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맥북프로 레티나 같은 윈도 노트북은 없나요?"

강일용 zero@itdonga.com

현존 노트북 가운데 가장 고해상도인 제품은 뭘까. 애플의 맥북프로 레티나 15인치 모델이다. 해상도 2,880x1,800. 27~30인치 모니터의 해상도마저 뛰어넘는 초고해상도다. 높아 봐야 풀HD(1,920x1,080)인 윈도 노트북과 비교하기 곤란할 정도다.

초고해상도를 채택한 덕분인지 맥북프로 레티나는 현존 노트북 가운데 가장 선명하다는 찬사를 받았다. 웹 서핑을 할 때 글씨와 이미지를 한결 선명하게 볼 수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아쉽게도 윈도 위주의 국내 사용환경에선 쉽게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선명한 노트북을 원하는 사용자 입장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대체 왜 맥북프로 레티나처럼 초고해상도를 채택한 윈도 노트북은 없는 걸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 먼저 윈도와 OS X(맥북, 아이맥 등에 내장된 애플의 컴퓨터 운영체제) 간 화면 표시방법의 차이점을 파악해본다.

맥북프로 레티나와 서피스 프로
맥북프로 레티나와 서피스 프로

해상도를 높이니… 보이는 것은 늘어나고 글씨는 작아져 - 윈도

윈도 화면 해상도를 높이면 어떻게 될까. 쉽게 상상이 가능하다. 일단 화면에 보이는 것이 늘어난다. 대신 글씨, 이미지, 아이콘 등은 한층 작아진다.

웹 페이지를 예로 들어본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을 해상도 1,024x768로 맞추면, 웹 페이지 상단의 일부분만 보인다. 해상도 1,280x720로 변경하면 옆으로 보이는 양이 늘어난다. 이를 1,920x1,080으로 바꾸면 전체 페이지의 2/3까지 확인할 수 있다. 모니터의 한계 해상도나 다름 없는 2,560x1,600(WQHD)으로 설정하면 웹 페이지 전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표1 참조)

표1
표1

이처럼 해상도를 높이면 '화면에 나타나는 정보의 양'이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적어도 윈도에서는.

해상도를 높이니… 보이는 것은 그대로 글씨는 선명 - OS X

그렇다면 OS X 화면 해상도를 높이면 어떻게 될까. 예전에는 윈도와 같았다. 하지만 맥북프로 레티나가 출시되면서 조금 달라졌다.

WQHD 해상도에서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잇는 점을 감안하면, 맥북프로 레티나 역시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맥북프로 레티나를 실행하면 실제론 웹 페이지의 절반 정도밖에 볼 수 없다. 해상도를 4배 늘리기 전 1,440x900 수준이다. 대신 화면은 윈도 노트북보다 한층 선명하다.

이처럼 해상도를 늘렸지만 화면 정보량은 그대로고, 대신 화면이 한층 선명해지는 방식을 애플은 '레티나 디스플레이'라고 부른다. 마케팅 용어지만 요새는 정식 IT 용어처럼 통용되는 그것이다. 윈도가 채택한 방식과 정반대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4개의 픽셀을 묶어, 이를 마치 하나의 픽셀인 것처럼 처리하는 데 그 핵심이 있다. 이미지를 픽셀과 1:1로 매칭하는 기존 방식보다 이미지, 텍스트 등을 한층 선명하게 보여준다는 것이 장점이다.

맥북프로 레티나
맥북프로 레티나

윈도는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불가능한가요?

PC의 시대가 저물고 스마트폰, 태블릿PC의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화면의 선명함이 한층 강조되고 있다. 화면 크기가 PC보다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이미 시중에는 맥북프로 레티나와 버금가거나 그 이상의 선명함을 갖춘 스마트폰, 태블릿PC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화면 정보량을 늘리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방식보다 선명함을 강조하는 애플의 방식이 주목 받고 있다는 의미다.

