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자동초점,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필자는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을 좋아한다. 학창시절 취미는 사진 촬영 및 다큐멘터리 제작이었다. 이 덕에 촬영기법이나 카메라 이론 등을 공부하고, 일반인보다 조금 더 많이 알게 됐다. 그런데 도저히 혼자서 공부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바로 자동초점(이하 AF)이 작동하는 원리다. 이런 이유에서 캐논 코리아에서 기술 분야를 담당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카메라 교육을 하는 황종환 사원을 만나 AF를 주제로 공부하고 왔다.
위상차 AF와 콘트라스트 AF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AF 방식은 위상차 검출방식(위상차 AF)과 콘트라스트 검출방식(콘트라스트 AF)이다. 위상차 AF는 과거 필름 카메라(SLR)부터 적용되던 기술이다. 피사체에서 반사된 빛(이미지)이 렌즈로 들어오면 렌즈 뒷부분에서 이 빛을 나눠 카메라 내부에 있는 두 개 이상의 AF 센서로 각각 보낸다. AF 센서는 이 빛이 센서 위에서 서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계산하고, 렌즈를 움직여 두 빛의 거리가 최적 값에 맞도록 조절해 초점을 맞춘다. 주로 DSLR 카메라에 사용되는 방식으로 초점을 맞추는 속도가 빠르다. 참고로 이런 방식을 'TTL(Through the lens) 위상차 AF'라고 한다. 렌즈를 통과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TTL 위상차 AF는 콤팩트 카메라나 미러리스 카메라에 적용하기 어렵다. 카메라 내부 공간이 작아 렌즈와 센서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깝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일부 콤팩트 카메라는 외부에 센서를 장착해 위상차 AF를 적용하지만, 대부분은 콘트라스트 AF를 적용한다. 이미지 센서를 AF 센서로 사용하기 때문에 카메라 내부 공간이 작아도 적용할 수 있다.
콘트라스트 AF는 피사체의 대비, 즉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차이를 구별해 초점을 잡는 방식이다. 초점이 정확하게 맞으면 이미지 윤곽이 뚜렷해 콘트라스트(대비)가 높아지고, 초점이 맞지 않으면 윤곽이 흐려져 콘트라스트가 낮아진다. 콤팩트 카메라 사용 시 반셔터로 초점을 맞추면 액정 화면에 나타나는 이미지가 흐려지고 선명해짐을 반복하다 초점이 맞는 것을 볼 수 있다. 카메라가 렌즈를 움직이며 콘트라스트가 가장 높은 곳을 찾는 과정이다.
이 방식 위상차 AF보다 초점이 정확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초점을 잡는 속도가 느리다. 위상차 AF는 AF 센서에 들어온 빛을 계산해 렌즈를 앞으로 움직일지 뒤로 움직일지 결정하면 되지만, 콘트라스트 AF는 렌즈를 앞뒤로 모두 움직여가며 정확한 초점을 찾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지 센서가 크다는 점도 초점 잡는 속도를 떨어트린다. 캠코더나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이미지 센서는 크기가 작아 이미지를 분석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미러리스 카메라처럼 대형 이미지 센서를 장착한 카메라는 이미지에 담겨있는 정보가 많아 이를 분석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그만큼 초점 잡는 속도도 느려진다.
최근 출시되는 DSLR 카메라는 라이브뷰(Live View) 기능을 갖춘 제품이 대다수다. 뷰파인더가 아닌 액정 화면으로 피사체를 보면서 사진 및 동영상을 촬영하는 방식이다. 라이브뷰 촬영 시 이미지 센서와 렌즈 사이를 막고 있던 거울이 완전히 개방되고 빛이 직접 이미지 센서에 닿는다. 위상차 AF방식의 DSLR 카메라도 이때는 콘트라스트 AF방식을 사용하는 것이다. 라이브뷰 사용 시 초점은 정확히 잡히지만, 초점 속도는 뷰파인더를 보고 촬영하는 것보다 느리다. 때문에 정물사진이나 초상사진, 동영상 촬영 등 일부 촬영에서만 쓰인다.
하이브리드 AF
DSLR 카메라의 라이브뷰 기능을 사용하는 일반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기존 콘트라스트 AF 방식도 함께 진화했다. 콘트라스트 AF의 정확성을 유지하면서 위상차 AF의 속도를 가져온 것이다. 이미지 센서 위에 위상차 AF 센서를 함께 장착한 하이브리드 AF 방식이다. 이미지 센서는 수 많은 촬상소자(다이오드)가 박혀있고, 이것이 빛을 전기 신호로 바꿔 사진을 만든다. 하이브리드 AF는 이 소자 중 일부를 위상차 센서로 바꿔 장착한 것이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캐논 EOS 650D가 있다. 이 장비에는 하이브리드 CMOS AF 1이라는 이미지 센서가 탑재됐다. 이 센서는 AF기능 구동 시 초점이 맞지 않은 상태에서 정확한 초점 근처까지는 위상차 AF를 사용하고, 이후 정확한 초점을 잡을 때는 콘트라스트 AF를 사용한다. 기존 콘트라스트 AF가 초점을 맞추기 위해 렌즈를 앞 뒤로 움직이는 시간을 줄였다. 또한, 동영상 촬영 시 이미지 센서에 있는 위상차 센서가 작동해 초점이 움직이는 피사체를 따라 움직인다. 올해 초에는 하이브리드 CMOS AF 1을 발전시킨 하이브리드 CMOS AF 2를 개발해 EOS 100D에 탑재하기도 했다.
하이브리드 AF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촬상소자 일부를 AF센서로 바꾸기 때문에 그만큼 정보가 손실된다. 원래 빛을 인식해 전기신호로 바꿔야 할 부분이 빛을 인식할 수 없게 바뀌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 손실된 부분은 주변의 다른 이미지 정보를 가져와 채운다.
듀얼픽셀 CMOS AF
그런데 얼마 전 캐논이 이런 하이브리드 AF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AF방식을 선보였다. 바로 EOS 70D에 탑재된 '듀얼픽셀 CMOS AF'라는 센서다. 기존 하이브리드 AF처럼 위상차 센서를 이미지 센서에 박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센서 자체를 위상차 센서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미지 센서의 촬상소자 하나를 둘로 나눠 각각의 소자가 빛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것이 위상차 센서처럼 작동해 초점을 맞춘다. 캐논 관계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두 개의 눈'이다. 이런 소자가 이미지 센서 전체에 박혀있다.
라이브뷰로 사진을 찍을 때도 초점을 빠르게 잡을 수 있으며, '촬상소자 = AF 센서'이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AF에서 발생하는 화질저하 문제도 없다. 또한, 동영상 촬영 시 AF 트래킹(초점이 움직이는 피사체를 따라 이동하는 기술) 성능도 더 향상됐다. AF 센서가 하이브리드 AF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DSLR 카메라를 사용해오던 사람은 보통 뷰파인더를 보고 찍는 것을 선호한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라이브뷰 사용 시AF 속도가 느리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라이브뷰 AF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특히 동영상 촬영에 DSLR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으니 이에 맞춰 앞으로 더 발전된 AF 기술도 나오리라 본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