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에 무거운 짐을 떠맡은 '넥서스7 2세대'
구글코리아가 오는 28일부터 넥서스7 2세대(NEXUS7 2013)의 국내 판매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처음 공개 된지 한 달 만에 국내에 상륙한 것.
이처럼 빠른 발매는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지난 분기 애플리케이션(앱) 매출이 미국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한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플레이스토어 앱 매출 1위를 차지한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28일부터 판매를 개시한다. 대한민국을 미국, 일본과 마찬가지로 1순위 국가(Tier 1)로 격상한 셈이다.
넥서스7 2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현존 최고 수준의 사양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저렴한 가격이다. 크기 7인치 해상도 풀HD(1,920x1,200)의 광시야각 IPS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동영상, 인터넷, 게임 등을 한층 선명하고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 화면 선명도는 323PPI로 아이폰5, 갤럭시S4등 고급 스마트폰에 버금가며, 전후좌우 어디서 화면을 쳐다봐도 색상이 왜곡되지 않는다.
프로세서는 스냅드래곤S4 프로를 채택했다. 퀄컴이 제작한 쿼드코어 프로세서로, 옵티머스G, 넥서스4 등 한세대 전 고급 스마트폰에 채택된 바 있다. 성능 면에서 전작 넥서스7 1세대에 채택된 테그라3보다 1.8배 향상된 것이 특징. 그래픽 프로세서는 아드레노320이며, 메모리(RAM)는 2GB다.
후면 카메라가 없었던 전작과 달리 500만 화소 후면 카메라를 추가한 것도 주목할 점. 최신 스마트폰만은 못하지만 제법 쓸만한 품질의 사진을 보여준다. 각종 증강현실 관련 앱이나 QR코드 앱을 사용할 수 없었던 전작의 단점을 개선했다.
제품 품질 면에서도 많은 부분을 개량했다. 114 x 200 x 8.65mm(가로x 세로 x 두께). 전작보다 세로로 조금 길어졌지만 가로 폭이 확 줄었고, 무엇보다 두께가 매우 얇아졌다. 최신 스마트폰과 나란히 늘어놔도 뒤떨어지지 않으며, 경쟁작 아이패드 미니와 비슷한 수준이다. 가로로 눕혀 놓은 상태를 기준으로 양 옆에 스테레오 스피커를 내장했고, 독일 프라운호퍼(Fraunhofer) 연구소의 입체음향 시스템을 채택해 음악이나 동영상을 실감나게 들을 수 있다. 제품 재질은 전면에 코닝의 강화유리 고릴라글래스를 채택했고, 후면에 흠집에 강한 우레탄 코딩을 덧댔다.
LTE를 지원하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와이파이 모델보다 조금 비싸지만, 이동하면서 태블릿PC를 사용하길 원하는 사용자들에게 희소식이다. 구글 관계자는 LTE 모델을 국내 출시하기 위해 이동통신사와 협의 중이며, 제품을 구매한 후 통신사를 선택할 수 있는 언락 모델도 함께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용량은 3,950mAh로 전작 보다 조금 줄었지만, 배터리를 절약하는 기술을 대거 채택해 제품 사용시간은 오히려 늘어났다. 구글 관계자는 동영상 재생 시 약 9시간, 웹서핑 또는 전자책을 감상할 경우 약 10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 무선충전 표준기술인 '치(Qi)'를 채택해 무선으로 제품을 충전할 수 있다.
저장공간은 모델별로 16GB와 32GB 두 가지이며, 마이크로 SD카드 슬롯이 없어 추가 확장은 불가능하다. 제품 하단 마이크로USB 단자는 MHL 단자를 겸하기에 TV나 모니터로 화면을 출력할 수 있다.
가격은 16GB 와이파이 모델 32만 9,000원, 32GB 와이파이 모델 36만 9,000원이며, LTE 모델의 가격은 아직 미정이다. 전작보다 3만~4만 원 비싸졌지만, 성능 향상 폭을 감안하면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이다. 그래도 시중의 안드로이드 태블릿PC보다 10만원 이상 저렴하다. 구글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로 LTE 모델을 출시하고 가격을 공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26일부터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예약을 받으며, 28일부터 정식 판매를 개시한다. A/S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에이수스를 통해 받을 수 있다.
다양한 최신 기능으로 더 달콤해진 안드로이드 4.3 '젤리빈'
이날 행사에서 구글은 하드웨어 향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 향상은 그렇지 않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넥서스7에 내장된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젤리빈(4.3)'의 신기능을 소개했다. 현재 시중 스마트폰에 내장된 젤리빈은 4.1 또는 4.2 버전이다.
