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건 애국심 마케팅 뿐? 모토로라 모토X
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은 것이 모토로라의 최신 스마트폰 '모토X(MotoX)'이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애국심 마케팅' 외에는 남은 게 없었다. 현재 모토로라가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모토로라가 1일(현지시각) 자사의 최신 스마트폰 모토X를 공개했다. 모토X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자 취향에 맞춘 다양한 커스텀 기능이다. 모토X를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18가지 색상의 케이스와 나무 케이스 등 총 19가지 케이스를 지정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제품 곳곳의 색상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케이스 선택을 완료하면 모토로라 텍사스 공장에서 제품을 제작해 사용자에게 4일 만에 전달한다(AT&T 기준). 이런 시스템을 모토로라는 'Designed by you, Assembled in U.S.A(디자인은 당신이, 제작은 미국이)'라고 표현했다.
사양은 최신 스마트폰치고 조금 떨어진다. 4.7인치 HD해상도(1,280x720)의 AMOLED 디스플레이(선명도 316PPI)와 2GB 메모리 그리고 모델별로 16GB 또는 32GB의 저장공간을 제공한다. 또, 1,000만 화소 후면 카메라와 2200mAh의 일체형 배터리를 탑재했다. 제품재질은 플라스틱이고, 무게는 130g. 외부에 따로 버튼이 없는 온 스크린 버튼 방식(화면에 메뉴, 홈 등 버튼이 포함된 방식)이며, 50GB의 구글 드라이브 저장공간을 기본 제공한다. 당연히 LTE도 지원한다.
프로세서는 조금 독특하다. 모토로라 'X8 모바일 컴퓨터 시스템'이라는 독특한 기법을 채택했다. 얼핏 들으면 옥타(8)코어 프로세서를 채택한 것 같지만, 실은 한세대 전 모바일 프로세서인 퀄컴 '스냅드래곤S4 프로'의 변종이다. X8 모바일 시스템은 스냅드래곤S4 프로에 퀄컴의 1.7GHz 듀얼코어 프로세서(스냅드래곤S4로 추정)를 추가한 프로세서다.
스마트폰 실행은 스냅드래곤S4 프로가 전담한다. 그렇다면 듀얼코어 프로세서는 왜 붙인 걸까. 모토X의 고유 기능인 'natural language processing(자연어 처리 기술)'을 실행하기 위해서다. 자연어 처리 기술이란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 음성만으로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기술이다. 전력을 적게 소모하면서 음성명령을 빨리 처리하기 위해 이런 독특한 구조를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4.2 젤리빈이고, 가격은 통신사와 약정계약을 맺은 것을 기준으로 200달러(16GB), 250달러(32GB)다. 참고로 갤럭시S4와 아이폰5(16GB)의 경우 200달러, HTC원의 경우 100달러다. 타사의 최신 스마트폰과 유사한 가격이다. 일부 외신을 통해 전해졌던 넥서스4급으로 저렴한 가격은 실현되지 않았다. (물론 언락폰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기에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1일부터 미국에서 주문을 받고, 곧 유럽으로 확대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출시는 미정이다(사실 출시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 순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모토X 퓨어 구글 버전'도 출시 준비 중이다.
모토로라의 계획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성능 및 가격 무엇으로든 사용자를 만족시키기 쉽지 않아 보인다. 모토X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게 독창적이면서 잘 활용하면 충분히 유용할 자연어 처리 기술이 아닌, Designed by you, 'Assembled in U.S.A'라는 게 서글프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