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의 마음 속을 찍는다 – aca 카메라 케이스와 애플리케이션
아이들에게 그림 그리기는 하나의 놀이이자 자기 표현 수단이다. 아이의 정서를 알아보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게 하거나 여러 그림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법 등도 있다. 아이가 칠하는 색상, 그리는 모양에 대해 성격을 엿볼 수도 있다. 비단 아이뿐만 아니다. 어른들의 심리치료에도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다. 이와 같은 미술심리치료는 말이나 행동으로 자신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소극적인 성격에게 효과를 발휘한다.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아이 옆에서 항상 함께하고 아이의 생각을 누구보다 잘 읽을 수 있는 사람 즉, 부모라면 의외로 쉽지 않을까.
최근 베이스디(http://www.base-dstore.com/)가 'aca'라는 아이폰5 전용 토이 카메라 케이스를 국내에 선보였다. aca 케이스를 단순한 카메라 모양의 아이폰5용 케이스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앱스토어에 등록된 'Myaca' 애플리케이션(이하 앱)과 함께 사용하면, 우리 아이와 함께 대화하고 놀이할 수 있는 '사진놀이 교육 프로그램'으로 이용할 수 있다.
Myaca 앱은 미국과 독일(웬디 Ewald의 LTP 프로그램)에서 인정한 사진놀이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각 단계에 따라 아이들이 직접 생각하고 움직이며, 주제에 맞는 사진을 찍는 등, 창의성과 표현력 향상을 돕는게 목적이다.
첫 느낌은 장난감 케이스
aca 케이스의 첫 느낌은 딱 '토이 카메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베이스디가 판매하고 있는 케이스 종류는 총 3가지. 화이트, 핑크, 민트 등 색상만 다를 뿐 기능상 차이는 없다. 재질은 플라스틱으로 무게는 딱 100g. 이 정도면 오래 들고 다녀도 무겁지 않으리라. 웬만한 머그컵 보다 가벼운 무게다.
톡톡 튀는 색상만큼 생김새도 참 귀엽다. 렌즈(실제 렌즈는 아니다)를 시작으로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 디자인, 그리고 손목에 거는 스트랩까지.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하다'라는 표현이 딱 맞는다. 참고로 제품 안에 함께 들어있는 제품 설명서는 꼭 따로 챙겨두도록 하자.
필자는 10살 아들을 둔 34살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자다. 솔직히 aca 카메라 케이스를 보며 '귀엽게 생기긴 했는데… 이거 너무 큰 것 아냐?'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아마 평소에 이대로 들고 다니면 주변 사람들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을까.
하지만, 20대 여자의 생각은 달랐다. 손에 쥐고 이리저리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지나가면서 "귀엽다. 그게 뭐에요?", "색깔 봐" 등 반응이 꽤 괜찮다. 놀이동산이나 가까운 곳에 놀러 갈 때 사용하면 좋겠단다. 맞다. 이 aca 케이스는 30대 남성이 아니라 10~20대 여성과 4~10살 정도의 어린이를 위한 제품이다. 이들의 마음에 드는 것이 먼저 아니겠는가.
케이스에 아이폰5를 끼우면 말 그대로 '토이 카메라'다. 케이스 뒷면에 있는 고정대를 빼고 아이폰 밑 부분부터 끼운 뒤, 고정대를 닫으면 끝. 케이스를 끼운 상태에서 아이폰5 상단 전원 버튼과 음량 + 버튼도 누를 수 있다. 음량 버튼은 아이폰5 카메라 모드 시, 사진 찍는 버튼으로 사용할 수 있다.
눈치챘겠지만, aca 카메라 케이스의 렌즈는 실제 렌즈가 아니다. 일종의 렌즈 필터 전환 다이얼(?)이다. aca 케이스는 아이폰5 렌즈 위에 덧씌우는 방식으로 8가지 필터 기능을 'Triad', 'Diamond', 'Hole', 'Heart', 'Original', 'Red color', 'Yellow color', 'Mint color' 등을 지원한다. 사용법? 어렵지 않다. 10살 아이도 한다. 슥슥 돌리면 화면이 하트 모양으로 보이거나, 빨갛게 또는 파랗게 보인다.
