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아이팟을 미니오디오로 만드는 방법
야마하 블루투스 미니콤포넌트 MCR-B142 활용기
애플의 아이팟(iPod)은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까지 전세계 MP3를 대표하는 희대의 아이콘이었다. 다양한 형태의 시리즈 모델을 갖추고 '듣는 분야'에서는 자타공인 절대강자임을 자부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태블릿PC가 득세하면서 서서히 강자의 입지가 좁아지더니, 이제는 서랍 한구석으로 밀려날 신세로 전락했다. 졸지에 천덕꾸러기가 된 아이팟, 혹은 기타 MP3 플레이어. 이들을 결국 변방으로 밀려나야 하는가.
벼랑 끝에 몰린 아이팟을 구원할 주변기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여기서 살펴 볼 아이팟/아이폰 도킹 오디오 역시 그러하다. 세계적인 악기 제조사인 야마하(Yamaha)에서 출시한 미니콤포넌트 MCR-B142(이하 B142)가 그 중 하나다. 아이팟을 미니콤포넌트로 만들어 주는 B142, 아이팟 사용자, 아니 소유자에게 좋은 정보가 되리라 본다.
125년 전통의 악기 전문 브랜드, 야마하
기기 리뷰에 앞서 우선 야마하에 대해 잠깐 알아보자. 야마하는 1887년 설립된 일본 악기 제조사로, 피아노, 바이올린, 드럼 등의 악기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야마하는 악기 외 오토바이로도 워낙 유명하며, 반도체 기기, 비디오/오디오(AV) 기기, 컴퓨터 관련 기기, 가전 제품, 스포츠용품, 산업용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적어도 '듣는 분야'에서는 그 이름 하나 만으로도 믿음직스럽다.
그런 야마하가 내놓은 아이폰/아이팟용 도킹 오디오다. 전면에 새겨 있는 'YAMAHA' 로고가 작은 크기임에도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 B142 모델은 블루투스 연결도 가능하며, 애플 아이폰5 및 아이팟 5세대 이전 제품, 즉 '애플 30핀' 포트가 적용된 제품이라면 상단 커넥터에 꽂아 사용할 수 있다. 본 리뷰에서는 아이팟 터치 4세대, 아이폰4를 사용했다. 상단 커넥터 외 USB 연결, 블루투스 연결도 가능하니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폰/패드 등도 연결해 사운드를 출력할 수 있다.
인테리어 소품에 가까운 감각적 디자인
야마하 B142는 본체와 좌우 스피커가 분리되는 형태로 필요에 따라 스피커 위치를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다. 사용해 본 바로는 좌우 스피커를 가능한 한 최대로 넓게 배치하는 것이 공간적인 사운드를 출력하는데 도움이 된다. 여기에 10가지 파스텔톤 컬러를 적용해 실내 인테리어에 맞게 구성할 수 있다.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오렌지 색이며, 보라색, 노랑색, 진회색, 연갈색, 흰색, 분홍색, 검정색, 빨강색, 초록색 모델이 준비돼 있다. 직사각뿔 형태로 디자인이 투박한 듯하지만 은은한 원색 컬러와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오렌지 색은 스피커 그릴 부분과 본체 옆면, 각종 버튼 등의 검정색과 적절한 색조 대비를 이루고 있다.
모던스타일의 인테리어가 적용된 거실이나 소형 커피전문점, 미용실 등지에 잘 어울릴 것으로 보이며, 본 리뷰어의 경우처럼 난잡한 업무용 책상에는 그야말로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다. 하다못해 깔끔하게 정리한 다음 올려 놓는 것이 '명품'에 대한 예의다.
외형을 대충 살펴 보자면, 좌우 스피커는 뒷면의 고정 케이블로 본체와 좌우 연결되며(방향은 바뀌어도 관계 없다), 본체 상단에는 아이팟/아이폰을 꽂을 수 있는 도킹부, 전면에는 작동 상태창, CD 트레이, 여러 작동 버튼, USB 포트, 이어폰/헤드폰 단자, 볼륨 조절 다이얼 등이 나란히 달려 있다. 본체 뒷면에는 FM라디오 안테나 케이블(제품 포함)을 연결하는 단자도 있다. 즉 FM라디오 수신도 가능하다.
사용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TV를 조작할 수 있는 사용자라면 누구라도 능히 활용할 만하다. 전원 버튼을 눌러 전원을 켜고 'SOURCE' 버튼으로 원하는 출력 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즉 아이폰/아이팟을 꽂아 사용한다면 'iPod'를, USB 케이블로 연결한다면 'USB'를, 블루투스로 연결한다면 'BT'를, 라디오를 듣는다면 'FM'을, CD를 듣겠다면 'CD'를, 본체 뒷면의 'AUX IN'을 통해 다른 기기의 사운드를 출력한다면 'AUX'를 선택하면 된다.
