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웰용 최상위급 메인보드, ASUS Z87-DELUXE 리뷰

김영우 pengo@itdonga.com

2013년 PC시장 최대의 화제는 역시 인텔의 4세대 코어 시리즈(코드명 하스웰)의 출시다. 4세대 코어의 출시로 인해 PC부품관련 업체들, 특히 메인보드 제조사들의 기대도 큰데, 그 이유는 4세대 코어 시리즈가 새로운 규격의 CPU 소켓을 쓰기 때문이다.

4세대 코어 시리즈에 채택된 LGA1150 소켓은 이전의 2세대(코드명 샌디브릿지)와 3세대(코드명 아이비브릿지)에서 쓰던 LGA1155 소켓과 호환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4세대 코어 CPU 기반의 PC를 마련하려면 메인보드 역시 새로운 제품을 써야한다. 이전의 메인보드를 그대로 두고 CPU만 업그레이드하고자 하는 알뜰파 사용자에게는 아쉬울 수 있으나 이런 시대의 변화를 거스르긴 힘든 일이다.

ASUS Z87-DELUXE
ASUS Z87-DELUXE

2013년 6월 현재 시중에 팔리고 있는 LGA1150 규격의 메인보드는 칩셋(메인보드의 핵심 칩) 종류에 따라 Z87 계열과 H87 계열, 그리고 B85 계열이 대표적이다. 그 중 가장 가격이 비싼 고급 사용자 지향의 제품이 바로 Z87 칩셋을 탑재한 제품이다.

ASUS Z87-DELU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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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렴한 H87이나 B85 칩셋을 탑재한 메인보드라 하더라도 4세대 코어 CPU를 꽂고 PC를 구성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고급형 메인보드가 다 그러했듯, 이런 메인보드를 찾는 사용자들은 단순히 구동만 되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더 많은 주변기기를 꽂을 수 있고 한층 다채로운 부가기능을 제공하는, 그리고 오버클러킹도 잘 되는 PC를 만들기 위해 이런 메인보드를 산다. 이번에 소개할 에이수스(ASUS)의 Z87-DELUXE(디럭스)도 바로 그런 제품이다.

고급형 메인보드답게 황금색으로 '번쩍'

Z87-DELUXE는 기판의 모양만 봐도 뭔가 비싸보이는 느낌이다(실제로도 40만원대의 고가 제품이다). 특히 황금색으로 번쩍이는(물론 실제 황금은 아니고 알루미늄 재질이다) 다수의 방열판이 눈에 띄는데, 칩셋은 물론이고 CPU 소켓 주변의 전원부도 제법 큰 방열판과 히트파이프로 감싸 발열에 대비했다. 그 외에 각종 포트나 슬롯에도 부분적으로 황금색을 도입해 시각적인 만족감을 높였다.

ASUS Z87-DELUXE
ASUS Z87-DELUXE

제품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포트 및 슬롯 구성

고급형 메인보드답게 확장을 위한 각종 슬롯이나 포트의 구성이 충실하다. 가장 눈에 띄는건 HDD나 SSD를 연결하는 SATA 포트가 10개나 되다는 것, 그리고 10개 모두 SATA3(SATA 6Gb/s) 규격이라는 점이다. SATA3는 기존의 SATA2(SATA 3Gbb/s)에 비해 최대 2배의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를 발휘하므로 특히 SSD를 사용할 경우 속도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참고로 Z87 칩셋은 기본적으로 6개의 SATA3를 지원한다. Z87-DELUXE의 경우 별도의 컨트롤러 칩을 추가해 총 10개의 SATA3 포트를 구현했다.

ASUS Z87-DELUXE
ASUS Z87-DELUXE

각종 카드형 부품을 꽂는 확장카드 슬롯의 구성도 충실하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그래픽카드를 꽂을 수 있는 PCI익스프레스x16 슬롯을 3개나 탑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 2개는 최신 규격인 3.0 규격이다(나머지 1개는 2.0).덕분에 엔비디아 SLI나 AMD 크로스파이어와 같은 멀티 GPU 시스템을 구현해 그래픽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물론 SLI나 크로스파이어를 구현하려면 2개 이상의 그래픽카드를 사야하므로 비용부담이 크다. 하지만 어차피 이런 메인보드를 사는 사람들은 '일반인'이 아니다.

ASUS Z87-DELU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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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는 사운드카드나 네트워크카드를 꽂을 때 주로 쓰는 PCI익스프레스x1 슬롯을 4개 제공한다. 다만 구형 부품을 꽂을 때 쓰는 PCI 슬롯은 없다. 최신 시스템에는 부품이나 주변기기 역시 최신으로 장만하라는 의미이니 구형 확장카드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용자라면 구매 전 참고하자.

내장형 와이파이와 6개의 USB 3.0으로 활용성 높여

후면 패널의 포트 구성도 상당히 볼만하다. 특히 USB 포트를 10개나 탑재하고 있으며 그 중 6개가 최신 규격인 USB 3.0 포트다. 최근 USB 3.0 규격의 USB 메모리나 외장하드가 다수 출시되고 있으니 이를 이용하면 기존의 USB 2.0에 비해 훨씬 빠르게 데이터의 백업을 할 수 있다. USB 3.0은 이론적으로는 USB 2.0의 10배 이상의 대역폭을 제공하는데, 실제로 써보면 속도 차이는 3배정도다. 그래도 아주 빠른 속도인 것은 사실이다.

