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인텔 인사이드'보단 '인텔 스타일'로 불러주세요?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이제 단순한 하나의 노래 제목이라기보단 '문화'의 일종에 가깝다. 작년에 비해 열기가 다소 식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유튜브와 같은 사이트에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한 UCC 동영상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그런데 지난 7일, 또 하나의 강남스타일 패러디 뮤직비디오(http://www.youtube.com/watch?v=jFG71yJhcug)가 유튜브에 공개되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영 묘하다. 배경은 어딘지 모를 사무실과 건물 주차장, 영상에 등장하는 싸이는 벗겨진 머리를 가발로 감춘 중년이고 유재석은 눈가의 주름이 인상적인 '임원 스타일'이다. 노홍철도 열심히 '저질댄스'를 추긴 하지만 동작이 영 어설프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도 자막이나 CG, 카메라 각도 같은 전반적인 분위기는 의외로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진다. 요즘 유행어로 표현하자면 ‘쓸데없이 고 퀄리티’다.
사실 이 뮤직비디오의 정체는 도입부를 보면 알 수 있다. 강남역 표지를 바탕으로 'Gangnam Style(강남 스타일)' 로고가 나오다가 갑자기 'Intel Style(인텔 스타일)'로 바뀐다. 이 영상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업체이자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인 '인텔'에서 제작한 것이며,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모두 인텔코리아의 임원들이다. 직책도 만만치 않다. 싸이와 노홍철 역은 상무이사, 유재석 역은 무려 대표이사가 맡았을 정도다.
사실 우리는 이전에도 비슷한 홍보 방식을 본 적이 있다. 옆집 아저씨 같은 외모의 대표이사가 직접 등장, 사투리 섞인 어눌한 목소리로 "산수유,남자한테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라는 멘트를 내뱉는 모 건강식품업체의 광고가 그것이다. 이 광고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결과적으로 회사의 매출 신장에 크게 기여했다.
이번에 선보인 '인텔 스타일' 뮤직비디오 역시 회사 내의 최고 경영진이 등장해 '의도된 어설픔'을 어필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 다만, 위 건강식품 광고는 많은 홍보비용을 쓸 수 없는 중소기업이 낸 자구책인 반면, '인텔 스타일'은 그렇지 않다. 인텔 정도씩이나 되는 회사가 경영이 어렵거나 홍보 비용이 부족해서 이런 뮤직비디오를 찍은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등장하는 인물들도 최고 경영진뿐 아니라 말단 사원들까지 이를 정도로 다양하기 때문에 제품이나 브랜드 홍보라기 보다는 사내 구성원들의 단합과 적극성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에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익숙함'을 '친근함'으로 바꿔라?
이런 뮤직비디오까지 만들면서 인텔이 소비자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바는 '친근함'일지도 모르겠다. 이는 '최대의 반도체기업'이나 '굴지의 글로벌기업'에서는 떠올리기 힘든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간의 정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사업을 벌이는 기업이라면 누구나 '친근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고자 할 것이다.
사실 굳이 이런 뮤직비디오를 찍지 않더라도 인텔은 이미 소비자들에게 아주 익숙한 기업이다. 가정이나 사무실에 보급된 PC 중 거의 90% 가량에 인텔의 프로세서가 들어가며, 그 PC의 전면에는 '인텔 인사이트(Intel Inside)' 로고 스티커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이 익숙함을 친근함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인텔코리아는 이렇게 외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는 '인텔 인사이드'보단 '인텔 스타일'로 불러주세요”라고.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