무엇을 들을 수 있나
1)아이팟/아이폰 듣기 - 도킹부 이용
아이팟(혹은 아이폰)을 본체 상단의 도킹부에 꽂은 후 연결 소스를 'iPod'으로 설정하면 충전과 동시에 사운드를 출력할 수 있다. 이때 전면 상태창에는 현재 시간과 함께 재생되는 곡명, 아티스트명이 선택적으로 표시된다. 단 영어만 가능하며 한글은 표시되지 않는다(한글이 과학적인 문자임은 분명하지만 기계적으로 표기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리모컨의 'DISPLAY' 버튼을 차례로 누를 때마다 곡명, 앨범명, 아티스트명, 재생 시간 등이 차례로 출력된다.
직접 확인한 바로는 아이팟의 기본 '음악' 앱은 물론이고, '멜론', '네이버뮤직' 등의 스트리밍 앱 등도 정상 출력되며, 전면의 '다음곡/이전곡', '재생/멈춤' 버튼도 모두 대응된다. 리모컨도 마찬가지다. 도킹부에 연결되면 볼륨 조절은 B142에서만 제어할 수 있다. 전면의 볼륨 다이얼이나 리모컨을 사용하면 간편하다.
아울러 음악이 재생되는 동안 아이팟 화면은 (약간 어두워질 뿐) 꺼지지 않으니 어떤 앨범의 어떤 곡이 재생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B142 전원을 끄면 아이팟도 당연히 충전되지 않는다. 이동 사용할 일 없어진 아이팟이라면 늘 꽂아 두기 좋다.
도킹부를 장시간 사용하지 않을 때는 덮개를 덮어 두어 먼지 투입을 방지할 수 있다.
2)CD 듣기 - CD 트레이 이용
음악 CD 넣고 연결 소스를 'CD'로 선택하면 된다. 일반 CD플레이어와 동일하기에 별 다른 이슈는 없다. 다만 슬라이드 방식의 CD 트레이를 제공하니 표준 CD보다 작은 크기의 CD는 사용할 수 없다(그런 음악 CD가 있으려나 모르지만). 참고로 CD는 일반 음악CD와 MP3/WAV CD도 인식, 재생한다.
3)아이패드 듣기 - USB 연결 이용
도킹부는 아이팟/아이폰에 맞게 제작된 터라 아이패드나 다른 모바일 기기는 꽂아 연결할 수 없다. 이때는 본체 전면의 USB 포트로 연결하면 된다. 다만 USB 포트로 연결하면 도킹부는 전원이 차단되어 아이팟을 꽂아 뒀더라도 충전이 되지 않는다. 아이패드를 USB 포트로 연결한 후 연결 소스를 'USB'로 선택하면 별 다른 설정 없이 그대로 B142로 출력된다. 이후로는 도킹부에 연결한 상태와 동일하다.
한편 안드로이드폰이나 안드로이드 패드를 USB로 연결하면 충전은 가능하지만, 사운드는 직접 출력되지 않는다. 현재의 USB 표준 기술로는 사운드를 실어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는 이런 경우에는 아래에서 설명하는 블루투스를 통해 두 기기를 연결해야 사운드 출력이 가능하다. 요즘 출시되는 안드로이드 기기용 도킹 오디오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B142는 블루투스를 지원하니 활용도는 좀더 넓다 하겠다.
추가로, USB 메모리에 MP3 파일을 복사하여 본체 USB 포트에 연결하면 이를 읽어 들여 곧바로 재생한다. 이때는 곡명 정보 등이 정상 출력된다. 64GB USB 메모리 하나면 대략 12,000여 곡의 MP3 음악(5MB 기준)을 담을 수 있다. USB 메모리뿐 아니라 USB 외장 하드디스크도 연결 가능하니 재생 가능 곡 수는 용량에 따라 더욱 늘어난다.
4)노트북, 안드로이드폰/패드 듣기 – 블루투스 연결 이용
노트북, 스마트폰, MP3, PMP 등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모든 기기를 연결, 사운드 출력이 가능하다. 물론 아이팟, 아이폰도 마찬가지다. 모바일 기기의 블루투스를 켜고 B142의 연결 소스를 'BT'로 맞춘 다음 두 기기를 페어링(쌍으로 묶음)한 후 연결하면 된다.
블루투스로 연결되면 B142의 상태창에는 해당 모바일 기기의 제품/모델명이 출력되지만, 아이팟 사용 시 출력되던 곡명 등의 추가 정보는 나타나지 않는다(B142는 애플 제품 전용 기기다).
한 가지 주의할 건 USB로 기기를 연결하더라도 B142의 연결 소스를 'BT'로 설정하면 기기 충전은 안 된다는 점이다. 이는 애플 제품이라도 마찬가지다. 그럼 도킹부에 아이팟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USB 케이블로 다른 기기를 충전할 순 있을까? 충전 안 된다. 원래 그렇다. B142가 이상한 게 아니다.
