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수스의 18인치 태블릿으로 '애니팡' 해보니
에이수스(ASUS)는 요즘 변신하는 제품을 만드는데 재미가 들린 듯 하다. 노트북에서 태블릿PC로 변신하는 제품(트랜스포머북 시리즈)은 기본이고, 태블릿PC와 스마트폰를 오가는 제품(폰패드 시리즈), 올인원PC와 태블릿PC 모드를 번갈아 쓸 수 있는 제품(트랜스포머 AiO 시리즈)도 내놓고 있다.
14일 열린 에이수스코리아의 신제품 발표회장에서도 에이수스의 이런 '변신본능'을 확실히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최근 에이수스의 주력 제품으로 떠오른 트랜스포머 시리즈 외에도 2개의 화면이 양면에 달린 이른바 듀얼 스크린 울트라북, '타이치(TAICHI)' 시리즈가 주목을 받았다.
2개 화면 달린 듀얼 스크린 울트라북, '타이치31'
이날 행사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타이치31(TAICHI31)은 언뜻 보기엔 평범한 13인치급 울트라북처럼 보이지만(하드웨어 사양도 기존 울트라북과 비슷하다) 상판 안쪽 외에 바깥쪽에 또 하나의 화면이 달려있다. 덕분에 기존 울트라북에 비해 한층 다양한 활용도를 기대할 수 있다.
평소에는 상판을 열어 일반 울트라북처럼 안쪽 화면과 키보드로 이용하다가 상판을 닫으면 바깥쪽 화면을 통해 태블릿PC처럼 쓸 수 있다. 참고로 타이치31은 바깥쪽 화면만 터치스크린이다. 안쪽 화면에도 터치스크린을 넣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하면 상판이 지나치게 두꺼워지기 때문에 부득이 이런 구조가 되었다고 에이수스코리아의 관계자는 전했다.
타이치31에 달린 듀얼 스크린은 데스크탑의 다중 모니터처럼 쓸 수도 있다. 둘 중 한 곳에만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 외에도 두 화면에 같은 이미지를 표시하는 복제모드, 각기 다른 이미지를 표시하는 확장모드가 구현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를 이용하면 자신은 안쪽 화면, 책상 맞은 편에 있는 사람에게 바깥 화면을 보여주며 상담을 하는 용도로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안쪽 화면에서 바깥쪽 화면에 표시되는 내용도 확인할 수 있는 '심플쇼'라는 앱도 제공하므로 이를 이용하면 한층 편리하다. 가격은 200만원대 초반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한다.
성능도 '빵빵'한 컨버터블PC, '트랜스포머북'
화면이 분리되는 컨버터블PC인 트랜스포머북(Transformer Book TX300)도 발표되었다. 평소에는 일반 노트북처럼 쓰다가 키보드 부분을 분리하면 태블릿PC로 변신한다. 삼성전자나 에이서 등에서 유사한 형태의 제품이 나온 바 있는데, 에이수스 측에서는 트랜스포머북이 성능 면에서 이러한 유사제품들과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경쟁사의 컨버터블PC는 대부분 성능보다는 저전력을 중시한 울트라북 규격의 사양을 갖추고 있지만 트랜스포머북은 이들과 달리 완전한 일반 노트북의 사양이다.
실제로 트랜스포머북은 인텔의 3세대 코어 i5 / i7 CPU 및 128GB의 SSD, 500GB의 HDD 등을 탑재하고 있어 전문적인 작업 및 업무용으로도 손색 없는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참고로, CPU나 SSD와 같은 대부분의 부품이 화면(태블릿PC) 부분에 탑재되어 있어 태블릿PC모드에서도 무리 없이 사용이 가능하지만, 500GB HDD는 키보드 독(Dock) 부분에 탑재되어 있어 두 부분이 합체된 상태에서는 HDD에 저장된 대용량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제품 가격은 178만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한다.
PC사면 18인치 태블릿PC도? '트랜스포머 AiO'
마지막으로 소개된 것은 '트랜스포머 AiO'다. AiO란 '올인원(All in One)', 즉 본체 없이 모니터 내부에 모든 부품을 넣은 거치형 PC를 뜻한다. 에이수스 트랜스포머 AiO는 18.4인치의 화면을 갖춘 윈도8 기반의 일반적인 올인원PC로 쓰다가 화면을 분리하면 안드로이드(버전 4.1 젤리빈) 기반의 태블릿PC로 쓸 수도 있다.
이런 콘셉트를 구현하기 위해 트랜스포머 AiO 내부적으로 완전히 분리된 2개의 운영체제 및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다. 스탠드 부분에는 3세대 코어 i3/i5/i7 CPU 및 지포스 GT730M 그래픽카드, 1TB/2TB HDD를 비롯한 윈도8 PC용 하드웨어, 분리가 가능한 모니터 부분에는 테그라3 프로세서 및 32GB 플래시 메모리, 배터리와 같은 안드로이드 태블릿PC용 하드웨어가 내장되어있다.
때문에 스탠드에서 분리되었을 때는 안드로이드 기반으로만 구동되는데, 와이파이 통신을 이용한 원격 제어 기능을 이용하면 분리 상태에서도 윈도8의 화면을 표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제품 가격은 200만원 근처가 될 것이라고 한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이번 행사에서 출시가 발표된 에이수스의 변신형 PC 3종은 사실 작년 말 즈음에 소개된 바 있는 제품들이다. 기존 제품과 확연히 다른 콘셉트를 가지고 있는데다 특히 안드로이드 탑재 제품은 최적화 과정에 시간이 걸려 이제야 출시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에이수스코리아의 곽문영 과장은 말했다.
그리고 사실 이들 제품은 순수한 PC 사양만 따지면 '가격대비 성능'은 그다지 높다고 할 수 없다. 하나같이 200만원 근처의 가격으로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에이수스의 관계자는 이번 신제품들은 많이 팔기 위해서라기보단 에이수스의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소비자들에게 과시하고자 하는 의의가 더 크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2012년 기준으로 에이수스는 세계 휴대용PC 시장에서 3위의 점유율을 달성했다. 특히 유럽 쪽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다만, 한국이나 일본과 같이 토종 기업들의 힘이 강한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에이수스의 관계자들은 "에이수스에게 있어 한국 시장은 여러 가지 도전과제가 많은 시장"이라며, "오늘 출시된 3종과 같은 특별한 제품을 주기적으로 선보여 한국에 에이수스가 확실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트랜스포머 AiO는 모니터 부분만 떼어내면 18인치 화면을 갖춘 거대한 안드로이드 태블릿PC가 되는데, '애니팡'과 같은 스마트폰용 앱을 돌려보면 참으로 장관이다. 이를 보고 일부 기자들은 "에이수스에서 세계에서 제일 큰 태블릿PC를 만들었다"라며 재미있어 하기도 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