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의 노트북, 델 에일리언웨어14

이상우 lswoo@itdonga.com

요즘 출시되는 노트북을 보면 태블릿PC만큼 작고 가벼워 휴대하기 좋으면서, 성능은 태블릿PC보다 월등한 '울트라북'이 대부분이다. 즉 휴대성과 업무 생산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노트북의 크기와 성능은 정비례 관계다. 크기가 작으면 성능 및 확장성이 떨어지고, 크기가 커지면 그만큼 높아진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휴대성에 더 집중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아직까지 휴대성보다 성능에 더 비중을 두는 사람들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하드코어 게이머(Hardcore Gamer)다.

얼마 전 델(DELL)이 이런 사용자를 위해 '게이밍 노트북의 새로운 기준'을 제창하며 노트북 2종을 선보였다. 바로 '에일리언웨어(Ailienware)14'와 '에일리언웨어17'이다. 이름부터 거창하다. 직역하면 '외계인의 제품'이다. 도대체 어떤 물건이길래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필자가 직접 사용해봤다.

델 에일리언웨어 14
델 에일리언웨어 14

조금 과장해서 현존 최고사양 노트북

에일리언웨어14는 인텔 4세대 코어 i7 4900MQ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이는 인텔이 내놓은 최신 프로세서 '하스웰'이다. 하스웰은 기존 3세대 프로세서(아이비브릿지)와 같은 제조공정(22나노)이지만 전력소모량(최소 6W)이 적고 내장 그래픽 성능이 강화된 프로세서다.

인텔은 전통적으로 새로운 프로세서를 내놓을 때마다 연산속도 향상을 중시했지만, 이번에 나온 4세대 코어의 경우, 2세대(샌디브릿지)에서 3세대로 변한 것보다 연산속도 향상 폭이 작다. 하지만 연산속도 '향상 폭'이 줄었다는 것이지 속도 자체는 아주 우수하다. 실제로 i7 4900MQ는 현존하는 노트북용 프로세서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다. CPU 클럭(clock, 초당 연산 속도, 1GHz는 초당 10억 번 연산한다는 의미)은 2.8GHz며, 최대 클럭은 3.8GHz다. 그래픽카드는 내장 그래픽(HD4600) 외에 엔비디아 지포스 GTX 765M을 장착했다.

그래픽카드 역시 하이엔드 급이다. 운영체제는 윈도7이다. 윈도8이 아니라 의아해할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윈도8은 일부 게임과 호환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에일리언웨어는 이런 문제점 때문에 제품 구매 시 사용자가 윈도8과 윈도7 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메모리(RAM)는 16GB며, 저장장치로 500GB HDD(리뷰용 제품)를 장착했다. 참고로 델 공식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750GB HDD(7,200RPM SATA3)와 캐시 및 버퍼용 64GB SSD를 갖췄다.

델 에일리언웨어 14
델 에일리언웨어 14

윈도 운영체제(비스타 이상)에는 PC의 전반적인 성능을 측정할 수 있는 'Windows 체험 지수(이하 체험 지수)'라는 기능이 있다. 이를 사용하면 자신의 PC 성능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윈도7은 7.9점 만점, 윈도8은 9.9점 만점이다. 만점에 가까울수록 성능이 우수하며, 종합 접수는 가장 낮은 점수로 결정된다.

*항목별 의미
프로세서: CPU가 1초에 얼마나 계산할 수 있는지
메모리: 램(RAM)이 1초에 얼마큼 작업할 수 있는지
그래픽: 윈도 에어로(Windows Aero, 윈도 시각효과) 환경에서 2차원 그래픽 사양
게임 그래픽: 3차원 비즈니스 및 게임 그래픽 사양
주 하드 디스크: 저장장치의 데이터 전송 속도

델 에일리언웨어 14
델 에일리언웨어 14

에일리언웨어의 체험 지수는 만점에 가까운 7.4점이다. HDD 전송속도는 만점이며, 프로세서(7.7), 메모리(7.8) 등에서 높은 점수를 보였으며,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항목은 그래픽과 게임 그래픽(7.4)이다. 명실공히 최고사양 노트북이라 부를 만하다.

게임 성능 테스트

실제 사용 성능은 어떨까? 게임을 통해 실제 성능을 시험해봤다. 게임은 CPU, 메모리, 저장장치, 그래픽카드 등 컴퓨터 부품을 전체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성능을 시험하는 방법으로 자주 쓰인다. 이번 시험에 사용한 게임은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 '데빌 메이 크라이', '크라이시스 3', '프로토타입 2' 등이다. FPS(Frame per second, 초당 화면 표시 수, 높을수록 화면이 부드럽게 움직인다)를 측정은 프랩스(Fraps)를 사용했다.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

스카이림의 권장사양은 CPU 쿼드코어 이상, 메모리 4GB 이상, 그래픽카드는 자체 메모리 1GB 이상 이다. 최고사양은 이보다 더 높다. 스카이림 모든 그래픽 설정을 최고사양으로 맞추고 안티얼라이싱(Anti-Aliasing, 외곽선을 더 부드럽게 만드는 그래픽 기술) 8배로 적용해 실행해봤다. 아주 멀리 있는 지형도 잘 보였으며, 눈이나 비 등의 기상효과도 원활하게 표현됐다. 뿐만 아니라 먼지, 혈흔 등의 세부적인 표현도 섬세하게 묘사됐다. 평균 FPS는 30~40 정도였고, 많은 적과 전투하거나 효과가 화려한 기술을 사용해도 FPS가 떨어지지 않았다.

