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te 2013] 모바일 게임 1인 개발기 - 하이디어 김동규
유니티 테크놀로지스 코리아가 유니티 게임 엔진과 게임 개발 과정 등을 소개하는 개발자 컨퍼런스 '유나이트 코리아 2013(Unity Technologies Korea)'을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 새천년관에서 11일 개최했다. 유나이트 코리아 2013은 유니티 엔진 사용자와 게임 개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마련된 컨퍼런스로, 올해가 2회째다. 유니티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모바일 게임 시장 동향, 게임 플랫폼의 현주소, 모바일 게임 관련 개발 기술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이날 행사에는 기획, 아트, 개발 등 3개의 부문으로 총 15개의 강연이 열렸다(12일 17개, 총 32개 강연). 그 중에서도 '모바일 게임 1인 개발기'를 주제로 발표한 하이디어의 김동규 대표의 강연 내용을 소개한다.
김동규 대표가 단독으로 개발한 게임 '언데드 슬레이어'는 액션 모바일 게임이다. 현재 NHN 한게임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삼국지와 좀비를 조합해 독특한 세계관을 만들어냈으며 1인 개발자가 만든 게임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의 완성도를 갖췄다.
건축학도의 좌충우돌 나홀로 게임 개발기
김 대표는 고려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정작 그가 흥미를 느낀 것은 그림 그리기와 게임 제작이었다. 이에 고소득을 누릴 수 있는 건축 업계 진출을 포기하고 박봉의 온라인 PC 게임 개발사에 입사했다. 김 대표는 "입사 당시 플래시와 오토 캐드밖에 할 줄 몰랐다. 무턱대고 엽기토끼 동영상과 입사지원서를 들이밀었는데 운 좋게 일할 수 있었다"라고 회고했다.
하지만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회사가 무너졌다. 그에게 남은 것은 실업 급여뿐이었지만 게임 개발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는 자신이 어떤 일을 가장 즐거워하고 잘 하는지 생각했다. 그의 강점은 게임의 기본 구조와 게임 제작 공정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것과 각종 그래픽 리소스를 제작하는 속도가 빠른 것이었다.
근근이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지내던 어느 날, 그는 유니티 플랫폼을 발견하고 스마트폰 게임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그 때 당시는 아이폰4가 출시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스마트폰 게임은 비교적 적은 인원과 작은 규모로 시작할 수 있었다. 또한 스마트폰 시장이 크게 성장한 만큼 각종 정보와 새로운 기술을 얻기도 쉬웠다.
결심을 굳힌 그는 무작정 C#과 유니티 엔진 공부에 매달렸다. 게임이나 모바일 회사에서 일한 경험은 있었지만, 직접 프로그래밍을 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환경에 대해 이해하고자 피처폰을 아이폰4로 교체하고, 맥북 에어와 개발자 등록 비용을 마련했다. 유니티 플랫폼은 유료 대신 프리 버전만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쉽지 않았다. 그는 "맥/iOS 개발 환경인 XCODE를 맥북에 설치해야 하는데, C드라이브를 찾는 데 하루가 걸렸다. 우여곡절 끝에 XCODE를 깔고 보니 외계어가 가득하더라. 당시에는 아무것도 몰랐다"라며 웃었다.
우여곡절 끝에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게임 제작에 돌입했다. 우선 게임 컨셉과 세계관을 정했다. 그는 1:100 이상의 전투를 구현하고, 빠르고 화려한 액션을 구현하며, 저사양 기기에서도 잘 구동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또한 삼국지와 좀비를 결합해 게임 속 세계관을 구성하고, 여느 삼국지 게임과는 달리 독특하게도 '하후돈'이라는 캐릭터를 선택했다.
다음으로 게임 조작 방식, 유닛 설정, 인스턴스 제어, 배경, 애니메이션, 이펙트, UI, 폰트, 음향 효과 등 세부적으로 개발 작업에 들어갔다. 개발 작업 시 유니티 3D 3.x.를 이용했다. 스마트폰에서 게임이 원활하게 구동되도록 과부하를 줄이고 가급적 꼭 필요한 소스만 사용했다. 물론 그래픽이 부실하지 않도록 주요 장면에는 프레임과 이펙트를 충분히 사용했다.
개발 과정에서 에피소드도 많았다. 게임 개발에 몰두한 나머지 목 디스크에 걸리기도 했다. 게임에 적합한 사운드를 만들고자 직접 입으로 소리를 냈을 정도다. 집에서 혼자 "얍", "우어어" 등의 소리를 내고 직접 녹음했다. 그는 "추후 한게임에서 사운드를 다시 입혀줘서 정말 다행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게임을 제작한 뒤 퍼블리싱을 준비했다. 혼자서 게임을 출시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전문 퍼블리셔를 만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 판단했다. PPT 자료와 동영상을 만들어 여러 회사에 배포했고, NHN 한게임에 퍼블리싱 할 수 있게 됐다.
퍼블리싱 단계에서 한게임 서비스 플랫폼(HSP)를 게임에 탑재했다. 이 플랫폼에는 결제 시스템, 유저 관리, 마케팅, 랭킹 서비스 등이 담겨 있다. 시스템을 검증하고, 다양한 기기와 플랫폼에서 테스트를 거치고 버그를 확인했으며(QA), 게임 난이도를 적절하게 맞추고자 FGT(포커스 그룹 테스트, 게임 테스트)도 실시했다. 그리고 마케팅을 거쳐 게임을 출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언데드 슬레이어는 출시 직후 열흘 만에 iOS와 안드로이드 누적 다운로드 45만 건을 돌파했으며 1주일 만에 매출 1억을 기록했다. 일본 시장에 진출한 지 6시간 만에 일본 앱스토어 무료 랭킹 1위에 올랐으며, 대만과 태국 등의 시장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현재 약 10억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참고로 그가 게임 개발에 몰두한 시간은 7개월이었으며, 게임을 구상한 기간까지 포함하면 약 1년 정도다.
김 대표는 게임 개발과 관련해 조언도 남겼다. 그는 "사실 유저를 중심으로 하는 게임을 만들지는 않는다. 내가 재미를 느끼는 게임을 만든다. 그래야 작업도 잘 된다. 또 그런 게임을 만들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재미있어할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1인 개발에 대한 장단점도 소개했다. "1인 개발은 게임 구현을 미리 고려하면서 시스템을 기획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위험도 크다. 개발자가 감기 몸살 한번 걸리는 등, 사소한 문제라도 겪으면 그것이 개발 기간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