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용 사운드카드 AK10, 한번 써보실래요?
아이리버는 원래 음향기기 관련 사업으로 유명한 기업이다. 최근 전자책, 블랙박스, 전동칫솔 등 음향기기와 관련없는 제품을 출시하는 바람에 조금 희석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음향기기는 음악 재생기(MP3 플레이어, CD플레이어), 리시버(스피커, 헤드폰)만 있는 게 아니다. 일반인의 시선으로 보면 '대체 이게 뭐지...'라는 의문이 절로 떠오르는 독특한 제품도 많다. 그 중 하나가 'DAC(Digital Analog Converter)'다.
AK10은 어떤 제품인가요?
지난 27일, 아이리버가 스마트폰용 DAC AK10(Astell&Kern 10)을 출시했다. 아이리버의 설명에 따르면 AK10은 '스마트폰과 연결해,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음악을 하이엔드급 오디오 사운드로 즐길 수 있게 만들어주는 스마트폰 주변기기'다. 아니, 스마트폰에서도 음악은 흘러나오지 않나? 원래 뜬구름 잡는 듯한 글이 가득한 게 오디오 업계다. 이 발언을 이해하려면 잠깐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스마트폰, 정확히 말하자면 음악이 흘러나오는 모든 IT 기기에는 DAC라는 칩이 들어 있다. DAC는 MP3 또는 FLAC 파일 속에 이진수로 담겨 있는 디지털 데이터를, 소리라는 아날로그 형태로 바꿔주는 칩이다. 그러니까 예전에 우리가 사운드카드라고 불렀던 PC 부품은 사실 이 DAC가 붙어있는 기판이었다는 뜻.
음질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음원과 리시버이지만, DAC도 꽤 영향을 준다. 질 낮은 DAC를 내장하면 고음 또는 저음 표현이 약해지고, 최악의 경우 화이트노이즈(잡음)가 섞일 수도 있다.
이제 조금 감이 잡힌다. AK10은 이러한 DAC만 밖으로 빼놓은 제품이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DAC 대신 AK10에 내장된 DAC를 통해 음악을 출력할 수 있게 해준 것. 그렇다면 AK10은 어떤 DAC를 채택했을까. 아이리버는 AK100, AK120과 동일한 울프슨사의 'WM8740' DAC를 채택했다고 밝혔다. 울프슨은 어떤 회사고, WM8740은 어느 정도 수준의 DAC일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DAC 시장은 경쟁이 상당히 치열하다. 미국의 '퀄컴', 'TI', '시러스 로직', 영국의 '울프슨', 일본의 '야마하' 등 여러 회사가 겨루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사용자는 이 가운데 울프슨, 퀄컴, 시러스 로직의 DAC를 주로 만나볼 수 있다. 울프슨의 DAC는 갤럭시S1, S3, 노트2 등에 탑재됐고, 퀄컴의 DAC는 갤럭시노트1, 노트3, LG G2 등에 채택됐다. 아이폰은 4 이후부터 모두 시러스 로직의 DAC를 채택하고 있다.
일단 성능 면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곳은 울프슨이다. 고급 오디오 기기는 보통 울프슨의 DAC를 내장하고 잇다. 시러스 로직도 애플 아이폰에 DAC를 공급하며 인지도를 강화하고 있다. 퀄컴도 자사의 모바일 프로세서 스냅드래곤에 직접 개발한 DAC를 내장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WM8740은 이러한 울프슨이 모바일기기 용으로 제작한 최신 DAC다. 고음과 저음 모두 안정적으로 들려주고, 화이트노이즈도 없다. 이제 아이리버의 의도가 이해된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DAC 대신 AK10에 내장된 WM8740을 이용해 고음질로 음악을 감상하라는 뜻. 휴대용 인만큼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
음질은 얼마나 향상되요?
AK10을 스마트폰과 연결한 후 AK10의 헤드폰 단자에 헤드폰을 꽂으면, 스마트폰 속의 음악을 AK10을 통해 향상된 음질로 감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얼마나,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향상되는 걸까.
음질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좋고 나쁨을 구분하기 어렵다. 때문에 기자 본인 뿐만 아니라 동료 기자들도 AK10 음질 체험에 동참시켰다. 사용된 음향 재생 기기는 아이폰5고, 16bit 44kHz MP3 음원으로 비교 평가했다. 리시버는 젠하이저 '모멘텀 온이어'를 사용했다.
