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LR강의 프롤로그] DSLR과 친해지기
10여 년 전, 지금의 스마트폰의 전신인 PDA폰이 출시되었을 때 이를 사용하는 이는 일부 마니아 혹은 전문가로 한정됐다. 일반 사용자가 접근하기에는 알아야 할, 습득해야 할 정보나 지식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PDA폰은 더 이상 확산되지 못하고 이내 사장됐다. 한데 지금의 스마트폰은 그때의 PDA폰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데도 남녀노소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왜 그럴까?
물론 PDA폰보다 여러 가지가 개선됐기는 하지만, 결정적으로 사용자의 학습 의지가 높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을 쓰지 않아도 일상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사용자는 스마트폰 학습에 기꺼이 시간과 의지를 투자한다.
스마트폰에 투자하는 학습 의지라면 디지털카메라도 능란하게 활용할 수 있다. 더구나 사진전문가 만의 전유물이라 여기던 DSLR(일안렌즈반사식) 카메라도 거뜬히 소화한다. 누가 봐도 '작품'이라 인정할 그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이다(물론 DSLR 카메라로만 작품을 촬영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DSLR은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일명 똑딱이 카메라)로는 절대 구현할 수 없는 사진촬영의 묘미를 선사한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현대의 디지털카메라
광활한 대자연을 한 폭의 그림처럼 담은 풍경 사진, 아름다운 여성 모델이 부각된 인물 사진, 역동적인 스포츠 장면을 생동감 있게 잡아 낸 사진, 화려한 불꽃놀이 장면을 또렷하게 담은 야경 사진 등 '작품'이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은 사진을 보며, 자신도 언젠가는 저런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하는 동경을 갖곤 한다. 디지털 광학 기기가 이처럼 발전한 지금은 학습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작품, 혹은 그에 가까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는 현재 크게 초소형+생활형 제품인 콤팩트 카메라와 중대형+전문형 제품인 DSLR 카메라로 나뉜다. 이 가운데, 크기는 DSLR보다 약간 작지만 그에 준하는 촬영 기능과 옵션을 갖춘 하이엔드 카메라와, 콤팩트 카메라의 장점(휴대성, 조작편이성)과 DSLR의 특징(수동 촬영, 셔터/조리개 조절)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제품(흔히 미러리스-mirrorless)이 자리한다. 최근에는 우수한 광학 기능과 성능을 겸비한 미러리스 카메라가 DSLR 시장 외 영역에서 특히 각광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DSLR 카메라라 하면 무조건 렌즈교체식 제품을 떠올리는데, DSLR이라도 렌즈고정형 제품도 있고 미러리스라도 렌즈교체형 제품도 있다. 카메라 렌즈는 촬영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교체, 장착하는 옵션일 뿐이다. 고급 렌즈는 대개 카메라 본체(바디)보다 비싸다.
이렇게 카메라 종류는 다양하지만 사진 이론이나 촬영 기법은 모두 동일하다. 승용차로 치면 1,000cc나 1,600cc나 3,000cc나 5,000cc나 운전법은 동일한 것과 다름 아니다(물론 대형버스나 특수차량은 예외). 자동 촬영이야 딱히 학습할 게 없을 테고(게다가 요즘은 자동 촬영 기능이 대단히 영리해졌다), 수동 촬영도 '셔터+조리개'의 조합만 제대로 이해한다면 시쳇말로 절반 이상은 먹고 들어가는 셈이다. 여기에 학습 욕심을 더 내면 '화이트밸런스(White Balance)'나 'ISO설정', '렌즈 특성' 등이 추가된다.
DSLR은 이러한 촬영 기능과 옵션을 모두 내장하고 있기에 사진을, 카메라를 배우는데 이상적이다. 사진이라는 것이 참 미묘해서, 흥미를 갖고 학습하기 시작하면 누구라도 십중팔구 그 매력에 푹 빠진다. 콤팩트 카메라로도 사진은 얼마든지 찍을 수 있지만 사진의 매력까지는 담아내기 어렵다.
최근 출시되는 (보급형) DSLR은 일반 사용자도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활용할 수 있도록 크기와 무게를 줄이고 복잡한 기능 일부를 단순하게 제작됐다. 또한 HD급 동영상 촬영과 LCD 회전 기능, 유용한 자동 촬영 기능 등을 제공하여 DSLR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그로 인해 최근 몇 년 내 DSLR 사용자가 급격히 늘었으며 사용자 연령층도 다양해 졌다. 공원 등지에 삼삼오오 모여 촬영모임(출사)을 갖는 이들이 많아진 것만 봐도 그렇다. 이들의 대부분은 전문 사진작가가 아닌 아마추어 사용자다.
