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팩트 카메라 종결자, 니콘 쿨픽스A
콤팩트 카메라는 주로 간단한 사진을 찍는 카메라다. 똑딱이 카메라로도 부르며,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어 다니다 예쁜 꽃, 재미있는 순간, 맛있는 음식 등 일상 생활 중에 잠깐 꺼내 사용한다. 때문에 사용자는 콤팩트 카메라에 성능을 기대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사진을 '간단하게' 찍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이번에 니콘이 선보인 쿨픽스A는 이런 콤팩트 카메라에 대한 상식을 깬 제품이다. 쿨픽스A의 가장 큰 특징은 니콘 DSLR D7100, D7000 등에 사용하는 23.6×15.6mm CMOS 센서를 탑재했다는 점이다. 카메라 이미지센서(CMOS)는 크기가 크면 클수록 사진 화질이 좋다. 한마디로 쿨픽스A는 일반 콤팩트 카메라보다 크기가 큰 이미지센서를 사용해 사진 화질이 뛰어나다. 보급형 DSLR 카메라로 찍은 사진 정도의 화질은 보장할 수 있다.
필자는 니콘 보급형 DSLR D90을 사용 중이다. 카메라 사양만 비교하면 쿨픽스A가 (D90보다) 높다. 쿨픽스A의 기본사양은 유효 화소수 1,616만 화소, 사진 최대 해상도 4,928x3,264로 웬만한 DSLR 카메라 못지 않다. ISO 감도는 최대 25600까지 설정할 수 있어 어두운 장소에서 밝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니콘 신형 화상처리 엔진 '엑스피드2(EXPEED2)'도 적용했다.
쿨픽스A는 크기는 작지만 갖출 것은 다 갖췄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조작 다이얼이 2개라는 것. 다이얼이 하나뿐인 보급형 DSLR 니콘 D5200, D3200 등은 M(수동)모드에서 셔터속도와 조리개를 한번에 하나만 조절할 수 있다. 이를 조절하기 위해 다른 버튼 하나를 추가로 눌러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그만큼 조작속도가 느리다. 이와 달리 쿨픽스A는 조작 다이얼 2개로 셔터속도와 조리개를 조절할 수 있어, 조작속도가 빠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한 손으로 할 수 있다. 뒷면(액정이 있는 부분) 인터페이스도 기존 니콘 DSLR 카메라와 비슷하다. 니콘 DSLR 사용자라면 익숙할 것이다.
일반 콤팩트 카메라와 다르게 손으로 잡는 부분은 고무로 처리한 것도 장점이다. 카메라 후면 엄지가 닿는 부분은 미끄러지지 않도록 엄지손가락에 꼭 맞는 크기의 고무패드가 있고, 전면에는 볼록한 핸드그립을 넣어 손에서 카메라가 빠지지 않도록 배려했다.
자동 초점 모드(AF)로 사진 촬영 시 셔터 버튼을 약하게 누른 상태(반셔터)에서 초점이 잘 안 잡히는 경우가 있었다. 이는 대부분의 카메라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다만, 쿨픽스A는 사용자가 반셔터 상태에서 (초점이 잘 잡히지 않을 때) 초점링을 조작하면 바로 수동 초점모드(MF)로 전환된다. 그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초점을 잡을 수 있었다. 사용자가 오른손에 카메라 본체를 잡고 왼손으로 렌즈 초점을 조절하는 DSLR 카메라의 손맛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
조리개 값은 타 콤팩트 카메라와 비슷한 F2.8이다. 이 정도 조리개 값이면 심도가 얕은(아웃포커스) 사진이나 밝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일부 콤팩트 카메라는 조리개를 더 밝게(F2, F1.4 등) 하기 위해 렌즈를 크게 만든다. 때문에 휴대성이 떨어지는데, 쿨픽스A는 딱 들고 다니기 좋은 크기다. 쿨픽스A 크기는 전원을 끈 상태에서 두께는 40mm 정도이며, 가로 세로 크기는 갤럭시S2 보다 작다.
DSLR 카메라 못지않은 성능을 갖췄지만, 부족한 부분도 보인다. 먼저 줌 기능이 없다는 점. 때문에 원하는 곳만 줌으로 당겨서 찍을 수가 없다(찍고 난 뒤 원하는 부분만 잘라야 한다). 정물이나 인물을 찍을 때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농담으로 사람이 직접 앞뒤로 움직인다고 해서 '발 줌'이라고 한다). 그래야 멀리서 찍은 사진보다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페이스는 '필수적인' 것만 갖췄다. 세밀한 조작을 하려면 DSLR 보다 불편하다. 쿨픽스A는 ISO, 셔터속도, 조리개 등 자주 쓰는 조작은 본체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다. 다만, 화이트밸런스 조정, 릴리즈 모드(1장, 연사, 장노출, 동영상 등) 설정, 화질 설정, 사진크기 설정 등 세부 설정은 한번 더 메뉴로 들어가야 한다. 필자가 사용하는 D90은 해상도나 기본 성능 등이 쿨픽스A보다 떨어지지만, 카메라 외부버튼으로 할 수 있는 조작 방법이 다양하다. 아마도 쿨픽스A는 자체 크기가 작아 많은 버튼을 넣지 못한 것이 아닐까.
가격은 141만 원이다. 맞다. 비싸다. 아무리 DSLR급 성능이라지만, 번들 렌즈를 포함한 보급형 DSLR보다 비싼 가격이라니... 이정도 가격이면 니콘 신형 DSLR D5200(88만 원)에 탐론 11-18mm 렌즈(34만 원)를 사고도 남는다(2013년 4월 2일 지식쇼핑 최저가 기준). 참고로 경쟁 제품 가격은 소니 RX1 316만 원, 후지필름 x100S 144만 원이다.
필자는 미니홈피용 추억사진, 셀카, 인증샷 등 간단한 찍기 위한 콤팩트 카메라가 필요한 사람에게 이 제품을 추천하지 못하겠다. 이런 용도의 사진은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쿨픽스A가 안좋은 제품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일단 크기가 작다. 그만큼 휴대하기 편하다. DSLR은 본체도 무겁지만, 렌즈도 들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번거롭다. 이와 달리 쿨픽스A는 안주머니나 가방 옆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크기라 항상 들고다닐 수 있다. 거기에 DSLR 못지 않은 성능도 갖췄으니 언제 어디서나 '작품'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이 제품을 DSLR을 들고 다니기 불편했던 사람이나 기존 콤팩트 카메라 성능에 만족 못한 사람에게 추천한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