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첫 DSLR, 니콘 D5300
모든 IT제품의 이름에는 각 회사만의 고유한 이름 짓기 원칙이 있어, 이름만 보면 어떤 수준의 제품인지 대충 가늠할 수 있다. 물론 DSLR도 마찬가지다. 니콘은 고급형 제품에 한 자리 숫자, 중급형 제품에는 세 자리 숫자, 보급형 제품에는 네 자리 숫자를 붙인다. 같은 자릿수 제품군이라도 등급에 따라 숫자의 크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D7000시리즈는 중급형 제품에 준하는 성능/기능을 갖춘 제품이며 D5000 시리즈와 D3000시리즈는 DSLR을 처음 접하는 사람을 위한 제품이다. 이번에 소개할 니콘 D5300은 5000시리즈의 4번째 제품이다(참고기사: http://it.donga.com/14030/).
니콘 DSLR에도 드디어 와이파이가!
D5300은 니콘 DSLR 최초로 와이파이 기능을 내장한 제품이다. 와이파이 기능으로 카메라에 있는 사진을 손쉽게 스마트 기기로 전송할 수 있다. 또한, 전용 앱(wireless mobile utility, 무료)을 활용하면 제품과 멀리 떨어져도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사진을 촬영할 수 있고, 카메라 메모리(SD카드) 속에 있는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할 수도 있다.
GPS도 기본 내장했다. 이전 제품들은 사진에 위치정보를 남기기 위해 GPS 유닛을 추가로 장착해야 했지만, 이 제품은 별도 장비 없이도 사진에 경도, 위도 등의 위치정보를 담을 수 있다. 특히 위치정보가 있는 사진/동영상은 안드로이드 및 iOS 모바일 기기의 기본앱에서 촬영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니콘 이미지 스페이스(NIKON IMAGE SPACE, 무료) 앱을 사용하면 해당 사진 촬영 위치를 지도상에 표시하는 '지도 보기'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이 여행하면서 이동한 경로를 확인하고 향후 이동 경로를 계획하거나, 무심코 찍은 사진의 촬영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로우패스필터를 제거해 '쨍'한 사진을
D5300의 또 다른 특징은 로우패스필터를 제거했다는 점이다. 로우패스필터는 이미지 센서(CCD, CMOS 등 촬상소자) 바로 앞에 붙는 필터로, 이미지 센서에 흠집이 생기거나 먼지가 들어가는 물리적 피해를 줄여준다. 이와 함께 무아레 현상을 막아준다. 무아레란 색상이 섞여 사진에 방충망을 찍은 듯한 노이즈가 생기는 현상이다.
그런데 로우패스필터엔 문제가 하나 있다. 스마트폰에 보호필름을 붙이면 화면이 상대적으로 어두워지는 것처럼 로우패스필터도 이미지 센서에 들어가는 빛에 광학적 변화를 준다. 대표적인 예가 사진의 선예도를 떨어트리는 점이다. 때문에 최근 화상처리엔진을 통해 무아레 현상을 막을 수 있게 돼, 로우패스필터를 제거한 제품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제품은 특히 풍경 사진을 찍을 때 유리하다. 선예도가 높아 풍경 사진의 색감이나 섬세함 등을 잘 살릴 수 있다.
한층 강화된 후면 액정
후면 액정화면 역시 전작인 D5200보다 개선됐다. 3.2인치 LCD를 채택해 전작보다 약 0.2인치 커졌으며, 화소 수도 104만 화소로 약 12만 화소 높아졌다. 한층 크고 선명해졌다는 뜻. 후면 액정화면이 중요한 이유는 사진 촬영 후 화상을 확인할 때 PC로 옮기지 않더라도 어떤 결과물을 얻었는지 제대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DLSR을 사용한 동영상도 주목 받는 추세라 촬영 도중 영상을 라인할 수 있는 액정화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D5200의 180도 멀티앵글 방식은 그대로 가져왔다. 이를 통해 '셀카' 촬영은 물론 다양한 각도에서 재미있는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초보자도 손쉽게, 다양한 촬영기능
D5300은 사진 촬영을 쉽게, 혹은 재미있게 해주는 다양한 촬영기능을 갖췄다. 인물, 풍경, 야경, 클로즈업 등은 기본이고, 파티/실내, 아이들 스냅 샷, 애완동물, 요리 등 다양한 상황과 해변/설경, 단풍, 여명/황혼 등 여러 풍경에 맞는 프리셋(미리 설정된 값)을 제공한다.
