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플래그십마저 미러리스로 대체… DSLR 사실상 중단
올림푸스가 자사의 기술력을 결집한 플래그십(Flagsship, 기함) 미러리스 카메라 'OM-D E-M1(이하 M1)'을 14일 국내 공개했다. 일반적으로 카메라 회사의 플래그십 제품은 DSLR이 맡는 점을 감안하면 극히 이례적인 제품이다. 최근 3년간 올림푸스가 DSLR을 출시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DSLR 포기선언이나 다름없다.
현재 카메라 업계는 DSLR에 주력하는 캐논, 니콘과 미러리스 카메라에 주력하는 소니, 삼성전자, 올림푸스 등으로 양분된 상황이다. 소니와 올림푸스도 DSLR을 제작하고는 있지만, 큰 비중은 두고 있지 않다.
이날 M1을 소개하기 위해 방한한 올림푸스 이미징사업부 오가와 하루오 사장은 "M1은 휴대하기 편하고, 노출을 즉시 확인할 수 있는 등 타사의 DSLR 카메라가 흉내 낼 수 없는 장점이 많다"며, "방진(먼지 방지), 방적(습기 방지)을 지원하는 마그네슘 본체와 다양한 촬영 편의 기능 등을 갖춘 올림푸스의 플래그십 카메라"라고 자신했다.
소니는 센서 확대, 삼성은 모바일, 올림푸스는 기본기 강화
흥미롭게도 미러리스 카메라 플래그십 전략마저 소니, 삼성전자, 올림푸스 삼사의 방향이 갈린다. 소니의 전략은 이미지 센서 확대다. APS-C 타입 센서에서 벗어나 35mm 풀프레임 센서를 채택한 미러리스 카메라를 준비 중이다. 이름은 A7, A7r일 것이라고 소니 카메라 정보를 주로 다루는 외신 소니 루머스가 보도했다.
삼성전자의 전략은 모바일과 융합이다. NX300을 기반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LTE 통신, EVF(일렉트로닉 뷰파인더) 등을 추가한 갤럭시NX를 얼마 전 출시했다. 안드로이드와 LTE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갤럭시NX의 카메라 기능은 플래그십 미러리스 카메라답게 뛰어난 편이다.
그렇다면 올림푸스의 전략은 뭘까. 플래그십 카메라의 본질에 충실하자로 평가할 수 있겠다. 플래그십 카메라는 이미지 센서뿐만 아니라 본체의 성능도 충실해야 한다. 또,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지 않고도 카메라의 모든 기능을 신속하게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
M1은 이러한 올림푸스의 전략을 대변해준다. 일단 본체가 튼튼하다. 방진, 방적뿐만 아니라 극한의 오지에서 사용할 수 있게 영하 10도에서 작동을 보장한다. 셔터스피드와 AF포인트도 인상적이다. 셔터스피드는 최대 1/8000초, AF포인트(화면 내에서 초점을 맞추는 장소)는 81포인트를 지원한다(콘트라스트 AF 기준, 위상차 AF 시 37포인트).
초점을 잡는 방식으로 콘트라스트 AF와 위상차 AF를 함께 지원한다. 콘트라스트 AF는 이미지 센서에서 화면의 명암차를 감지해 초점을 잡는 방식으로, 정확하지만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주로 미러리스 카메라에 사용된다. 위상차 AF는 렌즈에 맺힌 상을 초점 센서가 인식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초점을 잡지만, 아주 가끔 초점이 빗나가는 단점이 있다. M1은 이미지 센서 픽셀 사이사이에 초점 센서를 섞어 콘트라스 AF와 위상차 AF를 함께 지원한다.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초점을 잡을 수 있다. 연사속도도 플래그십 카메라답게 초당 10매씩 찍을 수 있다.
최근 플래그십 카메라 업계의 화두인 타임랩스(Time lapse) 촬영 기능도 뛰어나다. 타임랩스 촬영이란 한 장소를 일정 간격(보통 5~10초)을 두고 계속 촬영한 후 이를 동영상으로 합성하는 기법이다. 시간 변화 또는 업무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뉴스, 다큐멘터리 등에 자주 사용된다.
타사 제품의 경우 타임랩스 촬영을 실행하면 사진 해상도가 낮거나 촬영 기간이 짧은 문제가 있지만, M1은 최고 해상도로 24시간 동안 999장을 촬영할 수 있다. (다만 촬영 후 동영상 합성은 사용자가 직접 해야 한다)
이미지 센서, 포서드 카메라 최초 로우패스 필터 제거
이미지 센서의 경우 1685만 화소의 마이크로 포서드 이미지 센서를 채택했다. 포서드 이미지 센서란 3:2 비율인 타사의 이미지 센서와 달리 4:3 비율의 이미지 센서로, 디지털 이미지 비율의 표준인 4:3에 최적화된 사진을 찍어주는 것이 특징이다. 렌즈 역시 4:3에 맞춰 제작돼 중심부에서 외부로 갈수록 나타나는 화질 열화현상이 드물다. 다만 크기가 APS-C 타입 센서보다 조금 작은 것이 흠.
M1에 탑재된 이미지 센서는 소니가 제작한 최신 센서로, 광학 로우패스(Low-Pass) 필터를 제거해 일반 이미지 센서보다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광학 로우패스 필터를 제거하면 사진에 가끔 무아레 현상(사진에 자글자글하게 노이즈가 섞이는 현상)이 생기는 단점이 있지만, 올림푸스는 M1에 최신 이미지 처리 기술 트루픽7을 적용해 무아레 현상이 생기는 것을 방지했다. 트루픽7 기술은 색수차 현상도 줄여준다. 로우패스 필터를 제거한 M1을 출시함에 따라 따라 니콘, 소니에 이어 올림푸스도 사진의 선명함에 더 중점을 둔 카메라를 갖추게 됐다.
또, M1은 미러리스 카메라용 마이크로 포서드 렌즈 라인업뿐만 아니라 DSLR용 포서드 렌즈도 고스란히 장착할 수 있다. AF 등 렌즈 고유의 기능도 고스란히 사용할 수 있다.
제품 뒷면에는 3인치 틸트형 LCD 화면을 내장했다. 위로 80도, 아래로 60도 움직일 수 있다. 또, 광학 뷰파인더를 대신하는 EVF를 채택했다. M1의 EVF는 타사 풀프레임 DSLR과 대등한 화면 크기가 특징이다. 기존 EVF보다 크기를 1.6배 가까이 확대했다. 전문가 또는 하이 아마추어 사용자, 다시 말해 M1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사용자층이 EVF를 자주 사용한다는 것을 감안한 결정이다.
플래그십 카메라인 점을 감안하면 제품 크기는 상당히 작은 편이다. 일반 미러리스 카메라에 뷰파인더만 붙여 놓은 크기다. 얼마전 유행한 초소형 DSLR과 비슷하다. 손이 작은 사용자, 여성 사용자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겠다. 다만 무게는 497g으로 제법 묵직하다.
동영상은 최대 풀HD(1,920x1,080) 해상도, 30프레임으로 촬영할 수 있다. ISO 감도는 100~25,600을 지원한다.
제품은 11월 초 출시될 예정이며, 가격은 아직 미정이다. 해외에서는 본체 1,499달러(약 160만 원)에 발매됐으며, 국내 가격도 이선에 맞출 전망이다. 오가와 사장은 "M1은 DSLR과 미러리스 카메라의 장점을 모두 갖춘 제품으로, 향후 DSLR과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을 통합할 수 있는 핵심 모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