구글이 강조한 젤리빈 4.3의 신 기능은 두 가지, 제한된 다중 사용자 계정과 오픈GL ES 3.0이다. 제한된 사용자 계정은 일종의 키즈모드(Kids Mode, 어린 사용자를 위해 유해한 앱 실행을 막는 기능)다.
원래 젤리빈 4.2에 추가된 '다중 사용자 계정' 기능을 활용하면 현재 사용자가 설정해놓은 바탕화면, 앱 서랍(앱을 모아둔 장소, 앱 버튼을 누르면 나온다)과 별개의 바탕화면, 앱서랍이 나타나게 할 수 있었다. 다른 사용자가 이 별개의 바탕화면, 앱서랍에 무슨 짓을 하던 사용자가 원래 설정해놓은 바탕화면, 앱 서랍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때문에 스마트폰, 태블릿PC를 돌려 쓰더라도 마치 내 것처럼 사용할 수 있다. 사용자가 바뀔 때 사용자 계정만 교체해주면 된다. 윈도의 사용자 계정과 거의 유사하다.
제한된 다중 사용자 계정은 다중 사용자 계정 기능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타인이 특정 앱을 실행하지 못하게 막는 기능이다. 원 주인이 특정 앱을 실행하지 못하게 막으면 제한된 다중 사용자 계정으로 접속한 다른 사용자들은 해당 앱을 건드릴 수 없다. 앱을 새로 설치하지 못하게 막을 수도 있다. 오직 원 주인만이 앱을 설치하고 지울 수 있다.
'전자책을 읽으라고 태블릿PC를 건네줬더니 유해한 앱을 실행하지 않을까', '태블릿PC로 게임을 하다 인앱결제(in-App Purchase, 캐시아이템 구매)를 해서 전화요금이 왕창 나오지 않을까' 둘 다 아이를 둔 부모의 걱정이다.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제한된 다중 사용자 계정을 활용하면 유해한 앱 실행과 인앱결제를 차단할 수 있다. 아이에게 태블릿PC를 들려줘도 안심이다.
제한된 다중 사용자 계정은 설정>사용자 메뉴에서 활성화할 수 있다. 제한된 다중 사용자 계정을 활성화하려면 모든 기능을 가지고 있는 최고 계정(Master Account)은 반드시 패턴 락, 또는 비밀번호로 잠궈야 한다. 이 화면에서 제한된 계정에서 실행할 수 있는 앱을 설정한 후 이름을 지정하면, 전원 버튼을 누르면 나타나는 잠금 화면 하단에서 계정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제한된 다중 사용자 계정은 태블릿PC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젤리빈 4.3은 드디어 오픈GL ES 3.0을 지원한다. 오픈GL은 2D, 3D 그래픽을 구현하기 위해 크로노스 그룹이 고안해낸 API 도구다. 이를 활용해 보다 실감나고 뛰어난 그래픽의 3D 게임을 제작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이렉트X와 역할이 같다. 오픈GL ES는 스마트폰, 태블릿PC, 휴대용 게임기 등 모바일 기기용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 오픈GL에서 몇 가지 불필요한 명령어를 제거한 API 도구다. 현재 오픈GL ES 3.0이 최신이다.
오픈GL ES 3.0은 한층 현실감 있게 변한 광원과 사양 최적화가 특징이다. 쓸데없는 프로세스를 제거해 동일한 그래픽을 구현해도 전력은 더 적게 소모한다. 구글은 오픈GL ES 3.0을 적용해 현실적인 빛을 보여주는 3D 테크 데모와 뛰어난 그래픽을 보여주는 3D 레이싱 게임 '레드라인러시'를 현장에서 시연했다.
3강에 진입하라, 넥서스7 2세대에게 내려진 특명
뛰어난 사양과 저렴한 가격을 갖췄음에도 넥서스7 2세대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와 애플 아이패드가 양분하고 있는 국내 태블릿PC 시장에 3번째 강호로 안착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기 때문.
넥서스7 1세대의 경우 약 3만대(업계관계자 추산)를 판매해 국내 태블릿PC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100만대 이상 판매된 것으로 추산되는 갤럭시노트, 아이패드 제품군에 비하면 판매량 자체는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국내 태블릿PC 시장은 이동통신사를 통한 LTE 모델 판매 호조와 B2B 시장 판매량 덕분에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제품군이 점유율 1위를, 일반 사용자에게 판매한 물량을 기반으로 애플 아이패드 제품군이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애플의 경우 판매량을 확대하기 위해 국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구글의 넥서스 판매전략은 조금 느긋하다. 마케팅과 홍보에 집중하기 보다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성능을 통해 인지도를 쌓고 판매량을 늘려나가겠다는 전략이다. IT에 관심이 큰 사용자를 벗어나 일반 사용자에게 얼마나 제품의 매력을 알릴 수 있는지 여부가 넥서스7 2세대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