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배 줌 디카로 할 수 있는 것!
소니 50배 줌 디지털카메라 사이버샷 HX300 사용기
소니가 또 하나의 괴물 디지털카메라(이하 디카)를 만들어 냈다. 본 리뷰어는 이 디카의 출시 소식을 접하고 오랜만에 기대감이 감돌았다(그래서 리뷰 기간이 이리 길었는지도 모른다). 수백 만원 대의 DSLR을 사용하고 있으면서 단 50만 원 대의 하이엔드 디카 신제품에 반가워한 이유는 2,040만 화소의 화질도, 연사 초당 10매의 촬영속도도, 풀HD 동영상(1,920 x 1,080) 촬영기능도, 최대조리개 2.8의 밝은 렌즈도, 소니의 자랑 Exmor R 이미지센서도 아닌, 바로 광학 50배 줌의 초고배율 카메라기 때문이다.
소니 사이버샷 DSC-HX300(이하 HX300).
DSLR 크기와 모양이 비슷한 하이엔드 디카다. 하이엔드 디카는 DSLR에 버금가는 촬영 기능을 갖춘 중소형 기기를 말하며, 요즘 인기 있는
'미러리스'와는 또 다른 형태의 제품군이다. 그동안 숱한 디카를 접해 봤음에도 HX300에 경탄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광학 50배 줌, 왜 이리 호들갑인가?
일단 50배 줌을 설명하기 앞서, 광학 줌(optical zoom)과 디지털 줌(digital zoom)에 대해 확실히 짚고 가야겠다.
간단히 말해 광학 줌은 렌즈를 통해 크게 보는 것이고, 디지털 줌은 그 상태에서 화상을 확대해 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광학 줌은
'선명하게' 크게 보이지만, 디지털 줌은 확대할수록 '흐릿하게' 크게 보인다. 비유컨대, 광학 줌을 '스포츠카'라 한다면 디지털 줌은
'스포츠카 모양'의 소형차라 하겠다. 결론적으로 디지털 줌은 그냥 없는 셈 치는 게 현명하다.
그럼 광학 50배 줌은 어느 정도 줌이 가능한 건가?
일반적으로 디지털 카메라의 초점거리, 즉 렌즈로부터 메모리 소자(이미지 센서)까지의 거리 35mm를 기준으로, 그보다 짧으면 광각(廣角),
길면 줌 렌즈로 구분한다. 줌 수준이 높아질수록 렌즈는 커지기 마련인데, DSLR에서 흔히 사용되는 초점거리 70-200mm 줌
렌즈(70~200까지 약 3배 광학 줌)는 몸통길이 약 20cm에 무게는 1kg에 달한다. 물론 줌 배율이 높아지면 더 커지고 더
무거워진다. 고배율 줌에 사용되는 300mm, 400mm 줌/망원렌즈는 '대포'라 불릴 만큼 거대하다.
그런데, HX300은 초점거리 35mm 기준 무려 1,200mm '초특급 울트라 하이퍼' 줌을 탑재했다. 여기에 24mm 광각 초점도 제공하니 24mm~1,200mm, 즉 정확히 50배 광학 줌 기능을 품고 있다. 그것도 성인 남자 두 주먹 합쳐 놓은 정도에 크기에. 실로 어마어마하다. 카메라 좀 만진다는 이들에게 보이면 한결 같이 놀란다. 1,200mm라니... 그것도 광학 줌으로. 이건 차라리 망원경이다.
물론 DSLR 렌즈의 성능과 품질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DSLR 렌즈가 괜히 비싼 게 아니다), 디지털 확대가 아닌 렌즈 줌으로 50배, 1,200mm 당겨 찍는다는 건 다른 유사 디카가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임은 분명하다. 이 놈을 어깨에 메고 있으면 그 어떤 위치의 어떤 피사체라도 호쾌하게 담을 수 있을 자신감이 앞선다.
찍어보자, 광학 50배 줌
호들갑은 이쯤에서 멈추고 직접 찍어 보기로 한다. 기본적인 조작이야 대부분, 아니 모든 디카가 거의 비슷할 테니 따로 언급하지 않는다. 전원
버튼을 누르면 렌즈부 앞으로 렌즈가 약간 튀어 나온다. 렌즈 경통 위 초점거리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시작은 광각 24mm다.
