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3D프린팅... 최신 IT 기술 모았다, '테크플러스 2013'

안수영 syahn@itdonga.com

웨어러블, 3D프린팅 등 최신 IT 기술과 동향을 엿볼 수 있는 지식콘서트 '테크플러스 2013'이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14일 열렸다. 테크플러스는 다양한 분야 간 지식 교류와 융합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와 경험을 나누자는 취지로 열리는 국내 최대 지식콘서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공동 주최하며,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올해 행사는 'Creativity@technology 창의적 기술, 새로운 세상'을 주제로 진행됐으며, 창의적인 IT 기술을 발굴한 글로벌 연사들이 참여해 강연을 펼쳤다. 산학연 전문가와 일반인 1,500여 명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테크플러스 2013
테크플러스 2013

이날 행사에는 전 세계에서 최초로 '나노' 개념을 정립한 나노 공학의 아버지, 에릭 드렉슬러(Eric Drexler)가 참석해 기조 연설을 진행했다. 그는 "나노 기술을 통해 원자나 비트처럼 아주 작은 물질을 마음대로 재배열, 재배치할 수 있다면 세상이 획기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은 원자 단위로 작게 쪼갤 수 있으며, 원자는 일정한 규칙과 순서로 배열, 결합해 특정 물질이나 소재를 이룬다. 원자가 결합하는 순서를 바꾸면 완전히 새로운 물질이 된다. 따라서, 그 순서를 바꿀 수 있다면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물질이나 소재를 만들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우주 여행을 들 수 있다. 현재는 우주 공간으로 여행을 하는 것이 힘들다. 우주 공간에서 버틸 수 있으려면 고강도 소재를 이용한 우주선, 우주복 등을 입어야 하는데, 이러한 소재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데다 제작 비용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자를 재배치해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면, 원하는 소재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문제는 금세 해결된다. 즉, 미래에는 우주 여행이 수월해질 수 있다. 에릭 드렉슬러는 "이와 같은 기술이 21세기 내에 현실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류 역사는 기술을 통해 발전해왔으며, 앞으로도 크게 발전할 것이다. 놀라운 세상을 만드는 동력은 상상력이다. 많은 것을 상상하라. 그 상상력이 새로운 삶을 가져다 줄 것이다"라며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테크플러스 2013
테크플러스 2013

웨어러블, 3D프린팅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

다음으로 '모바일을 넘어 웨어러블로', '창의적 생각을 현실로'라는 주제로 최신 IT 기술 동향을 소개하는 세션이 진행됐다. '모바일을 넘어 웨어러블로' 세션에서는 탈믹 랩스(Thalmic Labs)의 공동 설립자 애런 그랜트(Aron Grant)와 미스핏(Misfit)의 CTO 스리다 이옌가(Sridhar lyengar)가 웨어러블 제품 동향을 소개하고 직접 개발한 제품을 시연했다.

스리다 이옌가는 혈당 수치를 측정하고 아이폰을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아가매트릭스(AgaMatrix)'를 개발하기까지의 과정을 전하며, 제품 개발 시 중요한 것은 상용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있더라도 사용자들이 이를 실생활에서 사용하기 어렵거나, 별로 사용하고 싶지 않다면 그 기술은 유용할 수 없다"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크플러스 2013
테크플러스 2013

애런 그랜트는 손목에 밴드처럼 착용하면 각종 기기를 손동작으로 조작할 수 있는 '마이오(MYO)'를 선보이며, 앞으로도 기술 개발을 통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가 기술을 개발하는 이유는 새로운 능력을 얻어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것을 가능케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기술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야 하며, 웨어러블 기기도 인간중심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또한, 사람들이 기술을 보다 편리하게 사용하려면 조작 방법이 자연스럽고 마술처럼 느껴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테크플러스 2013
테크플러스 2013

'창의적 생각을 현실로' 세션에서는 세계 최초의 3D프린팅 펜 '3두들러(3Doodler)'를 만든 맥스웰 보그(Maxwell Bogue), 영화 스타워즈 속 특수기술을 제작한 하오 리(Hao Li), 신개념 전자피아노 '시보드(Seaboard)'를 만든 롤랑드 램(Roland Lamb)이 등장해 창의적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품이나 기술을 선보였다.

3두들러는 액체 플라스틱 등의 물질을 담은 펜 모양 기기로, 물체를 그리면 입체 모형이 형성되는 3D 프린팅 펜이다. 펜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펜촉에서 가열된 액체 플라스틱이 흘러나오면서 굳기 때문에 모형을 만들 수 있다. 별도의 소프트웨어나 컴퓨터 없이 허공에 입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일반인도 몇 시간만 연습하면 복잡한 물체를 손쉽게 제작 가능하다. 액세서리, 장난감, 소품 등 다양한 제품을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 수 있다.

