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자들에게 받은 돈은 당신의 돈이 아님을 잊지 마라"

강일용 zero@itdonga.com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는 데 있어서 자금은 필수다. 스타트업을 나무에 비유한다면 투자자는 이 나무가 잘 자랄 수 있게 물을 주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스타트업의 투자 단계는 재미있게도 씨앗을 심고 나무를 가꾸어 나가는 것처럼 'Pre-seed(씨앗을 심기 전 단계)'와 'Seed round(씨앗을 심은 단계)'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나무가 새싹에서 아름드리 나무로 성장하려면 적당한 양의 물이 필요하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견고하게 성장하기 위해 투자 단계에 따라 알맞은 양의 투자를 받아야 한다.

내일비 해외 마케터인 유채원(에바, www.cubbying.com/chaewony)은 스타트업 투자 단계와 각 단계마다 창업가가 고려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이스라엘 스타트업 컨설턴트인 엠마(www.emmabutin.co.kr)에게 물어봤다. 엠마는 이에 대해 투자 단계마다 창업가가 달성해야 할 목표는 무엇인지, 또 투자 단계의 기간을 어느정도로 잡아야 할지 들려줬다.

엠마의 얘기에 들어가기 앞서, 엠마가 들려주는 얘기는 이스라엘의 투자 단계를 기준으로 하고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한국의 투자 단계와 차이가 있다. 다만 글로벌 진출을 꾀하는 창업가라면 엠마의 얘기를 새겨두는 편이 좋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이은 2번째 스타트업 생태계를 갖춘 곳이다. 투자 단계 역시 실리콘밸리와 유사하다.

스타트업 컨설턴트 엠마 부틴이 대학생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
있다.
스타트업 컨설턴트 엠마 부틴이 대학생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 있다.

Ch 8 당신의 씨앗을 심는 단계(외부 투자유치인가 내부 출혈인가)

Planting Your Seeds(External Funding. Internal Bleeding?)

에바: 엠마 씨의 책8장을 보면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투자자들로부터 투자 유치해야 한다고 적혀있습니다, 우리가 투자를 유치할 때 따라야 할 투자 단계가 있나요?

엠마: 초기 투자는 3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대게 3F(친구(Friends), 가족(Family), 바보(Fools))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프리 시드 머니(Preseed money)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시드 라운드(Seed Round)라고 부릅니다.그리고 세 번째 단계는 A 라운드죠. 각 투자 단계는 라운드(Round)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각 투자 단계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죠. 첫 번째 단계는 가족, 친구, 혹은 외부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받는 상황입니다.그리 크지 않은 자금으로, 이를 프리시드 단계(Preseed Stage)라고 부릅니다. 당신의 상품이나 아이디어를 입증하기 위해 일할 때 필요한 자본금입니다. 당신의 상품이나 아이디어를 입증하는 방법은 여러가지입니다. 기술의 경우 개념 입증(Proof of Concept)을 할 수 있고, 아이디어가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알파 또는 베타 버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새롭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입증할 수도 있습니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상품에 대한 정보를 유튜브 동영상으로 제작해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지 확인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겠죠.

그 사례로 드롭박스의 영상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드롭박스는 서비스 출시 전에 영상을 제작해 사람들이 이런 상품을 원하게 끔 수요를 발생 시켰습니다. 창업가는 상품에 대한 정보를 담아 영상을 제작했고, 사람들은 이 영상을 보고 정말 이런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드롭박스 창업가는 필요했던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이 최초의 자본금을 받을 때 고려해야 하는 것은 이 자금을 어떻게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정확히 어떤 형태의 상품 입증이 필요한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입니다.

상품입증을 끝냈다면 이제 두 번째 투자 단계에 들어설 차례입니다. 두 번째 투자 단계는 시드 투자(Seed Investment)입니다. 시드 투자 단계에선 당신의 상품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시드 투자 단계에서 받은 자금은 당신의 상품을 다음 세 가지 중 한 가지 상태에 도달하게 하는 데 사용됩니다.

첫째, 린스타트업 방법론을 사용 중이라면 이 자금을 통해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존속가능상품)를 구축해야 합니다.

둘째, 이 자금으로 베타버전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 경우 클로즈드 베타, 혹은 오픈 베타 수준까진 가야겠죠.

셋째, 신기술을 선보일 경우 이 자금을 통해 개념입증을 해야 합니다.

무엇이든 간에 당신은 투자 받은 자금을 활용해 상품 또는 서비스를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의 상태로 만들어야 합니다. 법인이 성장단계에 이를 수 있을 때 까지요.

