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 이름이 뭐더라" - 구글 글래스에게 물어봐

나진희 najin@itdonga.com

'분명 저번에 만났었는데 이름이 뭐더라...?'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 못 해 곤혹스러웠던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괜히 빙빙 돌려가며 '저기…' 부르거나, 상대방을 부르지 않은 채 바로 본론부터 말하기도 한다. 업무상 만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외워야 할 얼굴과 이름은 느는데, 이를 기억 못 하면 '능력 없는' 사람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악마는프라다를입는다 한 장면
악마는프라다를입는다 한 장면

구글 글래스에 얼굴 인식 기능이 들어갈까? 해외 IT 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Lambda Labs가 개발자용 구글 글래스 얼굴 인식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애플리케이션 개발 환경)를 이번 주 내로 공개한다. 개발자는 이 API를 기반으로 구글 글래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얼굴 인식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할 수 있다. 지난해 Lambda Labs는 (구글 글래스용은 아니지만) 얼굴 인식 API를 공개했고 대기업 소속을 포함해 1,000명 이상의 개발자가 이를 활용한 바 있다.

김정은
김정은

구글 글래스에 얼굴 인식 기능이 탑재되면 어떤 상황이 생길까? 구글 글래스를 쓰고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 (사용자가 미리 입력해 둔) 그 사람의 이름, 소속, 직위 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반가운 척 웃으며 이름을 말해 그 사람을 신경 쓰고 있다는 인상도 줄 수 있다(물론 상대방이 구글 글래스를 본다면 그 효과는 떨어질 것이다). 나쁜 악당이 수많은 인파 속에 숨은 착한 영웅을 찾아내는 것과 같은 일도 가능하다.

그런데 흥미롭고 유용해 보이는 구글 글래스의 얼굴 인식 기능에 대해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첫째, 그 인식률에 관한 문제다. (음성 인식 기술과 마찬가지로) 얼굴 인식 기술은 아직 신뢰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실제 얼굴 인식 기능이 있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보면 엉뚱한 사물을 사람 얼굴로 인식하기도 한다. 반면, 분명 친구의 정면 얼굴을 찍고 있는데 얼굴 인식 기능이 동작하지 않을 때도 있다.

또한, 사람들의 생김새가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구글 글래스가 비슷비슷한 사람들을 얼마나 정확하게 인식할 것인가? 만약 상대방이 머리 스타일을 크게 바꾸거나, 쌍꺼풀 수술을 했다면? 구글 글래스만 믿고 상대방의 이름을 외우지 않았다간 정작 실전에서 큰코다칠 수 있다. 구글 글래스의 얼굴 인식 기능은 현실화되더라도 '참고용'으로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구글 글라스
구글 글라스

둘째, 가장 중요한 보안 문제다. 택배 상자 등에 쓰인 이름, 휴대폰 번호를 범죄에 악용하는 세상이다. 민감한 신상 정보는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구글 글래스의 얼굴 인식 기능으로 얼굴, 이름, 전화번호 등 중요 정보가 해킹으로 공개될까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걱정을 의식했는지 구글 관계자는 "구글은 '사생활 침해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보호가 없는 한' 얼굴 인식 기능을 추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단 단서에 의하면, 강력한 보호책이 있다면 얼굴 인식 기능이 도입될 수 있다. 구글 글래스의 강점이 될만한 얼굴 인식 기능을 구글이 과연 포기할까? 시장 우위를 위해 포기하는 것보단 보호책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해 보이지만 결정은 구글의 몫이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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