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감독님' - 제3회 올레 국제스마트폰 영화제
"제가 고등학생 때는 카메라 살 돈이 없어서…6개월간 매점에서 '도나스'를 팔았습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히타치(HITACHI) 캠을 샀는데 그거 하나로 뭐든 다 찍을 수 있을 것 같았죠. 기쁜 마음에 잘 때 카메라를 꼭 품에 안고 잤습니다. 그런데 이제 사람들이 스마트폰 하나로 누구나 다 영화를 찍네요. 이 사실에 저는…분노를 느낍니다 하하하. 제가 조금만 더 늦게 태어났어도…"
영화 '괴물'로 유명한 봉준호 감독이 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이제는 누구나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찍는 세상이 됐다. 초등학생도, 가수도, 직장인도.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감독님'이다. KT가 스마트폰으로 찍은 영화만을 모아 상영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제3회 올레 국제스마트폰영화제 개막식이 4월 17일 삼성동 코엑스 밀레니엄 광장에서 열렸다.
총 750여 편의 스마트폰 영화가 출품돼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이 중 25편만이 최종 본선에 올랐다. 개막식에서 모든 본선 진출작을 상영한 것은 아니고, 개막작 '도화지'와 배우 나르샤와 후지타니 아야코가 제작한 영화 두 편까지, 총 3편만 선보였다. 중간 중간 영화감독이나 영화제 관계자, 출연진 등의 개회사, 인사말, 소개 등이 있었다. 사회는 배우 오정세와 유인영이 맡았다.
삼성전자 갤럭시S3를 닮은 거대한 전광판 앞에 의자를 늘어놓아 야외 무대를 설치해놓았다. 4월 중순인데도 행사 시작 시각인 저녁 7시는 쌀쌀했다. '날씨가 추워 사람이 많이 모이려나'하는 걱정도 잠시, 이내 밀레니엄 광장은 사람이 꽉꽉 들어찼다. 스크린에 유명인들이 나오고 흥미로운 영화가 상영되니 사람들이 발길을 멈출 수밖에. '인간 바리케이드' 덕에 영화제는 따뜻하게 진행됐다.
가장 많은 관객의 호응을 받은 작품은 개막작 '도화지'였다. 봉만대 감독이 총연출을 맡았다. 달리도, 마라도, 울릉도 낙도 등 섬 분교에서 온 꼬마 감독들이 아이폰으로 영화를 찍었다. 아이들의 순수한 눈높이와 '독창적인' 장면 연출, 그리고 허를 찌르는 내용 전개까지. 보는 내내 웃음이 멈추질 않은 따뜻한 영화였다.
멘토스쿨 프로젝트에 참여한 가수 나르샤와 배우 후지타니 아야코가 만든 영화도 상영됐다. 이 둘은 멘토스쿨 프로젝트에 참여해 이호재 감독 등을 멘토로 맞아 영화를 제작했다.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나르샤의 '벌레'와 후지타니 아야코의 'The door'도 많은 박수를 받았다. 아쉽게도 멘토스쿨 참여 멤버 중 한 명인 배우 유인영의 작품은 살짝 민망한 내용 때문에 개막식에는 빠졌다. 대신 18일부터 20일까지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하는 영화제에서 작품을 상영하니 관심 있는 사람은 참석해볼 것.
영화제의 마지막은 도화지의 배경 음악 '좋지 아니한가'의 주인공, 크라잉넛이 장식했다. 감독도 관람객도 모두 일어나 신나는 공연을 즐기는 자리였다. '룩셈부르크', '말달리자'에 이어 엔딩곡 '밤이 깊었네'로 흥겨운 분위기를 마무리했다. 자유로운 감성의 스마트폰 영화제 분위기에 어울리는 최고의 초청가수가 아니었나 싶다.
본선 진출작 25편은 올레 국제스마트폰영화제 홈페이지(http://www.ollehfilmfestival.com/new2/06_final/vote.jsp)에서 감상할 수 있다. 100% 관객의 투표만으로 뽑는 '관객상'도 있으니 마음에 드는 작품에 자신의 한 표를 던져도 좋겠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