기자 본인은 저음이 강해지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폰5도 충분히 좋은 음질을 들려주지만, 저음 부분이 조금 약한 점이 아쉬웠다. AK10은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줬다.
한 동료 기자는 공간감(음악이 리시버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 머리 한가운데에서 들리는 듯한 느낌)이 향상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일반 음악보다 락 음악을 듣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다른 동료 기자는 보컬뿐만 아니라 배경의 악기 소리까지 뚜렷이 구분되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보통 음악을 들으면 보컬에 묻혀 다른 음악 소리가 안 들리는데, 모든 악기 소리가 하나하나 잘 들리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강조했다.
셋의 공통된 의견은 저음 강화였다. 음질 향상은 잘 느끼지 못했지만, 저음이 잘 들리게 변하는 것 만은 확실하다. 또 AK10을 연결하면 최대 출력(음의 최대 크기)도 강화된다. 리시버를 통해 한층 크고 선명한 음을 들을 수 있다.
사용법도 쉽고 간단
AK10은 아이폰5, 아이팟터치 5세대, 갤럭시S3, S4, 노트2, 노트3와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연결 방법은 USB 케이블(라이트닝 케이블 포함)이다.
AK10 제품 구성물에는 아이폰용 라이트닝 케이블만 포함돼 있다. 마이크로USB 케이블은 없다. 아니 그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어떻게 연결하라고? 물론 이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AK10을 구매하면 마이크로USB 케이블을 별도로 기본 제공한다. 외국에서 아이폰 전용 액세서리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보니 벌어진 해프닝이다.
사용법은 쉽고 간단하다. 스마트폰과 AK10을 연결한 후 AK10의 전원을 켜고 음악을 들으면 된다. 스마트폰에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AK10 측면의 버튼을 누르면 음악 재생/일시정지, 다음 곡으로 넘어가기 등을 실행할 수 있다. AK10을 리모콘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제품 가운데 회색 원은 음량 조절 버튼이다. AK10을 활용하면 음량을 보다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 원래 아이폰5는 16단계 음량 조절을 지원한다. 하지만 AK10을 연결하면 각 단계가 5단계로 세분화된다. 음량의 크기를 총 80단계에 걸쳐 조절할 수 있다는 뜻. 최적의 음량 크기를 찾고 싶은 사용자에게 적합한 기능이다.
아이리버가 보장하지는 않지만, 사실 라이트닝 케이블을 사용하는 다른 기기(아이패드에어,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등)에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제품을 구매하기 앞서 자신이 보유한 기기가 AK10과 호환되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아이리버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한번 연결해보자. 실험 결과, 생각보다 연결되는 기기가 많았다.
AK10은 PC, 노트북과 연결해 외장 사운드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다. PC에서 흘러나오는 사운드가 불만족스러웠다면 AK10을 한번 연결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가격과 무손실 음원 재생 부분이 조금 아쉬워...
그렇다면 이제 제일 중요한 얘기를 할 차례다. AK10의 가격은 얼마일까. 가격이 저렴하면 충분히 구매할만한 제품인데... 아쉽게도 32만 8,000원이다. WM8740의 가격이 상당하기 때문.
또, 무손실 음원 재생(24bit, 192kHz)을 지원하지 않는 점도 아쉽다. 원래 WM8740은 무손실 음원 재생을 지원하지만, AK10으로 무손실 음원을 재생하려면 연결된 스마트폰이 무손실 음원 재생을 지원해야 한다. 무손실 음원 재생을 지원하지 않는 스마트폰은 AK10을 연결하더라도 무손실 음원을 재생할 수 없다.
AK10은 어디 서나 고음질로 음악을 감상하길 원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제품이다. 음악 감상 마니아들에겐 '반드시 사야 할 제품(Must have item)'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슬프게도 일반인들에겐 아무런 쓸모가 없는 제품이다. 호불호가 극과 극으로 나뉠 수밖에 없다. 이 리뷰를 보고 '오!'라는 느낌이 오면 주목하고, '오?'라는 느낌이 오면 머리 속에서 지워버리자. AK10은 그런 제품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