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더러운 돼지?" 삼성, 美 스마트TV 광고 논란
남자, 정확히 말하자면 '남편'을 더럽고 무능한 존재로 묘사한 삼성전자 스마트TV 광고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관심을 끌려는 의도였다면 성공이다. 게시된 지 약 일주일 만에 유튜브 959만 조회 수를 달성했다(5월 22일 기준). 광고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유쾌하다며 재밌다는 사람도 있고, 어이없는 내용이라며 질색하는 사람도 있다.
광고 속 남편은 한마디로 '더럽다'. 주위에 음식물을 잔뜩 흘려 놓고 소파에 앉아 치킨을 뜯으며 TV만 본다. 부인은 그런 남편의 모습이 한심하다. 스마트TV에 '에볼루션 키트(TV를 업그레이드해주는 제품)'를 장착하며 자신의 남편에게도 이 에볼루션 키트를 끼우는 상상을 한다.
상상 속 남편은 에볼루션 키트 하나로 완벽히 다른 사람이 된다. 얼굴에는 시종일관 미소를 띤 채 어려운 집안일을 척척 해낸다. 손으론 요리를 하며 발로는 아이의 침대를 흔들며 아이를 본다. 부인의 머리를 해주며 샴페인을 따라주는 등 '100점짜리' 남편으로 변신한다. 부인이 행복해하는 것도 잠시, '뿌웅'하는 남편의 방귀 소리와 함께 상상이 깨지고 현실로 돌아온다. 남편은 더러운 모습 그대로인데 삼성 스마트TV만 에볼루션 키트로 진화했다. 그 후 나가는 광고 문구, “최소한 삼성 TV는 진화합니다”
사실 내용은 쑥스러울 만큼 진부하다. 낯간지러운 청춘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상상 장면을 보는듯하다. 무언가를 보고 상상하고, 그것이 깨지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구조다. 광고는 남편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으로 웃음을 유발해 그 어색함을 채운다.
아무래도 남성과 여성을 갈등 구조의 중심에 놓다 보니 논란은 당연히 따라오는 순서다. 네티즌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내 부인에게도 에볼루션 키트를 꽂고 싶다, 친구와 포커 게임을 할 때 이상한 옷을 입고 샌드위치를 갖다 준다", "여자들은 대체 왜 자기가 사랑해서 선택한 남자를 결혼하고 나선 비난하나? 그의 그런 모습을 사랑했던 게 아닌가?" 등. 사실 에볼루션 키트나 삼성 스마트TV가 아니라 남녀 행태에 관해 갑론을박하는 네티즌 의견이 더 많았다. 심지어 어떤 네티즌은 "대체 이 광고가 무얼 전하려는지 모르겠다"며, "이전 제품을 '멍청한 남편'에 비유하는 것은 그 제품을 산 소비자를 모욕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삼성은 그동안 논란이 일만 한 유튜브 광고를 많이 만들었다(애플 아이폰을 조롱하는 삼성 갤럭시 광고는 갤럭시S3에 이어 갤럭시S4까지 나왔다). 이 광고들은 국내 삼성 광고의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와는 전혀 딴판이다. 국내 시장과 미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삼성의 위치뿐 아니라 각 국가의 소비자 인식도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은 수많은 제품의 각축전이다. 소비자 머릿속에 강렬하게 각인될만한 광고가 필요하다. 삼성은 미국 소비자가 (비록 불쾌한 느낌이더라도) 몇 번이고 곱씹어 '삼성'이란 브랜드를 머릿속에 남기도록 논란이 되는 광고를 제작하는 듯 보인다.
해당 광고 동영상은 유튜브 홈페이지(http://youtu.be/u9HMhSvnbmk)에서 볼 수 있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