촬영 특수효과도 컬러 스케치, 실루엣, 미니어처 효과, 특정 색상만 살리기, HDR 페인팅 등 다양하다. 이 특수효과들은 동영상 촬영에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HDR 페인팅 제외)에 영화 '씬 시티(Sin City)' 느낌이 나는 동영상이나 만화 느낌의 동영상도 손쉽게 촬영할 수 있다.
동영상 기능도 향상돼
D5300은 동영상 기능도 제법 괜찮다. 풀HD급(1,920x1,080, 60p) 동영상을 최대 10분까지 롱 테이크로 촬영할 수 있으며, 동영상 촬영 중 움직이는 피사체를 추적하는 기능도 기존 제품보다 향상됐다. 스테레오 마이크를 내장했으며, 마이크 감도도 최대 20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 주변의 소리가 너무 크거나 작을 때 상황에 맞게 대응할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동영상 촬영 중 특수효과도 실시간으로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처리 속도가 느린 특수효과(컬러 스케치 등)를 동영상 촬영 시 적용하면 전체적으로 프레임이 툭 툭 끊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니 참고하자.
제품 사양
이제 D5300의 사양을 살펴보자. 이미지 센서의 유효 화소 수는 약 2,416만 화소며, 초점 포인트는 39개다. 셔터속도는 최대 1/4000이며 연사속도는 초당 최대 5장이다. ISO 감도는 100~12800(확장 시 25600)이고, 화상처리엔진은 EXPEED4를 적용했다. 저장매체는 SD카드만 지원한다.
다음은 D5300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몇 가지 단점들
D5300은 니콘의 다른 보급형 제품과 마찬가지로 바디 내 AF 구동 모터가 없는 일명 '고자바디' 제품이다. 즉 렌즈 자체에도 AF 모터가 있는 AF-S, AF-I 렌즈 제품군을 장착해야 자동초점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AF 모터가 내장되지 않은 렌즈를 부착하면 수동으로 초점을 낮춰야 한다. 렌즈에 자동초점 기능 유무를 확인하려면 렌즈 이름(AF-S나 AF-I로 시작)을 보거나, 렌즈 옆에 자동(A)과 수동(M)을 선택할 수 있는 버튼을 확인하면 된다.
또 다른 단점은 뷰파인더 크기다. 배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뷰파인더 크기가 작아 답답한 느낌이 들며, 수동초점 사용 시 정확한 초점을 맞추기도 어렵다. 실제로 필자가 계속 사용해오던 니콘 D90(2008년 출시)보다도 배율 및 시야율이 낮아 사용하는 동안 조금 답답했다.
DSLR 입문자에게 추천
D5300은 각종 촬영 편의기능과 다양한 촬영 효과를 갖춘 제품이다. 누구나 손쉽게 셔터만 눌러서 '작품'을 만들 수 있으며, 니콘 제품 최초로 와이파이 기능을 갖춰 촬영한 사진을 간편하게 SNS에 공유할 수도 있다. 각종 인터페이스도 DSLR과 콤팩트 카메라를 잘 섞어놓은 느낌이라 DSLR 입문자도 빨리 적응할 수 있다. 피사계 심도 미리 보기 버튼이 없는 점이나 조작 휠을 1개만 갖춘 점 등 기존 상위기종 사용자라면 눈에 차지 않을 제품이지만, 입문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다만 다소 높은 가격이 입문자에게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 2013년 11월 말 기준 106만 원(18-55 번들 렌즈 포함)이다. 하지만 누군가 말했듯이, DSLR은 '집안 기둥뿌리 뽑아먹는' 취미 아니겠나. 거기에 비하면 D5300은 DSLR치고 나름 저렴한 편이다. 스마트폰, 콤팩트 카메라에서 벗어나 좀 더 선명한 사진을 찍고 싶은 사용자라면 입문용으로 D5300을 눈여겨보자.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