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가입비 인하, 실효성은 글쎄...
지난 16일 KT가 휴대전화 가입비를 인하한 데 이어, 오늘부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가입비를 40%씩 낮춘다. 이번 인하로 이통3사 가입비는 각각 KT 1만 4,400원, SK텔레콤 2만 3,760원, LG유플러스 1만 8,000원이다(VAT 포함). 이는 박근혜 정부의 대선공약 중 하나로, 정부는 오는 2015년까지 가입비를 완전히 폐지(2014년 30%, 2015년 30% 인하)해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가입비 인하(잠정 폐지)가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 6월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5,409만 9,917명으로, 동년 5월보다 0.17% 증가했을 뿐이다. 즉 신규 가입자가 적어 실질적 혜택을 받는 이가 적으며, 번호이동 등 한정된 조건에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보조금 등으로 지원하는 실정이다. 지난 6월 번호이동은 93만 9,173건으로 같은 해 5월보다 4.66% 늘었으며, 가입비가 줄어든 만큼 상대적으로 보조금이 늘어나 번호이동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가입비 인하는 생색내기 수준이며, 장기적으로는 이통사의 영업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입비 인하보다 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3년 1분기 가계 통신비는 월평균 15만 1,118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2~3년에 한 번 낼까 말까 한 가입비 1~2만 원을 내리는 것보다는 요금제 개선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이미 일반 휴대폰 가입자 수를 넘어섰으며, 1인당 데이터 사용량도 세계 평균(약 200MB)에 4.5배에 이른다.
또한, 정부와 이통사뿐만 아니라 단말기 제조사도 나서야 한다. 가계 통신비 지출 중 일부분은 단말기 분납금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휴대전화 개통 방식은 대부분 단말기 할부 원금을 매달 통신요금에 더하는 방식인데, 최근에는 70~80만 원 이상인 고가 스마트폰이 대다수라 그만큼 통신요금이 올라간다.
이번 가입비 인하는 가계 통신비를 줄이겠다는 좋은 취지에서 나온 움직임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피부로 느낄지는 의문이다. 그러므로 스마트폰 단말기 가격이나 데이터 사용량 증가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정부와 이통사, 단말기 제조사 등의 노력과 함께 소비자의 합리적인 통신 소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