윈도를 탑재한 노트북/태블릿PC도 이러한 흐름에서 비껴갈 수 없다. 그러나 MS와 관련 하드웨어 제조사들의 시장 대응은 조금 느긋하다. 현재 시중 윈도8 노트북/태블릿PC의 해상도는 대부분이 1,366x768이다. 좀더 고급 제품으로 올라가도 1,920x1,080 정도다. 해상도가 2K(2,000)를 넘어 3K(3,000)에 육박하는 경쟁 제품에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다. 물론 윈도는 클리어타입 텍스트 조정이라는 보정 기술을 채택해 글씨의 가독성이 뛰어나다. 하지만 저해상도의 한계를 뛰어넘기엔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MS는 정녕 태블릿PC 시장의 화두인 선명한 화면에 관심 없는 걸까? 아니다. 시장의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최신 운영체제인 윈도8의 화면 확대 기능을 강화했다. 화면 정보량을 줄이고 대신 글씨, 이미지 등을 한층 선명하게 보여주는 기술이다. 마치 레티나 디스플레이처럼. 기존 윈도7에선 150% 확대가 한계였지만, 윈도8부터 200%까지 확대할 수 있다. '바탕화면 우클릭' > '화면 해상도'

'텍스트 크거나 작게 만들기' > '화면에 표시되는 내용을 읽기 쉽게 만듭니다'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데스크탑 모드의 경우 이처럼 수동으로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타일 형태로 나타나는 윈도8 스타일 화면은 기기의 해상도를 인식하고, 이를 자동으로 최적화한다. 때문에 타일 크기는 언제나 일정하며, 화면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더 선명해진다. 태블릿PC 시대에 발맞추기 위한 MS 고민이 상당부분 녹아 들어있는 셈.

여기에 최근 하드웨어 제조사도 거들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SID2013에서 크기 13.3인치 해상도 3,200x1,800의 초고해상도 노트북 디스플레이를 공개했다. 자사의 울트라북(아티브북9, 구 시리즈9)에 적용한 샘플도 함께 공개했다. 이에 뒤질세라 HP는 크기 14인치 해상도 3,200x1,800의 화면을 갖춘 신형 울트라북 엔비 터치스마트14(Envy TouchSmart14)를 23일 공개했다. 해상도 3,200x1,800은 현재 노트북에 널리 사용되는 해상도 1,600x900을 4배 늘려놓은 수치다. 맥북프로 레티나도 한 수 접고 들어갈만하다.

기존 윈도의 방식을 채택할 경우 3K 이상의 해상도를 채택한 노트북/태블릿PC는 정상적인 사용이 불가능한 물건이다. 속된말로 '글씨가 너무 작아 눈이 빠질 것 같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하지만 윈도8을 채택할 경우 데스크탑 화면을 200% 확대하고, 윈도8 스타일 UI의 자동 최적화 기능을 활용함으로써 맥북프로 레티나처럼 선명한 화면을 얻을 수 있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윈도8 초창기에는 수요에 관한 의구심, 초고해상도에 대응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의 부재, 프로세서/.그래픽 프로세서의 성능 부족(태블릿PC와 울트라북에 주로 사용되는 아톰과 HD4000에 관한 발언이다, 코어 i 시리즈를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님을 주의), 높은 원가 등의 문제로 초고해상도 노트북/태블릿PC가 출시되지 않았지만, 문제가 해결됨에 따라 제조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윈도8을 탑재한 초고해상도 노트북, 울트라북, 태블릿PC가 시장에 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화면이 선명하더라도 앱이나 응용 프로그램이 선명한 화면을 지원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실제로 맥북프로 레티나가 출시된 초기에는 앱을 실행하면 뿌연 화면만 나타나기 일쑤였다. 선명한 화면을 지원하지 않아서다. 현재는 지원하는 앱의 비율이 많이 늘었지만, 이는 윈도에 비해 앱의 개수가 적은 탓이 크다.

윈도는 이제 발걸음을 내디뎠다. 너무 많아 집계가 불가능한 수준인 윈도 응용 프로그램 업계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초고해상도 노트북/태블릿PC(선명한 노트북/태블릿PC)에 대응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정작 선봉에 서야 할 MS조차 굼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MS의 대표적인 응용 프로그램 '인터넷 익스플로러', '오피스'조차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미국 MS 본사에 문의하자(한국MS가 아니다) "개발 중이다. 기다려 달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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