3두들러를 개발한 맥스웰 보그는 "3두들러를 개발하고 난 뒤, 이것이 엄청나게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음을 알았다. 예를 들면 미국에 있는 한 학교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3두들러를 사용하고 있다. 3두들러를 이용하면 시각장애인들이 자신이 쓴 글씨와 그림을 직접 만져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3두들러로 아름다운 조형을 만들고, 동물을 위한 구조물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는 개발자인 나조차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라고 3두들러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사람들이 3두들러를 통해 상상하는 것을 마음껏 표현하고,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테크플러스 2013
테크플러스 2013

하오 리가 소개한 '3D 스캐닝' 기술은 3D프린터와 비슷하면서도 반대되는 개념이다. 전통적으로 영화 제작 환경에서는 특수 효과를 만들 때 '모션 캡처'를 이용했다. 모션 캡처란 사람이나 동물에 센서를 달아 그 대상이 움직이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영화 속에 재현하는 기술이다. 이는 컴퓨터 시야각 안에서만 움직여야 하고, 사람이 불편한 장비를 걸치고 있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3D 기술을 이용하면 이와 같은 불편함이 해결된다. 3D 스캐닝을 통해 사람의 표정이나 움직임을 3차원으로 세밀하게 포착할 수 있으며, 지형이나 액체의 흐름도 입체적으로 캡처할 수 있다. 마치 3D 사진을 찍는 것과 같다.

하오 리는 "3D 스캐닝 기술은 엔터테인먼트 영역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의과대학에서는 3D 스캐닝 기술을 통해 심장 표면의 역학과 전기 신호를 분석하고, 심혈관 질환의 발생 이유와 치료 방법 등을 분석하고 있다. 3D 스캐닝 기술을 통해 신체 치수를 재지 않고도 몸에 꼭 맞는 옷을 구입할 수 있으며, 3D 사진 촬영으로 추억을 생생하게 간직할 수도 있다"라고 3D 스캐닝이 활용될 수 있는 사례를 다양하게 소개했다.

테크플러스 2013
테크플러스 2013

롤랑드 램이 개발한 시보드는 실리콘 소재의 건반을 이용해 피치, 볼륨, 음색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신개념 전자피아노다. 건반을 누르는 위치나 세기, 방식에 따라 각양각색의 소리가 나오며 세계 최고 음악기술경연대회에서 1위를 수상한 바 있다. 타악기, 현악기, 건반악기의 요소를 모두 표현해낼 수 있다고 하는데, 서양의 피아노 음색에 동양의 타악기 및 현악기 음색이 섞인 듯 아름답고 묘한 소리를 냈다.

해당 연사들은 강연뿐만 아니라 제품 시연까지 하며 청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스리다 이옌가는 손가락을 찔러 채혈을 하고, 아이폰으로 혈당을 확인하는 과정을 공개했다. 맥스웰 보그는 3두들러로 인형을 만드는 모습을 선보였으며, 롤랑드 램은 시보드와 재즈콰르텟 협연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IT 기술을 다룬 '테크플러스 2013', 인문학을 말하다

"애플의 DNA는 기술만으로 만족시킬 수 없어요. 기술은 인문학과 결합해야 하며 사람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휴머니티를 반영해야 합니다"

위 글은 스티브 잡스의 대표적인 명언 중 하나다. 인간이 과학이나 IT 기술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이유는 인간이 더불어 잘 살기 위함이다. 인간이 잘 살기 위해서는 인간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와 인간 본연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데, 이를 탐구하는 학문이 바로 인문학이다. 즉, 인간의 삶을 중요한 가치로 둔다는 점에서 인문학과 IT 기술은 뿌리가 같은 셈이다.

'기술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말이 너무나 당연하고 뻔한 것만 같지만,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는 IT 기술이 인간이 아닌 금전이나 그릇된 욕망을 위해 사용되는 가치 전도 현상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핵무기다. 기술이 사람을 향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가치인데도 우리는 그것을 잊어버릴 때가 많다.

테크플러스 2013은 최신 IT 기술을 다룬 행사였지만, 그 어느 행사보다 가장 인문학적 가치를 환기하며 성료되었다. 에릭 드렉슬러를 비롯한 모든 발표자들은 한결같이 발표 말미에 'IT는 인간의 삶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IT 기술과 상상력을 통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와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IT 기자로서 많은 행사를 다니지만 인문학적 메시지를 중점적으로 전달하는 행사는 생각보다 흔하지 않았는데, 그런 점에서 테크플러스 2013이 참가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가져다 주었을 것이라고 본다.

또한, 연속으로 강연이 펼쳐지는 컨퍼런스는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데, 이 행사는 발표자들의 강연뿐만 아니라 직접 시연까지 볼 수 있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강연 중간중간에 발레 공연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즐거웠다. 앞으로도 테크플러스 행사가 지속적으로 개최돼 더욱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해주길 바란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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