스카이림
스카이림

데빌 메이 크라이

데빌 메이 크라이 PC버전의 권장 사양은 CPU 쿼드코어 이상, 메모리 4GB 이상이며 그래픽 카드는 AMD 라데온 HD6950급 이상이어야 한다. 그래픽 품질을 높음으로 맞추고 그림자, 안티얼라이싱 등의 기능을 모두 적용한 상태로 게임을 실행했다. 평균 FPS는 80~90으로 나왔고, 무기를 휘두를 때 나타나는 효과도 화려하게 표현됐다. 또한, 불꽃이 이글거리거나 재(ash)가 날리는 모습 등도 섬세하게 표현됐다.

데빌 메이 크라이
데빌 메이 크라이

크라이시스 3

크라이시스 3는 쿼드코어 프로세서 이상, 메모리 4GB 이상, 그래픽카드는 자체 메모리 1GB 이상이어야 한다. 그래픽 성능을 최고로 설정하고 안티얼라이싱 8배를 적용해 실행해봤더니 FPS가 15 정도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게임을 진행하기 힘든 정도다. FPS 저하 원인은 안티얼라이싱이다. 안티얼라이싱을 끈다면 다른 그래픽 옵션을 최고로 설정해도 게임을 원활하게 즐길 수 있다. 사실 안티얼라이싱은 얻을 수 있는 그래픽 효과에 비해 FPS를 많이 저하시키는 기술이다. 안티얼라이싱을 끄고 해상도를 높였을 때 더 화질이 좋다고 말하는 게이머도 있다. 굳이 크라이시스 3에 안티얼라이싱을 적용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제품대신 다른 제품을 사야겠다.

크라이시스 3
크라이시스 3

프로토타입 2

프로토타입 2는 쿼드코어 프로세서 이상, 메모리 4GB 이상, 그래픽카드는 GTX460급 이상이어야 한다. 그래픽 설정에서 수직동기화, 안티얼라이싱 등을 모두 최대로 적용하고, 그래픽 성능 역시 최고로 설정해 게임을 실행했다. FPS는 40정도로 유지됐으며 수 많은 적과 싸울 때도 FPS가 떨어지지 않았다. 아주 멀리 있는 지형지물도 잘 묘사됐고, 혈흔, 불꽃, 폭발 등 다양한 오브젝트도 현실감 있게 나타났다.

프로토타입 2
프로토타입 2

외계인의 지휘통제실

에일리언웨어는 '에일리언 커맨드센터'라는 PC 관리 프로그램을 갖췄다. 여기에서 '에일리언 FX', '에일리언 퓨전', '에일리언 터치', '에일리언 아드레날린'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에일리언 FX는 제품 각 부분의 조명 색상을 부위 색상을 사용자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는 메뉴다. 키보드, 전원버튼, 터치패드 등 다양한 부위의 색상을 변경할 수 있다. 특히 키보드는 부위별로 색상을 다르게 만들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각 키보드 영역을 색으로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 중에 서로 멀리 떨어진 자판 위치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델 에일리언웨어 14
델 에일리언웨어 14
델 에일리언웨어
14
델 에일리언웨어 14

에일리언 퓨전은 전원관리 항목이다. 프로세서, HDD, 그래픽 등 다양한 세부항목의 전원 공급(고성능, 절전 등)이나 냉각 성능 등을 설정할 수 있으며, 이렇게 설정한 전원관리 구성을 저장하고 필요에 따라 불러와 사용할 수 있다.

에일리언 터치는 터치패드 관리 항목이다. 마우스 연결 시 자동으로 터치패드가 꺼지도록 설정할 수 있으며, 터치패드의 감도 등을 조절할 수 있다. 때문에 키보드 입력 시 손바닥이 터치패드에 닿아 마우스가 마음대로 움직이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 터치패드 스크롤 기능도 설정할 수 있다. 일반적인 터치패드는 우측과 하단에 손가락을 올리고 상하/좌우로 움직여 마우스 휠처럼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에일리언웨어는 이 스크롤 부분의 넓이를 터치패드의 1/3까지 넓힐 수 있다.

