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인간과 컴퓨터를 더 가깝게'

이상우 lswoo@itdonga.com

스마트폰은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기기 중 가장 많은 센서를 탑재한 제품이다. 움직임을 감지하는 가속도 센서, 기울기를 감지하는 자이로스코프 센서, 주변 밝기를 감지하는 조도 센서 등은 우리에게 이미 익숙하다. 최근에는 기압, 습도, 온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환경 센서도 탑재돼 사용자가 다양한 방면으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센서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부피가 커서 활용도가 낮았다. 그런데 손바닥 만한 스마트폰에 이렇게 많은 센서를 넣을 수 있게 된 것은 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 이하 멤스)라는 초소형 정밀기계 기술 덕분이다.

멤스 기술은 동작, 가속도, 기울기, 진동 등 여러 동작을 측정하는 센서에 적용돼 자동차 에어백, 잉크젯 프린터 헤드 등 산업 전반에 적용돼왔으며, 최근에는 스마트폰, 의료, 무선통신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이하 ST마이크로)는 세계적인 규모의 반도체 및 센서 생산업체로, 지난 2010년 처음으로 멤스 마이크(microphone)를 출시해 2,100만 달러 규모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모션 멤스(가속도, 자이로스코프, 지자계 센서 등) 같은 스마트폰용 센서가 주력 제품이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iSuppli)가 지난 2012년 하반기 발표한 자료를 보면 ST마이크로의 멤스를 탑재한 모바일기기는 iOS 75%, 윈도 54%, 안드로이드 31%에 이른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베네데토 비냐 수석
부사장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베네데토 비냐 수석 부사장

2013년 6월 18일, ST마이크로 베네데토 비냐(Benedetto Vigna) 수석 부사장이 강남 교보타워에 있는 한국 지사를 방문해 자사를 소개하고 멤스 기술과 앞으로의 로드맵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ST마이크로는 전체 직원의 20% 이상(약 1만 1,000명)이 연구직에 종사할 만큼 R&D 분야에 많이 투자하는 회사다. 또한, 아시아와 유럽에 생산시설 12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생산시설은 웨이퍼 생산 및 조립, 테스트 과정까지 갖췄다. 제조시설과 R&D 모두 자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베네데토 비냐는 "경쟁사 대부분은 특정 분야의 멤스만 제조하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만 머무른다"며 "반면, ST마이크로는 모션 멤스, 음향 멤스, 프로세서 등 다양한 기술을 가지고 있어 이를 융합해 다양한 센서를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과 헤드폰을 통해 박물관에서 사용자가 보고 있는 작품의 정보를 헤드폰으로 듣는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적외선 센서 기술을 적용한 손 대지 않는
터치
적외선 센서 기술을 적용한 손 대지 않는 터치

ST마이크로는 지난해까지 모션 멤스 분야에서 강세를 보였다. 자이로스코프 센서를 휴대폰 카메라에 탑재해 사진이 흔들려도 이를 보정해주는 기술을 선보였으며, 자동차 에어백에 탑재되는 가속도센서를 생산하기도 했다. 올해는 분야를 넓혀 모션 멤스 여러 개를 센서 하나로 통합할 수 있도록 더 소형화할 계획이며, 고성능 음향 멤스, 동작인식 센서(Hovering touch) 등을 대량 생산할 계획이다.

ST마이크로는 멤스를 어떻게 활용하나?

멤스 센서는 헬스케어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가 가슴에 담뱃갑 크기의 장치를 부착하면 이 장치의 진동 감지 센서가 심박수를 계산해 스마트폰으로 전송한다. 전용 앱은 이를 분석해 담당 의사나 사용자에게 피드백을 줄 수 있다. 또한, 산성도, 산소, 습도, 이산화탄소 등을 검사할 수 있는 센서로 환자의 상태나 식습관은 물론 주변 환경 등을 관리할 수도 있다. 이런 장치는 전문 운동선수나 피트니스에 관심 있는 사람, 병원 업무용 인프라 구축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진동 센서를 적용한 헬스케어 장치
진동 센서를 적용한 헬스케어 장치

야외에 환경 멤스(기압, 습도, 온도 센서 등)를 탑재한 소형 기상관측기구를 설치하면, 실내에서 스마트폰으로 연결해 직접 나가지 않아도 집안에서 바깥 상황을 확인할 수도 있다. 여기에 클라우드를 적용하면 더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밖에도 스마트카에 모션 멤스를 장착해 사고가 났을 때 안전장치를 작동 시킨다든가, 소형 광학 센서와 저전력 장치로 초소형 프로젝터를 만들 수도 있다.

멤스 기술을적용한 초소형 프로젝터
멤스 기술을적용한 초소형 프로젝터

기술의 인간화를 위해

ST마이크로의 목표는 기술이 인간에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즉 기기가 인간의 행동을 인식하고 거기에 맞게 반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베네데토 비냐는 이를 '기술의 인간화'라고 표현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진정한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를 만들 것이며, 이를 통해 컴퓨터가 인간 행동의 맥락을 파악해 반응하고, 마지막으로 클라우드 등을 적용해 모든 기기와 인간이 서로 연결되는 기기(Super connected device)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베네데토 비냐 수석
부사장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베네데토 비냐 수석 부사장

여기에는 멤스 센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센서,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소형 프로세서, 이들을 연결할 수 있는 무선 통신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인간은 컴퓨터와 더 쉽게 상호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베네데토 비냐는 "ST마이크로는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멤스를 만들어왔다"며 "한국은 첨단 기술 부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도움을 받아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가 본 행사
최근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HCI(Human-Computer Interaction)가 주목받고 있다. 인간과 컴퓨터가 상호작용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인간의 생각을 컴퓨터로 전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센서가 필요하다. 1980년대 '마우스'라는 장치가 개발되면서 인간의 손동작을 그래픽으로 나타낼 수 있게 됐다. 이후 가속도센서를 탑재한 '닌텐도 위' 등의 제품이 등장했고, 2010년에는 '키넥트'처럼 인간의 행동 자체를 인식하는 제품도 나왔다. 작년에는 인간의 음성을 인식하는 '시리(Siri)'가 출시되어 인간이 직접 움직일 필요가 없게 됐다.

멤스는 다양한 센서가 작은 장치에 들어갈 수 있게 해준다. 미래에는 스마트폰 같은 장치조차 필요 없이 입는 컴퓨터처럼, 기기 자체가 인간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간단한 동작이나 생각만으로 컴퓨터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필자는 이런 상황에서 ST마이크로같은 기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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