에 필요하다는 뜻이다. 사용자의 기기가 연결되는 것. 즉, 사물 인터넷을 실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계끼리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기계어(Machine language)를 확립하는 것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이것이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므로 기계끼리 연결될 수 있게 매개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매개체의 예시로 클라우드와 빅데이터를 들었다. 또, 이를 실현한 가장 훌륭한 사례로 네비게이션 앱 '김기사'를 꼽았다. 원래 김기사 앱은 실시간 교통상황을 알려주기 위해 다른 회사로부터 차량 정보를 받았다. 하지만 약 8만 대의 차량 정보를 수집하는 경쟁 앱 T맵보다 정확도가 밀리게 되자 다른 방법을 강구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빅데이터다. 일단 김기사를 설치한 사용자에게 동의를 받고 약 550만 대의 차량 정보를 수집했다. 그리고 이를 분석한 후 사용자들에게 전송했다. 보다 정확하고 자세한 교통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 사용자들의 기기(스마트폰, 태블릿PC)가 클라우드와 빅데이터(김기사)를 통해 연결되면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MS는 사용자와 다른 개발사가 사물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윈도 애저, 다이나믹 CRM/ERP 온라인 등 퍼블릭 클라우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