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OS '타이젠', 그 실체는?
애플은 iOS, 구글은 안드로이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 블랙베리(RIM)는 블랙베리 운영체제(이하 OS)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스마트폰 세계 1위 업체인 삼성전자는 OS가 없다. 현재 삼성전자는 오픈 플랫폼인 안드로이드를 중심으로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고 '모토X' 스마트폰을 출시하자, 삼성전자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불안감은 커졌다. 구글이 향후 안드로이드를 조건부로 제공하거나 독점한다면, 제조사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강자로 불리지만, 시장 경쟁이 치열한 만큼 계속해서 자체 OS를 보유하지 못한다면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에 삼성전자와 인텔, 타이젠 협회 회원사들은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오픈 소스 모바일 운영체제 '타이젠'을 개발하고 있다. 타이젠 연합은 2012년 4월 타이젠 정식 버전을 발표했으며, 2013년 2월 '매그놀리아'라는 코드명의 타이젠 2.0을 공개했다. 다만,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 기기는 아직 공식 출시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삼성전자가 이토록 공들이는 타이젠은 과연 어떤 OS일까? 25일 열린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컨퍼런스(DCC 2013)'에서 삼성전자 최종덕 부사장은 '미래 오픈 플랫폼 타이젠의 역할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기조 연설을 진행, 타이젠을 설명했다.
다양성을 내포한 100% 오픈 플랫폼, '타이젠'
타이젠은 다양한 전자기기와 완전하게 호환되는 '오픈 플랫폼'을 지향한다.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PC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디바이스(갤럭시 기어나 구글 글래스처럼 몸에 착용하는 기기), 스마트TV, 카메라, 자동차, 에어컨, 냉장고 등 다양한 기기에 플랫폼이 적용되고 있다.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자동차에서, 냉장고에서도 사용할 것이다. 사용자 편의를 위해서는 각각의 기기가 다르더라도 앱이 완벽하게 호환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을 아우르는 오픈 플랫폼이 마련되어야 한다.
최 부사장은 "이제는 자동차, 냉장고 등 '스마트'와 관계 없을 것만 같았던 기기에도 스마트 기능이 탑재되고 있다. 그런데 저마다 용도가 달랐던 기기들이 합쳐지니, 앱이 서로 다르거나 충돌하는 문제가 생겼다. 다른 기기를 가진 사람들끼리 의견을 교류하는 것도 불편하다. 이에 어느 기기에서나 공통으로 손쉽게 적용될 만한 오픈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다. 그것이 바로 타이젠이다"라고 설명했다.
타이젠은 오픈 플랫폼인 만큼 TV, 카메라, 자동차, 프린터, 냉장고 등 다양한 전자제품에 적용할 수 있다. 타이젠이 여러 제품들을 한꺼번에 아우르는 표준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경우, 이에 따른 시너지도 기대된다. 이와 관련해 최 부사장은 "어떤 기기에도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면 그에 맞는 앱, 서비스, 콘텐츠를 개발하기도 쉬울 것이다"라며,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TV, 냉장고, 세탁기 등 대부분의 전자제품을 만든다. 그런 만큼 다양한 기기를 아우르는 표준 플랫폼을 만드는 것도 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타이젠을 탑재한 기기가 늘어나고 타이젠에서 이용하는 앱과 서비스, 콘텐츠가 늘어나려면 단말기 제조사, 서비스 제휴사, 개발자, 사용자 모두가 타이젠에 만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보안, 성능, 완성도, 산업 지원 등에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면 리눅스 커널 단에서 지원하는 smack 기술을 적용해 허용되지 않은 접근을 차단, 보안을 강화한다. 다양한 제품들을 지원하고 완성도를 높이고자 웹 API와 HTML5 등을 지원한다. 웹사이트(Tizen.org)에 SDK를 공개하고 에뮬레이터를 제공해 개발자들이 편안하게 앱을 만들도록 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기업들과 타이젠의 제품화를 논의하며, 대학이나 연구소에 타이젠을 교육적으로 사용하도록 추진한다. 이렇게 타이젠은 점차 완성도를 더하고 있다.
그렇다면 타이젠이 탑재된 제품은 언제 출시될까?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 2014년 초 타이젠 3.0 버전이 공개될 예정인데, 그 즈음이나 그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신에서 '갤럭시S5가 타이젠과 안드로이드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한 바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 보자.
한편, 타이젠 2.2 플랫폼과 기술, 타이젠 에코 시스템을 소개하는 '타이젠 개발자 서밋 코리아'가 서울 강남에 위치한 Ritz Carlton Hotel에서 11월 11일부터 12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행사는 개발자와 미디어를 대상으로 하며, 기술 세션 발표 및 해커톤(정해진 시간 동안 개발을 하는 프로젝트)으로 이루어진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