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웰과 울트라북, 그리고 컨버터블PC
PC에 들어가는 CPU(중앙처리장치)를 개발, 생산하는 인텔(intel)은 명실공히 세계 최고, 최대의 반도체 업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데스크탑, 노트북 등은 십중팔구 인텔 CPU를 채택하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모바일 기기가 IT 시장을 완전히 접수하기 전까지만 해도 인텔은 전세계 IT 트렌드를 이끄는 선봉 세력이었다.
인텔의 창립자인 고든 무어(Gordon Moore)는 자신의 이름을 딴 '무어의 법칙'을 통해, 마이크로프로세서는 18개월마다 처리 성능이 2배씩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PC의 성능은 약 5년마다 10배, 10년마다 100배씩 개선된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이러한 발전 속도에 따라 이제 PC의 (하드웨어의 사양적)성능은 소프트웨어가 따라오지 못할 만큼 이미 월등한 수준에 올랐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사용자들도 이제는 더 이상 PC 성능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 와중에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등장하여 PC의 역할을 일부 대체함으로써 견고했던 PC 시장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작년을 기점으로 PC 시장은 확연한 하락세에 접어들며 최근에는 위기론까지 대두되기에 이른다. 국내 시장조사기관인 날리지리서치그룹(KRG)의 시장조사서에 따르면, 국내 PC 시장은 전년대비 6.5% 하락하며 2조 3,800억 원대를 기록했는데, 올해에는 2조 2,000억 원대, 2014년에는 2조 원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이러한 하락세는 소폭에 그치리라 예상된다. 어찌 됐든 모바일 기기가 PC 시장을 완전히 잠식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모바일 기기와 PC는 주 사용 목적에서 명확히 구분된다). 다만 또 다른 형태의 모바일 기기가 출연해 PC 시장을 위협할 가능성은 적지 않다. 이에 인텔을 중심으로 한 PC 제조사는 이들 모바일 기기에 대적할 만한 외형/디자인의 노트북을 제시했다. '울트라북'과 '컨버터블PC'다.
태블릿PC 닮은 노트북, 울트라북/컨버터블PC
울트라북은 두께가 얇고 무게가 가벼운 노트북을 생산하기 위해 인텔이 지난 2011년에 제안한 노트북 기술이다. 여기에는 CPU와 이를
제어하는 메인 칩셋 등이 포함된다. 일반 노트북 플랫폼보다 성능을 약간 낮추면서 크기를 발열을 대폭 줄여 얇고 가벼운 노트북을 생산할 수
있다. 기존의 노트북 두께보다 절반 정도 얇고 무게도 1kg 남짓이라 외형상 태블릿PC와 유사하다(10인치급 태블릿PC는 700~900g).
최근에는 제품 디자인과 기본 사양을 대폭 강화한 양질의 울트라북이 출시되면서 침체된 노트북 시장에 활력이 되고 있다. LG전자 울트라북
Z360 시리즈(사진)가 대표적이다. 특히 13인치 울트라북으로는 이례적으로 풀HD(최대 해상도 1,920 x 1,080) IPS
디스플레이를 채택해 선명하고 깨끗한 화질을 제공한다. 각 제조사의 울트라북마다 특별한 차별점이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특징은 제품 선택에 좋은
기준이 된다.
한편 컨버터블(convertible, 변환 가능)PC는 태블릿PC와 노트북의 특징을 적절히 배합한 노트북 시리즈다. 노트북처럼 키보드가 달려 있지만, 이를 분리하거나 화면 뒤로 뒤집을 수 있어 태블릿PC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물론 키보드를 떼지 않고 접는 제품의 두께는 태블릿PC보다 두툼하다. 눈에 띄는 컨버터블PC로는 역시 LG전자의 '탭북'을 꼽을 수 있다. 본체 좌측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솟아 올라 키보드를 사용할 수 있으며 접으면 태블릿PC 형태가 된다. 이 같은 특징으로 키보드 입력 작업이 많은 사용자에게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들 울트라북과 컨버터블PC는 MS 윈도 운영체제를 채택해 대중적인 활용성 측면에서 애플 iOS, 구글 안드로이드 태블릿PC보다 훨씬 유연하다. MS오피스, 아래아한글 등을 이용한 문서작업 위주의 업무 환경에서는 울트라북/컨버터블PC의 존재는 더욱 강조된다.
하스웰은 무엇?
인텔이 이번에 내 놓은 4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하스웰(Haswell)'이라는 코드명으로 주로 불린다. 3세대는 '아이비브릿지(Ivy
Bridge)', 2세대는 '샌디브릿지(Sandy Bridge)'로 각각 불렸다. 하스웰은 기존 아이비브릿지의 기본 골격(제조공정)은
유지하되 전력 소모량은 줄이고 그래픽 처리 성능은 대폭 강화됐다. 하스웰에 내장된 그래픽 장치인 '인텔 HD그래픽 5000' 시리즈는
전작보다 최대 50%의 그래픽 성능 향상을 얻는 것으로 발표됐다. 즉 노트북, 울트라북, 컨버터블PC 등에 장착될 경우 배터리 사용 시간이
좀더 늘어나고 그래픽 처리 성능도 향상된다. 이에 따라 하스웰이 장착된 울트라북, 컨버터블PC에 본격적으로 출시되면 태블릿PC의 침공에 능히
선전하리라 기대된다.
다만 PC 자체에 대한 사용자의 관심도가 이전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어, 새로운 CPU가 출시되더라도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게 문제다. IT에 대한 관심이 CPU 등의 '기술 중심'에서 모바일과 온라인 등의 '서비스 중심'으로 완전히 돌아섰기 때문이다. 각 부품의 성능이 전반적으로 향상돼 사용자들도 과거와 달리 CPU 등의 주요 사양보다는 디자인이나 기능, 차별점 등을 따지는 추세다. 앞서 언급한 LG전자 울트라북과 탭북이 침체된 시장에서 인기리에 판매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PC용 CPU는 이후로도 5세대, 6세대, 혹은 다른 시리즈로 계속 선보일 테지만, 과거 PC의 부흥을 이끌 수 없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PC는 이제 '특별한 것'이 아닌 '일반적인 것'이 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스마트폰, 태블릿PC 역시 그러한 단계를 거치고 있다. 시장이 어쨌든 그래도 일정 수량은 변함 없이 생산되고 또 판매된다. 결국 이 상황에서 사용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기준은 성능도 기술도 아닌 '사용자 경험'이다.
하스웰과 울트라북, 컨버터블PC
스마트폰/태블릿PC의 공세에 맞서는 울트라북/컨버터블PC의 전략은 성능을 바탕에 둔 다양한 사용자 경험이 돼야 한다. 모바일 기기에 비해
좀더 생산적인 작업(문서 작성, 미디어 편집)과 다양한 여가 활용(온라인 게임, 영화/음악 감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저렴한
가격, 빠른 성능이 PC의 선택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그건 기본이니 여기에 독창적 디자인, 탁월한 화질과 음질, 사용자 편의 기능 등이 PC
시장의 미래를 결정하리라 예상된다. 울트라북과 컨버터블PC가 출연하게 된 이유도 성능 향상, 가격 절감이 아닌 사용자 환경/경험 충족이다.
스마트폰이 IT 혁명을 일으킨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인텔에게는 대단히 아쉬운 흐름이지만 이제 PC 시장의 안전한 미래를 담보할 주인공은 더 이상 그들이 그동안 강조했던 '데이터 처리 능력'이 아니다. 이에 인텔이 앞으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가 관건이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