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 프로그램, 월 정액만 내고 마음껏 쓰세요"
그래픽 디자이너나 동영상 편집자와 같은 전문가들에게 가장 친숙한 소프트웨어 회사라면 역시 '어도비(Adobe)'를 들 수 있다. 특히 '포토샵'이나 '프리미어', '일러스트레이터' 등은 관련 업계에서 거의 표준 도구 처럼 쓰이고 있다.
다만, 어도비의 소프트웨어는 워낙 종류가 많은데다 가격 또한 비싸서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더욱이 IT환경의 빠른 변화로 인해 어도비의 소프트웨어 역시 주기적으로 새 버전이 나오곤 하는데, 사용자들이 그때마다 다시 비용을 지불하며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무리가 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사용자들의 고민에 대해 어도비가 하나의 선택지를 제시했다. 바로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Adobe Creative Cloud)'다. 처음부터 목돈을 지불하고 통째로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구매해야 했던 기존의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스위트(Abobe Creative Suite, 이하 CS) 시리즈와 달리, 일정의 사용료를 내고 인터넷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제공받아 약정 기간 동안 사용하는 방식이라는 점이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의 특징이다. 한국어도비시스템즈(이하 한국어도비)는 11일, 서울 삼성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의 한국 출시를 발표했다.
인터넷과 클라우드 시대를 맞이한 어도비의 새로운 전략
이날 행사의 시작을 알린 한국어도비의 지준영 지사장은 이미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가 해외 시장에 출시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한국 시장의 출시가 조금 늦었지만 그만큼 충실한 현지화(한글화 등)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는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드림위버, 프리미어 프로, 파이어웍스, 인디자인, 오디션 등 기존 CS에 제공되던 소프트웨어를 모두 포함하며, 포토샵 라이트룸, 뮤즈, 야크로뱃 등의 기타 어도비 프로그램, 그리고 포토샵 터치앱과 같은 터치스크린 관련 소프트웨어도 제공된다. 그 외에도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만의 기능도 제공된다. 장치 및 데이터간의 동기화 기능, 20GB의 클라우드 저장소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는 기존의 패키지 방식으로 판매와 달리 저렴하게 어도비의 솔루션을 모두 이용할 수 있으며, 클라우드와의 결합으로 인해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도 팀원간의 협업에 유리하다는 점, 그리고 항상 최신버전으로 유지가 되므로 업그레이드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어도비는 강조했다.
기존 CS 시리즈보다 한 수 위의 기능을 제공
뒤이어 어도비 아시아 태평양 지역 이밴절리스인 폴 버넷(Paul Bunett)이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가 특히 작년 4월 해외 출시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기능이 향상되어 왔다며, 이제는 기존의 크리에이티브 스위트에는 없는 기능도 많다고 밝혔다.
특히 포토샵 등에서 원본파일을 손상시키지 않고 각종 필터를 가하는 것이 가능하며, 디자이너가 만들어낸 웹페이지의 견본을 웹 개발자가 쉽게 실제 웹 페이지로 변환할 수 있어 디자이너와 개발자 사이의 갈등을 줄임과 동시에 업무 효율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대표적인 장점으로 들었다.
PC와 맥에 모두 사용이 가능하며, '클라우드'라는 이름 때문에 항상 인터넷에 접속해야 사용이 가능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컴퓨터에 직접 내려 받아 사용하며, 1개월에 1번 정도 인터넷에 접속해 라이선스를 확인하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날 발표된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는 중소기업을 위한 팀(Team) 버전이다. 향후 개인용(Individuals)과 대기업용(Enterprise) 버전도 출시 예정이라고 한다. 팀 버전의 사용료는 1년 약정 기준으로 매월 약 11만 2,000원(VAT 별도)이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이날 발표회는 어도비의 향후 제품 판매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였다. CS 시리즈로 대표되는 일반적인 패키지 판매 방식의 판매에서 벗어나 인터넷과 클라우드 환경에 기반해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이에 따른 사용기간 당 이용료를 징수하는 방식으로 방향전환을 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어도비의 관계자들은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가 현재 어도비 소프트웨어의 최신 버전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기존 CS 시리즈의 미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와 같은 이용료 징수 방식은 사용자가 초기 투자비용을 아끼는데는 유리한 반면, 사용 기간이 길면 오히려 비용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어도비 측은 일정한 이용료를 내기만 하면 어도비의 다양한 솔루션을 모두 이용할 수 있으므로 이는 기존의 CS 마스터컬렉션을 구매하는 것에 비해 훨씬 저렴하며, 이는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작년 4월 출시 후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가 해외 시장에서 1백만 이상의 회원 수를 확보한 것이 그 증거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국내 소비자들도 이와 비슷한 선택을 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