여담으로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케이블로 인한 공간적 제약이 없어지니 그건 하나 좋다.
5)라디오 듣기 - FM안테나 연결 이용
제품에 함께 동봉된 FM안테나 케이블을 본체 뒷면의 'ANTENNA' 포트에 연결하면 FM라디오도 청취할 수 있다. 다만 안테나 케이블 반대편 끝을 최대한 높은 곳까지 올려 놓아야 라디오 수신이 원활하다. 테스트한 바로는 실내라 아무래도 약간의 잡음이 섞이긴 하지만 라디오 청취에는 큰 무리 없었다. 아마도 여기보다 개방된 공간이라면 더욱 깨끗한 음질로 들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음질은 과연 '야마하'스러운가
일단 브랜드에서 오는 신뢰감이 크기에 그만큼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40만 원대(2013년 6월 기준)에 걸맞은 사운드를 출력할지 궁금했다.
결론적으로 B142를 통해 울리는 사운드는 음원이 어떤 것이든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역시 '야마하'라는 평가를 내릴 만큼 풍부하고 섬세했다. 물론 본 리뷰어는 '오디오적' 식견이 부족해 이를 기술적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동안 여러 도킹 오디오를 사용해 본 만큼 사운드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B142의 음량을 최대로 높여도 음이 찢어지거나 흐트러지는 경우가 없고, 중저음을 안정적으로 바닥을 깔고 뭉개지지 않는 명확한 사운드를 들려줬다. '멜론'이나 '네이버뮤직' 같은 스트리밍 출력도, 블루투스 연결 출력도 마찬가지다. CD 재생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 정도면 누가 들어도 미니콤포넌트라 칭할 만하다. 본 리뷰어가 테스트한 10평 남짓한 공간을 구석구석 꽉 채우는 풍성한 사운드가 마음에 들었다.
특히 노트북으로 영화를 감상할 때 블루투스 연결로 사운드를 출력하면 영화의 극적 재미를 배가시킬 수 있다. 은은한 클래식 음악이 깔리는 로맨스 영화나 화려한 액션신이 가미된 블록버스터 영화가 더욱 그렇다. 노트북의 작은 화면 크기를 풍부한 사운드로 커버하는 셈이다.
글로써 아무리 설명해 봐야 의심만 더할 테니 가까운 야마하 체험관 또는 대형 전자마트 등을 통해 직접 들어보기를 권장한다. 아이팟을 그대로 썩히기가 아깝다면 이 참에 미니콤포넌트로 구성하는 건 어떨지.
다만 좌우 스피커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웅장한 사운드를 충실히 출력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지 않다. 물론 그런 사운드를 원한다면 제대로 된 하이파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고, 아이팟 활용 수준이라면 음량 면에서 그리 부족하진 않을 듯하다. 빠른 비트의 댄스 음악을 최대 음량(최대 60)으로 재생하면 그 공간은 순식간에 무도회장이 된다.
이 정도면 도킹 오디오로서는 양손 엄지손가락을 기꺼이 치켜 올리고 싶다.
안쓰러운 아이팟을 위한 최상의 선심, 야마하 MCR-B142
누굴 주자니 아깝고 자기가 쓰자니 딱히 쓸 데가 마뜩잖은 게 아이팟의 현실이다. 물론 몇 십 만원을 투자해야 하지만 야마하 MCR-B142는 그만한 가치는 충분히 하리라 평가한다. 특히 작은 매장을 운영하려는 이에게 아이팟이나 지금의 스마트폰을 연결해 양질의 사운드를 매장 전체에 뿌려 줄 수 있다면 좋은 선택이 될 듯하다. '야마하'라는 프리미엄 이미지도 매장 분위기와 함께 사운드로 흘러 들어가리라.
이외에 B142는 아이팟/아이폰 전용 앱인 'DTA 컨트롤러'를 내려받아 설치하면, 알람 설정을 B142와 아이팟을 동기화하며 설정할 수 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식으로 알람을 설정하면 해당 시간에 맞춰 B142가 자동으로 켜지고 음악을 재생한다.
앞서 언급했듯 기본적으로 애플 제품군을 위한 오디오이기에, 안드로이드 기기 사용자라면 애써 장만할 필요는 없으리라 본다. 동일한 시리즈로 아이팟 5세대, 아이폰5용(라이트닝 커넥터) 도킹 모델이 출시된다면 아이폰5 사용자도 노려볼 만하겠으나, 현재까지는 아이팟 소유자에게 딱 적합한 기기라 할 수 있다. 대신 아이팟을 위한, 듣는 이의 귀를 위한 최대한의 선심임은 분명하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