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T 컨퍼런스] 스타트업 마케팅 홍보, 부족한 환경에서 추진하기
스타트업들이 모여 자사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비즈니스 교류를 확대하는 자리가 열렸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패스트트랙아시아와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은 스타트업 종사자들을 초청해 개발, 영업, 마케팅, 기획 전략을 공유하는 'FAST 컨퍼런스(FAST Conference)'를 디캠프(D.Camp)에서 4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스타트업들이 패널로 참석해 토론을 펼치고, 각 분야별로 스타트업 운영에 필요한 지식을 나눴다. 또한 스타트업 종사자와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활발히 교류하는 'D 파티(D. Party)'도 마련됐다.
이날 행사는 '개발&엔지니어 파헤치기', '영업, 맨땅에 헤딩하지 말자', '마케팅&홍보, 부족한 환경에서 추진하기', '기획,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 만들기' 등 총 4개의 세션으로 구성됐다. 각 주제별로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패널로 참여해, 박지웅 대표의 질문에 답변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마케팅&홍보, 부족한 환경에서 추진하기 세션에는 이음 김미경 팀장, 애드투페이퍼 전해나 대표, 아이디인큐 정새봄 팀장, 스타일쉐어 송채연 팀장, 리디북스 김안나 팀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다음은 질의응답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Q.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마케팅, 홍보 담당자가 가져야 할 자세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김안나 팀장: 스타트업은 돈도 없고 인력도 부족하다. 그래서 일단 시도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보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리디북스의 경우 페이스북 페이지 홍보에 집중했다. 또한, ROI(투자수익률)에 민감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결과값에 예민하지 않으면 어떤 마케팅이나 홍보를 하든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송채연 팀장: 스타트업은 '지금 막 사업을 시작한, 자원이 부족한 회사'를 의미하는데, 이런 의식을 버리는 것이 좋다고 본다. 자사를 스타트업이라 규정하면 무의식 중에 '스타트업이 이 정도면 됐지'라는 한계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스타일쉐어의 경우, 국내외에서 성장하고 있는 각종 패션 미디어를 자세히 관찰하는 것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브랜딩과 서비스 성장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정새봄 팀장: 스타트업 마케터라면 대기업 마케터보다 더더욱 회사에 맹목적인 애정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자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광신도처럼(!) 믿고, 무조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밀어붙여야 한다. 우리가 믿지 않으면 고객들도 믿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방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매 순간 고민하고, 회사 내부와 외부에 메시지를 소통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한편, 마케팅이나 홍보가 실패할 경우 피드백을 최대한 빨리 수집해 이유를 분석하는 것이 좋다.
전해나 대표: 스타트업에서 마케팅이란, '꼭 필요한 일을 하는 것'으로 압축된다. 자원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조직 내 역할을 최대한 세분화하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 홍보하고, 사용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메시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이를 학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미경 팀장: 마케팅은 기업의 철학을 반영해야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사용자들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마케팅이고 홍보라고 생각한다. 회사 내부적으로 모든 직원들이 마케팅과 홍보 의식을 갖도록 마인드를 일깨우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김안나 팀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ROI 측정도 중요하다. 마케팅을 마친 뒤 리뷰 시간을 갖는다.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못 했는지 자세히 분석한다. 그리고 이를 반드시 자료로 남겨야 한다. 이를 토대로 다음에 이와 같은 마케팅이나 홍보를 또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Q. 부족한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한 사례, 기대했지만 실패했던 마케팅 사례를 공유해 달라
김미경 팀장: 실패 사례는 잘 기억하지 않는다(웃음). 성공 사례는 2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PPL 성공 사례다. 이음 서비스를 PPL 하고 싶었는데 예산이 부족했다. 그래서 '설마 그럴 리가 없어'라는 영화를 직접 만들었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전석 매진을 하며 흥행했다. 예산이 적다고 걱정하지 말고 과감하게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것도 방법이다.
두 번째는 이별을 겪은 여성들이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도록 돕는 '원더우먼 페스티벌'을 열었다. 헤어진 연인과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기부하고 새로운 선물을 받아가는 '미련 처리소', 상처를 준 남성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남기는 '상처 정화소',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연애 응원 도서를 받아가는 '설렘 충전소' 등의 코너를 만들었다. 행사에 참여한 여성들이 자연스레 블로그 포스팅을 남겨 홍보가 잘 됐다. 매거진 M25은 헤어진 연인에게 남기는 메시지를 싣고 싶다고 연락했다. 이 행사에 들인 비용은 단돈 50만 원이다.
전해나 대표: 애드투페이퍼는 대학생들에게 무료 출력 서비스를 제공하고, 프린트 출력 시 남는 위아래 여백에 기업 광고를 넣는 서비스다. 이번 학기에 모바일 서비스를 내놓았는데 성공적이었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 사용자를 늘이고자, 대학생들에게 소개해줄 만한 서비스를 만들고 이를 카카오톡으로 공유하도록 유도했다.