무엇으로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DSLR 사용법은 특정 제품으로 제대로 익히면 어떤 카메라든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각 DSLR 별로 조작 버튼이나 다이얼 등은 동일한 혹은 유사한 곳에 위치하니 그리 헛갈리지 않는다. 제품은 어느 브랜드의 어느 모델이라도 상관 없다. 초급 사용자는 보급형 렌즈교환형 DSLR라면 부족함 없다. 렌즈는 일단, DSLR 패키지에 기본 포함된 번들 단초점 렌즈(이하 단렌즈)나 저렴한 표준 줌렌즈 하나면 된다. 다만 DSLR을 선택한 이상 추후 렌즈에 대한 비용투자는 불가피하다. (이후 렌즈에 대해 자세하게 다루겠지만) DSLR을 DSLR답게 사용하려면 광각 렌즈, 단렌즈, 줌렌즈 등은 갖추기를 권장한다. DSLR에서 렌즈는 셔터와 조리개 조합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바디와 렌즈 외에 카메라 사용에 필요한 기본적인 액세서리도 구비하면 좋다. 삼각대나 외장 플래시(스트로보) 등이 대표적이다(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다). 촬영한 사진을 저장할 메모리 역시 대용량 제품으로 마련하는 게 좋다. 최근 DSLR은 1,000만 화소 이상의 화질을 저장하기에 사진 파일 하나 당 용량이 5MB~10MB다. 이에 따라 메모리는 16GB 이상의 제품이 적합하다. 동영상 촬영이 잦다면 더 큰 용량의 메모리가 유리하다. 참고로 첫 사용이라면 이들 액세서리가 대부분 포함된 DSLR 패키지 상품을 구매하는 것도 괜찮다.
제법 쓸 만한 보급형 DSLR 바디와 렌즈, 기본 액세서리 등을 구매한다면 200만 원 내외의 예산을 예상해야 한다. 10만 원 대 콤팩트 카메라도 많은 상황에 심히 부담스런 가격대지만, 사진은 투자한 만큼 만족스러운 결과를 분명히 보여준다(단 학습 및 노력 의지가 있다는 가정). 초기 투자 비용 외 카메라는 사용하다 보면 굵직한 비용 투자를 유도한다. '남자가 갖지 말아야 할 취미 중 하나가 카메라'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래도 카메라는 대중적 취미를 넘어 개인적 특기로 승화될 수 있다.
현재 국내 DSLR 시장은 니콘(Nikon)과 캐논(Canon)이 양분하고 있다(세계 시장도 마찬가지다). 제품군도 라인업도 제품 사양도 양 사가 거의 비슷하다. 마치 자동차 시장의 현대와 기아의 경쟁구도와 같다. 그러니 어느 브랜드, 어느 제품이 '더 좋다, 덜 좋다'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전적으로 브랜드나 제품 선호도에 따라 구분될 뿐이다. 양 사 DSLR 모두 상급(프로전문가형) 모델, 중급 모델(준전문가형), 보급형(초급자용) 등으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사진은 눈이 아닌 가슴으로 찍는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좋은 사진을 반드시 DSLR로만 찍을 수 있는 건 아니다. DSLR은 좋은 사진을 찍을 가능성이 비교적 높을 뿐이다. 물론 여기에는 DSLR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숙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좋은 장면을 찾아내는(혹은 연출하는) 안목도 필요하다. 그런 안목을 갖추는 데는 사진적 감성과 느낌이 크게 작용한다. '사진은 눈이 아닌 가슴으로 찍는다'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또한 사진은 빛을 다루는 찰나의 예술이라 말하므로 빛(조명)을 잘 활용하는 습관도 가져야 한다. 어두운 환경에서 조금이나마 밝게 찍을 수 있는 기술, 밝은 환경에서 적절한 명암을 담을 수 있는 기술이 사진촬영술의 기본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셔터와 조리개, 그리고 렌즈다. 이에 IT동아는 다음 회부터 장기간에 걸쳐 DSLR 카메라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루고자 한다. DSLR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되리라 자신한다. 단 이는 전적으로 DSLR 초보자를 위한 내용이니 이외 사용자는 다른 카메라 사이트 정보를 참고하기 바란다.
본 강의는 니콘 풀프레임 DSLR인 D600을 기준으로 4월부터 진행된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