ASUS Z87-DELUXE
ASUS Z87-DELUXE

게다가 Z87-DELUXE는 기가비트 속도의 유선랜 포트가 2개나 있으며 유선랜 케이블을 꽂지 않고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는 와이파이 기능(802.11n 규격)도 기본적으로 갖췄다. 특히 Z87-DELUXE는 스마트폰으로 PC의 화면을 제어하거나 클라우드 저장소의 이용이 가능한 Wi-Fi GO!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에 와이파이의 활용도가 높다.

내장 그래픽으로 모니터 3대 동시 출력 가능

그 외에 Z87-DELUXE의 후면 포트에는 그래픽카드를 꽂지 않고 CPU에 내장된 GPU를 통해 모니터로 화면이 출력이 가능한 영상 출력포트가 달려있다. 물론 이 정도의 메인보드를 쓰는 사용자라면 내장 GPU보다 성능이 좋은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꽂아 쓸 가능성이 높겠지만, 그래픽카드 수리 등의 상황에 내장 GPU도 나름 요긴하게 쓰인다.

ASUS Z87-DELUXE
ASUS Z87-DELUXE

Z87-DELUXE의 후면 패널에는 HDMI와 DP 그리고 미니DP를 비롯한 3종류의 영상 출력 포트가 달려있다. 3개의 출력 포트에 각각 모니터를 연결해 3개의 화면을 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D-Sub(VGA)나 DVI 같은 구형 포트는 달려있지 않기 때문에 구형 모니터 사용자라면 약간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앞에서 이야기했듯, 이정도 메인보드를 쓰는 사람이 이 포트들을 쓸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기판 곳곳에서 느껴지는 매니아들을 위한 배려

Z87-DELUXE는 시스템을 이리저리 주무르는 것을 좋아하는 고급 사용자들을 위한 제품이다. 당연히 기판 여기저기에 이들을 위한 고급 기능이 달려있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CPU 소켓을 둘러싸고 있는 16페이즈 구성의 충실한 전원부가 눈에 띈다. 보급형 메인보드가 대개 4페이즈, 나름 고급이라는 메인보드가 8페이즈 정도의 전원부를 갖춘 것을 생각해보면 차이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원부가 충실할수록 높은 수준의 오버클러킹에도 안정적인 작동을 기대할 수 있다.

ASUS Z87-DELUXE
ASUS Z87-DELUXE

전원부 외에도 오버클러킹을 위한 대비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일단 안정적으로 오버클러킹을 구현하기 위한 전용 프로세서인 'TPU', 그리고 TPU와 연동해 좀 더 편하게 오버클러킹을 할 수 있도록 돕는 TPU 스위치가 기판에 붙어있다. TPU 스위치를 이용해 TPU를 끄거나 CPU 배수 증폭(1단계), 배수와 버스 클럭 동시 증폭(2단계) 등의 설정을 간편하게 할 수 있다.

ASUS Z87-DELUXE
ASUS Z87-DELUXE

그 외에 쓰지 않는 기능에 진원을 차단해 전력 소모를 줄이는 전용 프로세서인 'EPU'도 갖췄다. EPU 기능 역시 TPU와 마찬가지로 기판 상에 기능을 켜거나 끌 수 있는 스위치를 갖추고 있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TPU나 EPU 기능은 바이오스(메인보드를 제어하는 기본 프로그램)에서도 조절할 수 있지만 Z87-DELUXE는 스위치를 함께 갖추고 있어 좀 더 편하게 해당 기능을 쓸 수 있다.

PC의 부품을 자주 교체하거나 성능 테스트를 종종하는 사용자를 위한 편의기능도 제법 눈에 띈다. 우선 기판 상에서 직접 누를 수 있는 전원 스위치와 리셋 스위치가 붙어있어서 PC케이스와의 연결 없이도 편하게 전원을 켜거나 끌 수 있다.

ASUS Z87-DELUXE
ASUS Z87-DELUXE

그리고 시스템의 현재 상황을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간이 디스플레이 장치인 'Q코드 LED'가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여기서는 현재 메인보드가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혹은 어떤 상황인지를 4자리의 코드로 표시한다. 이를 이용해 오작동 시에 그 원인이 무엇인지도 파악할 수 있으므로 수리 작업에도 유용하다.

ASUS Z87-DELUXE
ASUS Z87-DELUXE

그 외에 오버클러킹이나 시스템 튜닝을 하기 위해 자주 이용해야하는 바이오스 관련의 부가 기능도 충실하다. 기판 상에 다이렉트키(DirectKey)와 클리어CMOS(ClearCMOS) 버튼이 있는데, 다이렉트 키 버튼을 누르면 어떤 상황에서도 곧장 바이오스 메뉴로 이동할 수 있다. 그리고 클리어CMOS 버튼을 누르면 바이오스의 설정 값이 초기화되므로 잘못된 설정 때문에 PC가 켜지지 않을 때 유용하다.

'가성비'로는 평가할 수 없는 제품

사실 에이수스의 Z87-DELUXE는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메인보드라고는 하기 힘들다. 2013년 6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40만원 정도를 줘야 살 수 있을 정도다. 일반적인 Z87 칩셋 기반의 메인보드는 20만원대면 살 수 있으며, 이보다 아랫급인 H87이나 B85 칩셋 기반의 메인보드라면 10만원 대의 제품도 많다.

ASUS Z87-DELUXE
ASUS Z87-DELUXE

하지만 어차피 이 제품은 일반적인 소비자를 위한 메인보드가 아니다. 오버클러킹을 자유자재로 하고, 부품 교체도 '밥 먹듯' 하는 일부 고급 사용자를 위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차피 이런 소비자라면 굳이 Z87-DELUXE이 어떤 위치의 제품인지 말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사갈 것이다. 그리고 이런 소수의 소비자를 위한 제품군도 다양하게 내 놓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에이수스의 강점이기도 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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