Myaca 앱과 함께 사용해 우리 아이와 대화를
aca 카메라 케이스의 진가는 Myaca 앱과 함께 사용할 때 나타난다. Myaca는 유아 사진놀이 전문가이자 '우리아이 사진놀이'의 저자 김문정 교수가 함께 개발한 앱이다. 앱 구성은 크게 '카메라'와 '앨범'으로 구성되어 있다. 카메라 메뉴는 총 4단계로 나뉘어져 있고, 각 단계마다 '단어카드'가 들어있다. 이외에 'aca dream', 'aca song', 'aca mom', 'aca setting' 등의 세부 메뉴도 있다. 일단 앱스토어에서 Myaca 앱을 검색해 내려받아 아이폰5에 설치하자.
앱을 실행하면 기본 언어가 영어로 설정되어 있다. 오른쪽 상단에 있는 'aca setting'을 눌러 한글로 바꿔주자. 이밖에 설정 메뉴에서 음악과 효과음 음량을 조절할 수 있으며, 셔터음을 다섯 가지로 바꿀 수 있다. 향후 일본어와 중국어도 지원할 예정이다.
간단한 설정 이후에 10살 아들에게 건네줬다. 궁금한 것은 와서 물어보라는 말과 함께. 아이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앱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이미 아이폰5에 상당히 익숙해진 영향도 있으리라). 아이가 어떻게 하나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니 뽀로로를 닮은 음성으로 안내 멘트가 나왔다. 첫 멘트는 사진을 찍는 방법에 대한 것. 오른쪽 아래 렌즈를 가리지 말고, 위의 셔터를 눌러 사진을 찍어보란다. 사진을 찍으니 다음 단계는 화면을 터치해 사진을 찍어보란다. 이런 식으로 카메라 케이스와 앱 사용법에 대해서 먼저 알려준다.
그리고 화면에 나타난 단말카드. 각 단말카드의 내용을 읽는 음성도 들린다. 이게 Myaca 앱의 원리다. 단말카드를 보여주고 그것에 맞는 것을 아이가 직접 찾아 사진을 찍는 것. 이 과정을 통해 모르는 단어에 대해 배울 수 있고, 부모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해당 단말카드에 맞는 사진을 찍고 나면 녹음도 할 수 있다.
단말카드는 총 4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앱을 설치하면 1단계 '찾아볼까?' 단계만 체험해 볼 수 있는데, 1단계는 '개미', '사과', '팔', '곰', '형', '동생' 등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물이다. 하나씩 그 단계를 넓혀가는 것. 2, 3, 4단계 버튼을 누르면 아래 사진처럼 바코드를 네모 안에 비추라는 문구가 뜬다. 이 때 제품 설명서에 있는 QR코드를 네모 안에 비추면 나머지 단계가 다 열린다.
1단계와 달리 2, 3 단계는 한번쯤 더 생각해봐야 하는 단말카드가 등장한다. 예를 들어, '느껴볼까?'라는 주제의 2단계는 '화난 표정', '쓴 맛', '흐린 날' 등이, '상상해봐!'라는 주제의 3단계는 '자르기 전과 자른 후', '먹기 전과 먹은 후', '만지기 전과 만진 후' 등이다. 마침 '파란 손'이라는 단말카드가 등장하니, 아이가 앞의 렌즈를 돌려 파란색 필터로 만들고 자신의 손을 찍더라. 아래 사진은 아이가 Myaca 앱으로 직접 찍은 사진 몇 장이다.
사진첩은 캘린더 형태로 그날그날 찍은 사진을 하나로 모아 볼 수 있는 메뉴다. 찍은 사진에 녹음한 내용도 들을 수 있다. 사진첩 메뉴가 좋았던 것은 아이가 찍어온 사진을 함께 보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는 점. 왜 이런 사진을 찍었는지에 대해 물으면, 어떤 단말카드가 나왔으며, 그 단말카드는 어디에 있었고, 이렇게 찍었다라고 조잘조잘 말한다. 아이와 공유할 수 있는 '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는 것이 꽤 마음에 들었다.
aca 카메라 케이스 가격은 3만 9,000원. Myaca 앱은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제품과 앱을 사용해본 기간은 약 일주일. 실제 그 동안 아이 정서 함양에 얼마나 도움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화 시간만큼은 분명히 늘었다. 한가지 안타까웠던 점은 10살 아이가 사용하기에 조금 아쉬웠다는 것. 머리가 굵어졌다고 "이거 너무 쉽다"라는 반응이 자주 나오더라. 5~6살 정도의 아이에게 잘 어울리지 않을까.
Myaca 앱 설명 중 '아이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해주세요'라는 문구가 있다. aca 카메라 케이스와 Myaca 앱에 대한 소감은 이 문구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