줌인(당기기), 줌아웃(밀기)은 셔터부의 레버를 W(Wide, 광각)측 또는 T(Tele, 망원)측으로 돌리면 된다. 최대 망원으로 돌리면 경통이 최대 6cm 정도 돌출된다. 경통에는 '1200'이라는 인상적인 숫자가 적혀 있다. 참고로 렌즈부 좌측에는 자동초첨(AF)과 수동초점(MF) 스위치가 있으니 필요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HX300을 손에 쥐고 주위를 둘러 본다. 마치 전장의 고독한 스나이퍼와 같은 심정으로.
좋다. 평소에는 접근 조차 쉽지 않았던 갈매기를 담아 보기로 한다. 새우과자 줄 때나 친한 척 사람에게 접근하지만 평소에는 5m도 다가가기 어렵다. 녀석과 나와의 거리는 약 20여 미터. 녀석은 당연히 경계의 끈을 놓은 상태다. 1200mm 줌으로 녀석의 모습을 앵글에 넣고 셔터를 누른다. 1200mm로 당겨 찍을 때는 조금만 흔들려도 사진을 망칠 수 있으니, 최대한 안정적, 고정적 촬영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아울러 소니는 HX300에 50배 줌 기능을 넣으면서 기존의 손떨림 보정 기능을 한층 강화한 광학식 보정 기능을 적용했다. 그러서인지, 아니면 그걸 인식해서인지 최대 망원 상태에서도 흔들림은 확실히 적다.
결과는 만족스럽다. 다만 HX300의 LCD로 봐서는 잘 모르고, PC로 가져와 모니터로 확인하면 광학 50배 줌의 가공할 능력을 절감한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은 녀석의 자연스러운 자태와 눈매가 마음에 든다. 마치 자연 다큐멘터리 사진작가가 된 기분이다.
다시 주위를 살핀다. 바나 건너 외딴섬이 궁금하다. 사람이 갈 수 있는 섬일까? 렌즈를 들이댄다. 힘껏 줌 레버를 당긴다. 아뿔사! 강태공이 바다 낚시를 즐기고 있다. 본의 아니게 몰카(몰래카메라) 사진이 됐다. 그의 신변보호를 위해 일부 모자이크 처리했다. 이외에도 멀리 있는 입간판, 이정표 등을 확인하는데 요긴하겠다.
공연, 스포츠 관람에 필수 아이템
촬영자의 의도에 따라 악용(?)의 소지도 있겠지만, 1,200mm 초망원 줌이 가장 절실한 순간은 역시 먼 곳의 상대를 바라봐야 하는
대형 공연이나 스포츠 관람이다. 망원경을 지참하는 이들도 많다. 사진까지 찍을 수 있는 1,200mm 망원경이라면 로얄석, MVP석이 덜
부럽다. 물론 본 리뷰어와 같이 사진취재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사진)기자들에게도 대단히 유용한 도구다.
얼마 전 서울에서 열린 대형 공개포럼에 헐리웃 아줌마 배우인 제시카 알바가 초청됐다. 그는 영화배우가 아닌 기업CEO로서 강단에 섰고 그 모습을 보기 위해 수 많은 인파가 현장에 몰렸다. 고배율 줌 카메라가 없다면, 애 둘 낳은 아줌마라고는 믿기 힘든 외모와 몸매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
본 리뷰어는 당시 현장 2층에 자리했다. 포럼 주최측에서 사진 촬영이 용이하도록 기자석을 마련해 주었지만 믿는 구석이 있으니 당당하게 2층으로 올라갔다. 관람석은 대부분 어둡다. 무대 조명이 거의 닿지 않는 2층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내장 플래시를 사용하진 않았다. HX300은 고배율 줌 기능을 장착했음에도 조리개 최대 개방 수치가 F2.8로 밝기 때문이기도 하다(F2.8~F6.3). 참고로 렌즈가 밝으면 어두운 환경에서 조금이나마 밝은 사진을 얻을 수 있으며, 줌 배율이 높아질수록 렌즈는 어두워진다. 동일한 줌의 렌즈라도 밝은 렌즈가 비싸다.
물론 어두운 환경이기에 최대 줌 사용 시 손떨림을 최대한 없애야 한다. 앞서 언급한 광학식 손떨림 보정 기능이 제공된다 해도 워낙 고배율 줌이기에 한계는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 리뷰어는 HX300을 앞 좌석 등받이에 올려 놓고 셔터를 눌렀다. 손떨림이 한결 적다. HX300 덕분에 2층 뒷자리에 여유롭게 앉아 그의 전신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었다. 사실상 크고 무거운 DSLR을 대체할 수 있는 완벽한 취재도구다.
