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텍스 2013] "SSD가 HDD를 완전히 대체하는 날은 오지 않을 것"
빠른 속도가 장점인 SSD(플래시메모리 기반의 저장장치)가 인기를 끌면서 기존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HDD 역시 이대로 사라질 것 같진 않다. 다른 HDD 특유의 장점인 고용량은 아직도 다른 저장매체가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이며, HDD업체들도 상품성이 개선된 새로운 HDD를 속속 내놓으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씨게이트(Seagate)는 오는 6월 4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세계적인 PC관련 전시회 중 하나인 대만 컴퓨텍스(Computex) 2013에서 태블릿PC와 같은 모바일기기에 최적화된 5mm 두께의 신형 HDD를 발표하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컴퓨텍스 2013을 하루 앞둔 3일, IT동아를 비롯한 언론의 취재진들은 씨게이트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업을 이끌고 있는 테 반셍(The BanSeng) 부사장을 타이페이에서 만나 씨게이트의 향후 사업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5mm 두께의 HDD, 태블릿PC 업계에서 환영 받을 것
이번 인터뷰에서는 이번에 새로 발표된 초슬림 HDD인 '씨게이트 랩탑 울트라씬 HDD'에 화제가 모아졌다. 이전에도 씨게이트는 기존 9.5mm 제품보다 얇은 7mm 두께의 HDD를 출시한 적이 있는데, 이는 태블릿PC에 거의 채용된 바 없다. 하지만 이번 5mm 두께의 제품은 확실히 다를 것이라고 테 반셍 부사장은 강조했다.
"이전에 나온 7mm 두께 제품은 태블릿PC를 겨냥한게 아니었습니다. 대신 울트라북에 다수 탑재되었지요. 다만, 15mm 보다 얇은 울트라북에는 탑재할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이번에 나온 5mm 두께의 랩탑 울트라씬 HDD 덕분에 태블릿PC는 물론, 15mm 보다 얇은 울트라북에도 SSD가 아닌 HDD가 탑재되는 경우가 늘어날 것입니다"
다만, 씨게이트 랩탑 울트라씬 HDD는 두께는 얇아졌지만, 디스크의 너비 자체는 이전의 2.5인치 규격 HDD와 동일하다. 탑재되는 기기의 크기를 줄이려면 1.8인치 수준으로 좀 더 작게 만드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이런 질문에 대해 테 반셍 부사장은 나름의 이유를 설명했다.
"시중에 나온 대부분의 저장장치가 2.5인치라서 제조사들도 여기에 익숙합니다. 오히려 나머지 크기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두께만 줄이는 것이 제조사들에게 좀 더 많은 유연성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디스크의 지름이 작아지면 줄인다면 저장 용량이 크게 줄어드는데다 비용은 훨씬 높아집니다. 2.5인치 디스크 크기를 유지한 상태에서 두께만 줄인 건 고객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물이죠"
무작정 빠른 속도가 좋은 것 만은 아니다
HDD의 크기나 용량뿐 아니라 성능(속도)에 대한 질의도 있었다. HDD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내부 디스크의 회전 속도에 많은 영향을 받는데, 현재 일반 소비자용 제품에 공급되는 HDD의 최대 회전 속도는 7,200RPM 정도다. 이는 1990년대 말부터 큰 변화 없이 이어지고 있다. 씨게이트는 좀더 회전속도를 높인 HDD를 보급할 계획은 없는 걸까?
"회전속도를 높이면 성능을 좀더 높일 수 있겠습니다만 이렇게 하면 전력소모가 많아지는데다 용량을 높이기도 어려워집니다. 요즘 인기를 끄는 모바일 기기에는 특히 불리한 조건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저희는 성능을 무작정 높이는 것이 아니라 분야별로 차별화된 제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7,200RPM을 넘는 제품은 기업용으로만 공급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겠죠"
삼성전자 HDD사업부 인수는 결과적으로 성공
2011년에 삼성전자의 HDD사업부를 인수한 후의 변화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씨게이트의 최대 경쟁자인 웨스턴디지털이 히타치의 HDD 부문(HGST)을 인수해 점유율 1위에 오르자, 씨게이트는 곧바로 삼성전자의 HDD사업부를 인수해 균형을 이뤘다. 이에 대해 테 반셍 부사장은 대단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자평했다.
"삼성전자 HDD사업부의 인수는 씨게이트에 여러모로 이득이었습니다. 고용량의 HDD를 좀 더 빠르게 개발해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 대표적이지요. 그리고 삼성전자와 매우 밀접한 파트너가 된 것도 큰 성과입니다. 삼성전자로부터 SSD나 SSHD(SSD와 HDD의 특성을 합친 하이브리드 드라이브)의 주 재료인 낸드 플래시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된 것이 대표적이죠"
HDD를 대체하는 것은 SSD가 아닌 SSHD
씨게이트가 전망하고 있는 저장장치의 미래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갔다. 특히 장차 SSD가 HDD를 완전히 대체할 것인지, 그리고 SSHD는 HDD에서 SSD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파생된 과도기적인 장치에 불과한지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SSD가 HDD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용량입니다. 플래시메모리는 시장 전체가 원하는 용량의 15% 정도만 소화할 수 있을 뿐이니까요. 그리고 SSHD는 절대로 임시적인 솔루션이 아닙니다. 성능과 용량의 균형을 이룬 제품으로, 언젠가 일반 HDD를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세는 ‘맞춤형’ 저장장치
40여분 정도의 짧은 인터뷰였지만 테 반셍 부사장의 입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최근 저장장치 업계는 단순히 용량을 늘리거나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분야별로 특화된 장치를 개발, 나름의 생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최근 씨게이트가 내놓은 SSHD라던가 5mm 두께의 HDD 등은 일반 PC분야에만 의존하던 기존의 HDD와 달리 특정 목적으로 개발된 특정 장치에서 최적의 활용도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격히 변하고 IT시장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씨게이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인터뷰였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