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휴대폰 고유식별번호를 위조하면 철창신세… 아니 왜?
정부가 분실, 도난 스마트폰 해외 밀반출을 막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정부는 '분실, 도난 스마트폰(일반 휴대폰 포함)의 고유식별번호(IMEI, International Mobile Equipment Identity)를 위조, 훼손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23일 의결했다.
정부가 이렇게 휴대폰 고유식별번호 위조, 훼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분실, 도난 스마트폰이 해외로 밀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 동안 국내의 분실, 도난 스마트폰 밀반출 상황은 상당히 심각했다. 경찰이 지난 1월말 분실, 도난 스마트폰 4,500여대를 밀반출한 일당 26명을 입건하는 등 지속적으로 단속을 펼치고 있지만, 밀반출은 줄어들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관세청이 적발한 휴대전화 밀반출은 수량으로는 1,887대, 금액으로는 5억 700만 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밀반출되는 스마트폰의 규모를 한해 약 5,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밀반출되는 스마트폰 가운데 상당수는 분실, 도난 스마트폰이다. 관세청은 분실, 도난 스마트폰이 주로 밀수출되는 국가로 중국, 홍콩, 베트남, 태국 등을 지목했다.
이에 지난 3월 정부는 중국, 베트남 당국과 협력해 휴대폰 고유식별호를 공유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외로 밀반출되는 분실, 도난 스마트폰을 추적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추적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가지 문제가 더 있다. 바로 분실, 도난 스마트폰의 고유식별번호를 위조, 훼손하면 추적이 어려워진다는 점. 제아무리 외국과 공조를 강화해도 국내 밀반출업자들이 고유식별번호를 위조, 훼손하면 그만큼 분실, 도난 스마트폰 추적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휴대폰 고유식별번호의 용도는 주민등록번호와 같다. 휴대폰을 구별하기 위해서다. 모든 한국 사람에게 13자리의 주민등록번호가 있듯이, 모든 휴대폰에는 15자리의 고유식별번호가 주어진다. 분실, 도난 스마트폰은 고유식별번호가 이통통신사 전산망에 등록돼 다른 이가 사용할 경우 즉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반대로 분실, 도난 스마트폰 추적의 상당 부분을 고유식별번호에 기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고유식별번호를 위조, 훼손하면 추적이 어려워진다는 점을 악용하려는 밀반출업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밀반출업자들의 증가를 방지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휴대폰 고유식별번호는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통화 화면에서 '*#06#'을 누르면 된다. 지난해 5월 단말기 자급제가 시행되기 이전에 출시된 스마트폰은 고유식별번호 확인용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화면 된다. 일반 휴대폰은 배터리를 분리한 뒷면에 적혀 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