스포츠 관람 시에도 마찬가지다. 공연장보다 규모가 훨씬 큰 경기장에서는 망원경이 필수다. 일반 디카로는 경기장 전경 밖에 담을 수 없지만, 1,200mm 줌이라면 선수 각각의 움직임까지 잡아낼 수 있다. 그야말로 스포츠사진 전문기자다.
야간 경기라도 축구/야구 경기장은 워낙 조명이 밝긴 하지만 역시 삼각대 등 본체를 고정할 수 있는 보조물이 필요하다. 따라서 HX300을 구매할 생각이 있다면 삼각대도 함께 마련하기를 권장한다. 스포츠 경기장에서도 HX300의 줌 기능은 조명보다 밝게 빛을 발한다.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상단부에 앉아 있어도 경기장 내 한 선수만 정확히 잡아 촬영할 수 있다. 본 리뷰어는 좌석 앞 철재 펜스에 올려 놓고 최대한 안정적으로 촬영하려 했다.
다만 촬영 위치가 높아 이른 바 '얼짱' 각도로만 촬영되니 다음에는 선수들과 동일 선상의 위치를 선정해야겠다. 여담으로 뒷좌석에서 본 리뷰어의 촬영 모습을 지켜 보던 한 남자는 결국 이 디카의 모델과 가격을 적어 갔다.
자녀나 조카들의 운동회 등에서도 다른 부모들처럼 아이를 따라 이리저리 움직일 필요 없이, 그늘진 명당에 앉아 50배 줌으로 바로 아이 앞에서 찍은 듯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애초에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유치원 재롱잔치라면 더욱 주효하다.
현존 디카의 모든 기능이 집대성
물론 그렇다고 줌 기능에만 집중한 것도 아니다. 2013년 6월 현재 출시되는 콤팩트/미러리스/하이엔드 디카의 모든 기능과 옵션이 빠짐
없이 담겨 있다. 화상 화소는 2,040만 화소로 남부럽지 않으며, 소니 고유의 광학 기술인 'Exmor R' 센서도 장착됐다. 이 센서는
어두운 환경에서도 플래시 없이 상당히 밝게 찍어 내기로 유명하다. 사진 화질로는 하이엔드 디카다운 성능을 부족함 없이 발휘한다. 특히 본
리뷰어는 1,200mm의 초고배율 줌 렌즈를 달고도 1cm 정도에 가깝게 근접촬영(접사)이 가능한 점 역시 인정하고 싶다.
또한 ‘버스트 슈팅(연사)’ 기능을 이용하면 셔터를 누르고 있는 시간에 따라 초당 최대 10컷을 순식간에 연속 촬영한다. 앞서 말한 스포츠 경기장에서 활용하기에 정말 유용하다. 피사체에 자동으로 초점(AF)을 맞추는 시간도 비교적 빠르다.
동영상 촬영도 당연히 가능하다. 풀HD 해상도인 1080p 수준(초당 60프레임)으로 녹화되며, 내장 플래시 부근의 마이크를 통해 음성까지 문제 없이 녹음된다. 동영상 녹화는 조작 다이얼 등을 만질 필요 없이 빨간색 'MOVIE' 버튼만 누르면 녹화가 시작되며, 동영상 촬영에도 50배 줌은 그대로 적용된다. 물론 다른 디카처럼 동영상 촬영 중 셔터를 누르면 사진으로도 저장된다(듀얼 레코딩 기능).
이외 촬영 모드는 다른 디카가 제공하는 것과 대부분 유사하다. 특히 44가지 촬영 상황을 인식한다는 '아이오토(iAuto)' 모드가 '막 찍기'에는 딱 좋다. 여러 설정 신경 쓸 거 없이 낮이든 밤이든 실외든 실내든 알아서 잘 찍힌다(물론 어두운 환경의 사진에는 밝게 촬영되면서 약간의 노이즈가 들어가긴 한다).
촬영 모드와 함께 9가지 후보정 효과 역시 HX300에도 제공된다. 여기에는 수채화 효과/일러스트레이션 효과/토이카메라 효과/소프트하이키 효과/팝컬러 효과/빨초노파 컬러추출 효과 등이 포함된다. 다만 본 리뷰어에게 이들 효과를 사용할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말이 좋아 '후보정 효과'지 이는 엄밀히 말해 '사진 왜곡'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재미 삼아 가끔 활용해 보는 정도라면 나쁘지 않다.
이 밖에 3D 입체사진 촬영, 파노라마 촬영, 연속사진 재생 기능(틸드플레이백) 등 다른 소니 디카가 제공하는 모든 기능도 그대로 들어 있다.
