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핵심기술", 레드테이블 도해용 대표
TV나 신문 등 매스미디어(대중매체)를 통한 광고 효과는 낮아지고 있다. 실제로 한 조사결과를 보면 대중매체 광고를 보고 제품/서비스를 선택했다고 답한 사람은 14%에 불과했다. 반면 소셜 미디어나 블로그 등에 올라온 일반 사용자의 후기에 대한 신뢰도는 78%에 이르며, 이것이 가장 큰 구매결정 요소로 작용한다. 이를 반영한 것인지 몇 해 전부터 국내 및 다국적 기업들이 '바이럴 마케팅(입소문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이 바이럴 마케팅을 악용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이른바 '알바'를 사용해 해당 서비스/제품의 장점 과장해서 소개하거나, 온라인 쇼핑물 구매 후기를 직원을 시켜 호의적으로 작성하게 하는 등 다양하다. 반대로 자신을 영향력 있는 블로거라고 소개하며 맛집으로 소개해줄 테니 써줄 테니 음식을 무료로 달라는 사례도 종종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정확하고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후기를 찾아볼 수는 없을까?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레스토랑 정보에 대해서는 '레드테이블(www.Redtable.kr)'을 이용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서비스는 레스토랑에 관한 SNS상의 언급을 수집해 분석하고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신뢰할만한 정보를 만들어 제공한다.
레드테이블은 어떤 회사인가?
개발사 대표, 대학원생, 강사… 레드테이블 도해용 대표 이름 뒤에 붙는 다양한 직책이다. 현재 레드테이블 대표와 함께 세종대에서 원가관리 및 외식창업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동시에 외식경영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런 다양한 활동이 관광경영학 전공자를 앱 개발사 대표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도해용 대표는 레드테이블 서비스를 '시제품'이라고 표현했다. 레드테이블의 핵심은 레스토랑 평가 서비스가 아닌, 소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능이다.
"이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고민이 많았다. 과거 '씨티 스케이프'라는 레스토랑 리뷰 서비스를 운영했는데, 여기서 얻은 경험은 개인 점주를 상대로 서비스 가입을 권유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기업은 광고를 내는데 예산이 할당되지만, 개인 점주들은 5~10만 원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수익 모델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특히 '네이버 윙스푼' 등 기존 평가 서비스도 많기 때문에 차별화가 필요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래서 그가 집중한 것은 크롤링을 통한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이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기존 서비스가 사용자가 남긴 평점 평균으로 순위를 정하는 반면, 레드테이블은 사용자가 이전에 남긴 리뷰, 활동 빈도, 주요 활동 지역 등을 분석해 해당 리뷰가 얼마나 믿을만한 정보인지 분석한다. 이 기술은 다른 형태로 사용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 기술은 해외 한식 레스토랑 정보를 전량조사하는 정부과제 수행에 사용됐다. 시장조사는 현지에서 하는 것이 최고지만, 이는 물리적으로 어렵고 시장 상황을 잘 모르는 지역에서는 그만큼 더 힘들어진다. 부산에 사는 사람이 일주일 만에 서울의 모든 맛집 정보를 조사할 수 없는 것과 같다. 현재는 중소기업청, 서울시 등과 함께 정부과제 5개를 수행하고 있다. 정부과제를 수행하면서 수익이 발생하고, 우리의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할 수 있었다"
서비스보다 기술 개발이 중요해
레드테이블 사무실은 세종대 교내에 있다. 세종대와 중소기업청이 운영하는 세종대 앱 특화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있다.
"회사가 세종대 내에 있다 보니 컴퓨터공학과 교수와 알게 됐고, 학교 연구팀이 기술개발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특히 졸업생을 회사 연구원으로 입사시킬 수도 있다. 게다가 내가(도해용 대표) 대학원 박사과정을 거치고 있어, 논문을 통해 레드테이블의 개념(아이디어)를 검증받을 수도 있다. 앞서 소개한 레드테이블의 평가 알고리즘은 내 석사과정 논문의 내용이다"
도해용 대표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기술개발이다. 이런 이유에서 현재 출시한 레스토랑 평가 서비스를 '시제품'이라고 부르며 자신들의 개념이나 아이디어를 서비스를 통해 검증받겠다는 것이다.
"레드테이블 서비스는 이미 특허등록을 완료한 상태다. 레스토랑 평가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는 데이터 관점에서 레스토랑 리뷰 데이터가 가장 많기 때문에 우리의 기술을 적용하고 시험해보기 알맞은 시장이다. 이런 데이터 수집/분석 기술을 서비스 관점에 적용한다면 한국을 찾는 외국인에게 정보를 제공하거나 반대로 외국에 나가는 한국인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
고등학생 개발자를 위한 멘토 활동도
도해용 대표는 최근 중소기업청과 SK플래닛이 주관하는 스마틴 앱 챌린지(이하 STAC)에 참여해 고등학생들의 멘토가 되고 있다. STAC는 특성화고 및 일반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들이 앱 개발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현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멘토가 돼 실제 앱 개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행사다.
"STAC는 평소 알고 지내던 A&T홀딩스 고경환 대표의 추천으로 참여하게 됐다. 여기서 내가 맡은 학생들에게 경영 이론과 어떤 방식으로 개발에 접근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입상이나 좋은 앱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갖고 일정을 짜면 그 일정에 맞추기만 해도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줬다. 그랬더니 각자의 일정에 맞출 수 있게 적극적으로 임하더라"
그리고 자신이 맡은 학생이 제안한 아이디어들도 소개했다. 그 중 필자의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것은 '색맹 eye'라는 카메라 앱 아이디어다.
"색맹 eye는 정확히 말하면 색약 eye가 맞다. 카메라로 촬영하면 그 사람(색약)에게만 보이는 색에 실제 색상을 텍스트로 써준다는 아이디어다. 이 아이디어를 제안한 학생들은 앱 개발 특성화고가 아닌 일반고 출신으로, 기획력은 있지만 이를 실현할 기술이 모자랐다. 오히려 기술에 치중하지 않다 보니 개발자가 볼 수 없는 이런 시장을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것은 '대박 앱'이 아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도경환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조언했다. 자신은 실제로 두 번의 창업 경험이 있으니 최소한 실패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앱을 만들어서 '대박' 내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대박 앱은 상품성을 갖춰야 하는데, 이것은 결국 완벽한 앱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거의 달성하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창업자는 높은 목표를 잡고 현재의 창업을 목표까지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또한, 핵심 기술을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도 했다.
"결과물에만 집중하면 내부에 기술이 없는, 다시 말해 껍데기만 남는 기업이 된다. 일부 투자자는 많은 결과물을 내라고 말한다. 많은 결과물 중에서 한 두 사례만 성공해도 이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투자자의 입장이다. 10개의 벤처가 10개의 결과물을 냈을 때 이들 모두가 성공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실패한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보유하는 것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