한편, 실패 사례는 다양하다. 작년 말에 대학교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다. 한 학교당 500만 원을 지출했는데 생각보다 서비스 유입 비율이 높지 않았다. 효과적인 마케팅이란 사람을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타겟팅, 매끄러운 커뮤니케이션, 알맞은 보상임을 깨달았다.
정새봄 팀장: 아이디인큐는 모바일 설문조사 오픈서베이를 운영하고 있다. 성공 사례는 설문조사가 필요한 대학원생과 대학생에게 오픈서베이 설문조사 비용을 지원하는 이벤트를 마련한 것이었다. 학생들이 논문을 작성하거나 연구를 할 때 설문조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큰 호응을 얻었다. 한편, 실패 사례는 오픈서베이를 홍보하는 부채를 만들어 배포했던 것이었다. 사용자가 어떤 광고를 보는지 잘 알지 못하고 홍보를 진행하는 바람에 성과가 적었다.
송채연 팀장: 성공 사례는 스타일쉐어 플리마켓이다. 스타일쉐어 회원들이 플리마켓을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문제는 비용과 인력이었다. 그래서 스타일쉐어 회원들에게 기획봉사단 참여를 제안했고, 50여 분이 열정적으로 참여해 주셨다. 다음으로 장소 대관이 문제였는데, 이랜드가 일요일에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랜드 신촌 매장에 제안했더니, 대관료 없이 스폰으로 플리마켓을 열 수 있었다. 행사에 들인 비용은 200만 원도 안 된다.
김안나 팀장: 성공 사례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한 홍보다. 사업 초기에 자본이 넉넉하지 않아 운영했던 페이스북 홍보가 현재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툴로 자리잡았다. 페이스북 팬 수는 20만 명으로, 국내 20위권 안에 든다. 스타트업 업계에 이처럼 많은 팬을 확보한 것은 미미박스와 리디북스가 유일하다.
스타트업 간 마케팅 제휴를 하는 것도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리디 스토리(구 스토리홀릭)’는 전자책을 무료로 볼 수 있는 연재 서비스다. 소셜데이팅 서비스인 이음에서 생산된 연애 관련 글을 리디 스토리에 연재하기로 협업했다.
Q. 온라인 마케팅과 오프라인 마케팅 중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두는지 궁금하다. 또한 왜 그렇게 하는지 알려달라
김안나 팀장: 온라인에 집중한다. 아무래도 리디북스가 전자책 플랫폼 사업을 하다 보니, 온라인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판단했다.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쪽 고객 반응이 더 빠르다. 게다가 오프라인 마케팅을 했을 때 성공한 경험이 별로 없다. 예를 들어 '헝거 게임'이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개봉된 적이 있었다. 헝거 게임 영화 예매권을 이용해 오프라인 마케팅을 했는데 처참히 실패했다. 영화가 흥행하지 못했고, 영화 관람객과 리디북스 사용자가 일치하지 않았다.
송채연 팀장: 온라인을 중점에 두고 있다. 앞으로 오프라인 행사도 자주 열 계획이지만, 이미 온라인에서 확보된 회원들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주년 이벤트는, 스타일쉐어 회원들이 소셜 활동 시 리워드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평소 블로거들과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도 온라인 마케팅에 도움이 되더라.
정새봄 팀장: 오프라인 프로모션에 집중하고 있다. 작년에는 대형 컨퍼런스에 지원을 많이 했고, 최근에는 서울디지털포럼 등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사용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무엇보다 각 회사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이를 바탕으로 홍보나 마케팅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픈서베이의 경우 플랫폼이 가장 강력한 자원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서비스를 출시하자마자 설문조사를 했다. 실제로 처음 서비스를 출시했을 때 보도자료를 내보냈지만,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죽는 바람에 기사가 한 군데도 실리지 않았다. 한편, 김정일이 죽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문조사를 하니 30분 만에 마감이 됐다. 이렇게 자사 서비스의 장점을 살리는 방식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전해나 대표: 애드투페이퍼는 서비스 특성상 오프라인 마케팅을 중점으로 하고 있다. 전국 500여 개 학교에 포스터를 붙이고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다.
김미경 팀장: 온라인, 오프라인 마케팅 비중은 7:3이다. 이음이 소셜 데이팅 서비스이니 온라인에 더 집중한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내는데도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더 효과적인 편이다. 다만, 이음이 사람들의 인연을 만들어주는 서비스인 만큼, 오프라인 만남을 놓칠 수는 없다. 그래서 오프라인 행사를 열면 회원 가입을 유도하는 일을 많이 하고 있다. 매칭 이벤트, 부킹 등을 통해 회원 수를 늘이고 있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