시드 투자 단계에선 다음 두 가지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합니다.일단 다음 단계로 가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가능한 정확하게 예측해야 합니다. 베타버전, MVP, 개념입증을 진행 중일 때부터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을 만큼 회사가 성장할 때까지 그 기간을 예측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단계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예상하는 기간보다 두 배는 더 오래 걸리거든요. 중요한 것은 당신이 먼저 얼마나 걸릴지 가늠해보고, 그 다음 그 기간의 2배가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는 겁니다. 이는 만에 하나의 상황을 대비해서 안전장치를 두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다음 단계에 얼른 도달하고 싶겠죠. 하지만 실제론 예상한 대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시장 상황이 따라주지 않았다든가, 상품의 개념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던가, 원인은 다양합니다. 그러니 안전을 위해 두 배의 기간이라는 쿠션을 하나 깔아두세요.

두 번째로 시드 투자 단계의 기간이 6개월 더 걸릴 것이라고 예상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다음 단계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약 6개월 정도의 기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가기 전에 우리가 이 전에 세운 목표를 달성했다는 것을 투자자들에게 반드시 보여줘야 합니다.

에바: 엠마 씨 시드 투자 다음에 진행하는 세 번째 단계는 무엇인가요?

엠마: 세 번째 단계, A 라운드는 사업을 활성화 시키기 위한 단계입니다. A 라운드는 프리시드와 시드 투자, 즉 시드 단계를 달성한 후 투자 받는 자금입니다.

시드 단계 달성을 입증한 후라면, 당신은 실제로 매출이 발생해 사업이 성장한 것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겁니다. 사업계획서를 본격 도입하고, 이를 통해 수익 올리는 모습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입니다. 또는 사용자당 비용을 감소시키는 것을 통해 사업이 성장했음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A 라운드가 사업 활성화를 위한 단계라고 말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대개 벤처캐피탈 등 기관투자를 받기 때문이죠.

벤처캐피탈은 우리가 사업을 더욱 활성화 시키기를 바라며 이를 위한 자금을 지원해 줍니다. A 라운드에선 당신의 사업이 시장에서 통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보통 벤처캐피탈이 원하는 증거는 재방문자와 유료 사용자의 수치입니다.

에바: 우리가 세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는데 투자자금을 모두 소진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엠마: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당신의 재무 상태로 인해 당신이 세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당신이 보유한 회사 지분에 영향이 미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제품 구축과 재방문자를 확보하지 못한 채 투자자금을 다 소진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당연히 추가로 투자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당신은 시드 라운드로 돌아가 전과 똑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투자를 다시 받아야 합니다. 당신에게 투자했던 일반 투자자나 엔젤투자자에게 다시 돌아야 한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 회사의 또 다른 지분을 투자자들에게 할당해줘야 합니다.

이는 당신에게 상당히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보통 시드 단계에서 20-25%의 지분을 투자자들에게 넘겨줍니다. 여기서 시드 라운드를 한 번 더하면, 당신은 초기 단계에서 회사의 50-60% 지분을 투자자에게 넘겨주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다음 라운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그러니 자본금을 어느 정도 투자 받을지 그리고 사업을 어느 국면으로 가지고 갈지 미리 잘 고려하시길 바랍니다.

에바: 투자유치를 할 때 우리가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엠마: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간단히 말씀드리죠. 많은 초기 스타트업들이 시드 라운드, 프리시드 라운드 투자유치를 합니다. 그리고 이 자금은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쓰입니다. 이 자금이 사업을 키우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스타트업들은 이 단계에서 많은 것을 시도해봅니다. 때문에 전체 스타트업의90%가 시드 머니와 주식을 다 소진해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투자자들에게 다시 돌아가서 말하겠죠.

"죄송하지만 저희가 목표 달성을 못했습니다. 자금을 조금 더 투자해서 사업을 키울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이는 스타트업들에게, 아니 그 누구에게도 즐거운 상황은 아니겠죠. 일단 왜 목표달성을 못했는지 설명을 해야 하고, 그 다음 시드 라운드를 확보하기 위해 회사의 지분을 또 줘야 하잖아요.

당신이 이 상황에 처하고 싶지 않다면, 다음 단계로 가는 데 얼마나 자금이 필요할지 신중하게 생각하세요. 시드 라운드와 A 라운드만 잘 견딘다면 당신은 승리를 향해 달려나가고 있을 것입니다.

*독자 분께서 Ch8 내용이나 엠마에게 컨설팅을 받고 싶은 질문이 있으시다면 ITDongA 기사 하단에 올려주세요. 엠마가 다음 장에서 정성껏 답변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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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내일비 유채원(www.cubbying.com/chaewony)
인터뷰 / 스타트업 컨설턴트 엠마 부틴(www.emmabut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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