한 손에 착 잠기는 그립감이 인상적
HX300의 전반적인 크기는 앞서 언급한 대로 성인 남자의 양 주먹을 맞대어 놓은 정도다. DSLR보다는 작고 미러리스 디카보다는 약간
크다(렌즈 경통 때문이다). 공식적인 무게는 약 700g이다. 10인치 태블릿PC와 비슷한 무게라 이로 인한 부담은 크게 없는 듯하다.
오른손 한 손으로 사용할 것을 감안하여 모든 조작/작동 버튼을 오른손이 닿는 영역에 몰아놨다. 즉 HX300을 오른손으로 쥔 상태에서
대부분의 조작이 가능하다. 단 두 개. 내장 플래시 돌출 버튼(수동 작동), 자동/수동 초점 설정 스위치(만질 일 거의 없지만) 만은 왼손을
사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HX300은 오른손으로 딱 쥐었을 때 손바닥에 착 달라 붙는 듯한 그립(grip)감이 참 좋다. 셔터를 누르는 오른손 검지의 각도, 나머지 중지~새끼손가락의 쥠 상태 등이 나름대로 편안하다. 안정적으로 쥐어지니 떨어뜨릴 염려도 적다. 넥스트랩(목끈)을 팔에 감고 손에 쥐면 완벽하다.
본체 뒷면 LCD는 앞으로 잡아 빼내어 촬영 위치에 맞게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다만 셀카(셀프카메라) 촬영을 위해 앞쪽으로 뒤집히진 않는다. 카메라를 높이 들거나 낮게 낮춰 촬영할 때 요긴하다. 참고로 윗면의 'FINDER/LCD' 버튼으로 뷰파인더 촬영과 LCD 촬영을 변경할 수 있으니 필요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메모리는 마이크로SD 카드를 사용하며 배터리 옆에 장착된다. 뒷면 왼쪽 모서리에는 마이크로HDMI 단자와 마이크로USB 단자가 나란히 있다. 충전은 마이크로USB 단자로도 가능해,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을 꽂아 충전하니 대단히 간편하다. USB 데이터 케이블로 PC와 연결하면 SD메모리를 꺼내지 않고도 사진 복사/이동/삭제가 가능해 이 역시 간편하다(단 이때는 충전은 안 된다). 특히 USB로 PC에 연결하면 사진 폴더가 날짜별로 구분돼 출력되니 편리하다.
이외에 소니는 HX300 활용에 도움이 될 여러 프로그램을 무료 제공하고 있다. HX300으로 촬영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정리, 편집하는 '플레이메모리스(PlayMemories)', 사진 보정 및 형식 변경 등이 가능한 '이미지 데이터 컨버터(Image Data Converter)', HX300에서 사진 재생 시 배경음악을 선정할 수 있는 '뮤직트랜스퍼(Music Transfer)', PC와 연결했을 때 원격으로 사진을 찍거나 설정을 변경할 수 있는 '리모트 카메라 컨트롤(Remote Camera Control)' 등이다. 필수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필요에 따라 활용하면 좋겠다.
선택의 기준이 명확한 현존 최고 배율 줌 카메라
소니 사이버샷 DSC-HX300은 2013년 6월 기준, 현존 최고 줌 디지털 카메라다. 50배 줌을 지원하는 타사 제품이 한 종 있지만,
HX300은 그보다 화소나 최대조리개 수치 등 촬영 관련 사양이 우수하다(물론 가격도 약간 비싸다). 이미 디카를 보유하고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새로 장만할 것이라면 그리고 촬영 목적이 위에서 언급한 먼 거리 풍경 촬영, 스포츠 경기 촬영, 자녀 성장기 촬영, 취재/보도용
사진 촬영 등이라면 곰곰이 숙고할 만한 제품이다.
물론 수백, 수천 만원 대를 호가하는 고급 DSLR+망원렌즈로 찍은 결과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가격적 측면, 사용적 측면, 활용적 측면 등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으리라 본다. HX300은 2013년 6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55만 원대다. HX300은 1,200mm 50배 줌 기능 하나 만으로도 선택 기준과 이유가 명확한 디지털 카메라다.
끝으로, PC와 직접 연결해 사진/동영상을 복사/이동할 수 있다면 USB 3.0 연결을 지원했으면 좋았을 것이고, 뒷면 LCD가 회전되는 방식이었다면 활용도가 더 높았으리라 생각한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