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장소, 같은 사진 - 왜 노랗고, 파랗지?

이상우 lswoo@itdonga.com

봄이 왔다. 햇볕은 따뜻해졌고, 2주만 기다리면 꽃도 볼 수 있다. 방 한구석에 방치해놨던 카메라를 챙겨 봄나들이를 나가 화사한 사진을 찍어보자. 그런데, 집에 돌아와 사진을 SNS에 올리려고 보니 어떤 사진은 색이 누렇고 어떤 사진은 시퍼렇다. 카메라가 이상한 걸까? 아니면 내 눈이 이상한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뭐가 문제일까?

문제는 화이트밸런스다(White balance). 화이트밸런스란 사진의 흰색을 진짜 흰색으로 보이게 조절하는 원리다. 우리가 흰색 A4용지를 가로등 아래서 본다면, 처음에는 약간 주황색으로 보이다 차츰 흰색으로 보이게 된다. 이처럼 우리 눈은 조명이나 주변 환경이 변해도 사물의 색을 원래 색과 동일하게 인식하는데, 이를 '색의 항상성'이라고 한다. 그런데, 카메라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카메라 이미지센서(CCD, CMOS 등)는 가로등 아래서 찍은 A4용지를 주황색으로 인식하는데, 이 때문에 사진 전체 색상도 주황빛이 돈다. 여기서 흰색만 정확하게 조정하면 사진 전체 색상도 원래 색을 찾는다.

우리가 보는 모든 사물의 색은 적색(R), 녹색(G), 청색(B) 등 총 3가지 빛의 비율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데, 이 모든 빛이 같은 비율로 모이면 흰색(무색)이 된다. 그래서 사진의 흰색만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모든 색상을 원래 색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만약 사진이 푸른빛을 띈다면 푸른빛의 보색인 노란 빛을 더해 흰색으로 만들 수 있다. 아래 그림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는 색이 보색이다(파랑- 노랑, 빨강-청록, 초록-자홍).

그렇다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카메라 설정을 해야 정확한 색을 얻을 수 있을까?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색온도'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색온도란 광원의 빛을 숫자로 표현한 것으로, K(켈빈)이라는 단위를 쓴다. 백열등 빛은 2,800K, 형광등 빛은 4,500∼6,500K, 정오의 태양빛은 5,400K, 흐린날 하늘은 6,500∼7,000K정도다. 색온도가 낮은 빛은 붉은색을 띄며, 중간 빛은 무색, 높은 빛은 푸른색을 띈다.

대부분의 디지털 카메라는 태양광, 흐린날, 백열등(텅스텐), 형광등 등 주변 조명에 맞는 화이트밸런스 프리셋(미리 설정된 값)이 있다. 이 프리셋을 상황에 따라 선택하면 사용자가 원하는 색상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백열등(낮은 색온도를 높게 보정)'으로 설정해 사진을 찍으면 결과물의 색온도가 높아져 색상은 약간 청록색을 띄게 된다. 백열등의 빛이 붉은색이기 때문에 보색인 청록색을 더해 흰색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외에 다른 프리셋도 같은 원리로 색을 보정한다. 아래 사진을 기준으로 본다면, 필자의 사무실에서 형광등 설정이 가장 원래 색을 잘 나타낸다고 보면 된다.

카메라 기종에 따라 색온도를 직접 설정(대개 2,500~10,000K)해 화이트밸런스를 조절할 수도 있다. 원리는 프리셋과 같다. 카메라 색온도를 낮게 설정하면 사진은 푸르게 찍히고, 높게 설정하면 붉은색 사진이 찍힌다. 앞서 말한 것처럼 보색으로 찍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사진을 찍고 있는 장소에 따라 색온도를 조절하면 프리셋보다 더 정확한 색을 표현할 수 있다.

"색상이 정확한 사진이 무조건 좋은 사진이다"고 말할 수는 없다. 조명이 은은한 카페에서 조명의 분위기를 살리고 싶거나. '따뜻한 봄날'을 표현하고 싶다면 오히려 화이트밸런스가 잘못 설정된 사진이 좋다는 말이다. 5,400K정도 되는 태양빛 아래서 색온도를 이보다 높게 설정한다면 따뜻한 느낌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공포스럽거나 차가운 분위기를 연출하려면 이보다 낮게 설정하면 된다.

지금까지 사진의 분위기를 바꾸는 화이트밸런스를 알아봤다. 작년 봄나들이 사진을 색상 때문에 망친 사람이라면 올해는 화이트밸런스를 직접 조절해 사진을 찍어보자. 가족에게 혹은 연인에게 사진 잘 찍었다라는 칭찬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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