에일리언 아드레날린 항목은 성능 모니터링 및 각 게임 별 세부설정을 지정할 수 있는 항목이다. CPU의 각 *스레드(Thread) 상태, 그래픽카드 사용량 등을 그래프 형태로 확인할 수 있다. 모니터링한 내용을 저장할 수도 있어 게임이 끝나고 PC의 어떤 부분에 과부하가 걸렸는지, 어떤 성능이 모자랐는지 검토할 수 있다. 게임마다 세부 설정을 저장해 필요에 따라 불러올 수 있는 기능도 있다. 각 게임마다 필요한 음성채팅 프로그램, 모니터링용 프로그램, 확장 프로그램, 성능 가속 프로그램 등을 지정해 게임 시작 시 자동으로 불러올 수 있으며, 앞서 말한 에일리언 FX도 게임마다 다르게 설정해놓을 수 있다.

*스레드: CPU에서 실제 연산을 수행하는 영역, 일반적으로 CPU 코어 수와 스레드 수는 같다. 인텔의 CPU는 '하이퍼스레딩(Hyper Threading)'이라는 기술로 코어 하나를 두 개로 인식시켜 성능을 높이기도 한다.

델 에일리언웨어 14
델 에일리언웨어 14

휴대는 조금 부담스러워…

제품 크기는 334x255x40mm이며 무게는 2.9kg이다. 대학교 전공서적 한 권 크기와 맞먹는다. 필자는 이 제품을 취재 시 딱 한번 사용했는데 그 이후로는 들고 다니지 않는다. 크기는 휴대할 만하지만, 카메라, 노트, 렌즈, 전원 어댑터 등을 함께 넣어 다니면 엄청나게 무거워진다. 델 관계자는 이 정도 성능을 갖추기 위한 최소한의 크기와 무게라고 말했다. 사실 성능을 보면 이런 크기도 이해할만하다. 게다가 튼튼하다. 제품 외부는 알루미늄과 마그네슘을 깎아 제작해 견고하고, 강한 충격에 대비해 키보드를 강판으로 보호했다. 이러니 무거움을 감수할 수밖에.

델 에일리언웨어 14
델 에일리언웨어 14

소음도 조금 심하다. 일반 사용 시에는 문제없지만 고사양 게임을 실행하면 소형 헤어드라이어 하나를 켜놓은 정도다. 성능이 좋은 만큼 발열이 생기고, 이를 냉각하기 위하서다.

제품 좌측에는 Mini DP(Display Port, 영상 출력 방식 중 하나), HDMI, USB 3.0단자 2개 등을 갖췄다. USB 단자 중 하나(번개모양)는 제품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도 스마트폰 등을 충전할 수 있다. 제품 우측에는 멀티카드 리더, 유선 랜 단자, USB 3.0단자, ODD(듀얼 레이어 블루레이 리더) 등을 갖췄다. 다양한 입출력 단자를 갖췄지만, 가장 범용성 높은 D-SUB는 지원하지 않는 점은 조금 아쉽다.

델 에일리언웨어 14
델 에일리언웨어 14

풀HD 해상도와 IPS 디스플레이

요즘 나오는 13~14인치 제품의 해상도는 대부분 1,366x768이지만, 이 제품은 풀HD(1,920x1,080) 해상도를 지원한다. 해상도가 높으면 화면에서 한 번에 볼 수 있는 범위가 넓고 웹 브라우저, 파워포인트 등 창 여러 개를 동시에 열어놓고 사용할 수도 있다. 게임 할 때도 보이는 범위가 더 넓다. 제품 화면은 눈부심 방지 LCD를 적용했으며, IPS 방식 패널을 사용해 시야각이 넓고 야외 시인성도 높다(모델에 따라 TN패널과 1366x768을 적용한 제품도 있다).

델 에일리언웨어 14
델 에일리언웨어 14

화면 아래에는 스테레오스피커가 있다. 저음은 좀 가볍지만, 전체적인 음역대에서 괜찮은 소리가 들린다. 노트북 스피커치고 괜찮은 성능이다. 또한, 스테레오스피커 왜에 서브우퍼를 내장해 더 공간감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밖에 음장 기술로 돌비 홈씨어터 V4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게임, 영화, 음악 등의 상황에 맞는 소리로 설정할 수 있다.

델 에일리언웨어 14
델 에일리언웨어 14

게이머라면 탐낼만하다

지금까지 에일리언웨어를 살펴봤다. 이 제품은 현존 최강 노트북이라 불러도 손색없다. 가격은 사양에 따라 165만 원부터 253만 원까지 다양하다(2013년 7월 기준). 그래픽카드, CPU, 메모리 등이 조금씩 다르다. 필자가 사용했던 제품은 CPU와 그래픽카드를 기준으로 가장 비싼 제품과 동일한 사양이다. 제품을 보지 않고 가격만 본다면 상당히 비싸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써보면 안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이다. 자신이 즐기는 게임에 숨어있는 1%의 그래픽 성능을 보고 싶은 게이머라면 이 제품을 추천한다.

델 에일리언웨어 14
델 에일리언웨어 14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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