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태블릿PC야? 노트북이야?" 에이수스 비보탭 RT
새내기 대학생의 위시리스트 1번은 단연 '노트북'이다. 강의실에 앉아 노트북으로 수업 내용을 열심히 기록하고, 카페에 앉아 노트북으로 밀린 과제를 하며, 영화도 보는 등 여유로움을 누리는 대학 생활. 그것이 고등학생 시절부터 꿈꾸던 대학생의 모습 아닐까? (물론, 현실은 꿈꾸던 모습과 많이 다르겠지만…) 이 모든 환상을 충족하려면, 일단 노트북이 필요하다. 이왕이면 노트북이 '얇고 가벼우면' 더 좋겠다. 그래야 학교든, 카페든, 부담 없이 들고 다닐 것 아닌가. 여기에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가격도 저렴하면 금상첨화겠다. 에이수스가 이런 새내기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을 컨버터블PC를 선보였다.
얇고, 가볍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분리도?
에이수스 Vivo Tab RT(이하 비보탭)는 태블릿PC와 노트북의 장점을 살린 컨버터블PC다. 컨버터블PC란, 태블릿PC 또는 노트북으로도 쓸 수 있는 제품을 말한다. 노트북의 화면을 180도 돌리거나, 키보드 독에서 화면을 분리하는 등 태블릿PC 또는 노트북 형태로 변신하는 컨버터블PC는 이미 많이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가 윈도8을 선보이면서, 노트북 제조사들이 이와 어울리는 컨버터블PC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비보탭도 다른 컨버터블PC처럼 태블릿PC 또는 노트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지난 2주간 제품을 사용해 보면서, 하나의 제품을 두 가지 방식으로 쓰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에 대한 체험기는 뒤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먼저 제품 외형을 알아본다.
비보탭의 전체 외형은 메탈 재질로 덮여 있어, (메탈 재질) 특유의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처음 봤을 때, 문득 에이수스의 인기 울트라북 '젠북'이 떠올랐다. 비보탭은 키보드 독과 태블릿PC로 나뉘어 있는데, 이 둘의 색상이 통일되어 있어 깔끔했다.
실측한 제품 무게는 태블릿PC가 540g, 태블릿PC + 키보드 독이 1,080g이다. 9.9인치 크기의 아이패드 4세대 와이파이 모델이 약 650g인 것과 비교했을 때, 100g 정도 가볍다. 태블릿PC의 두께는 8.3mm다. 실제 잡아보면 아이패드보다 좀 더 얇고 가벼운 느낌이다. 키보드 독까지 더했을 때 두께는 1.8cm로 늘어난다. 이 때 두께는 일반 넷북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허겁지겁 집을 나서는데, '내가 비보탭을 챙겼나?'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가방이 별로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고, 대충 가방 안을 휘저어봤는데 없길래 '집 안에 두고 나왔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다시 집으로 들어가 샅샅이 찾다가, 혹시나 싶어 가방 안을 보니 비보탭이 있었다. 과장 같지만 사실이다. 만약 두꺼운 노트북을 들고 나왔다면 그 무게 때문에 못 알아차릴 리 없었을 것이다.
IPS+ 패널의 10.1인치 화면은 동영상 감상, 문서 작업, 인터넷 검색 등 다양한 작업을 하는 것에 모자람이 없었다. 10인치 넷북의 해상도는 1,024x600이 보통이다. 해상도가 낮은 넷북으로 인터넷을 검색하면 화면 아래 부분이 잘려 종종 애먹곤 했다. 반면, 비보탭의 해상도는 1,366x768이다. 넷북에서 한 화면에 확인할 수 없었던 화면도 온전하게 볼 수 있어 편했다.
키보드 독은 주로 타이핑할 때 태블릿PC와 붙여서 사용했다. 키보드 자판 크기는 본 기자가 사용하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본 기자의 손 크기는 대한민국 평균 여성의 손 크기와 비슷하다). 보통 체격을 가진 동료 남자 기자도 무리 없이 사용했다. 다만, 아쉬운 점 한가지는 오른쪽 시프트(Shift) 키가 너무 작다는 것. 해외 제조사의 노트북은 오른쪽 시프트 키가 왼쪽 것보다 작은 경우가 많다. 때문에 본 기자처럼 된소리(ㄲ, ㄸ, ㅃ, ㅆ, ㅉ 등) 입력 시 오른쪽 새끼손가락으로 시프트 키를 누르는 사람이라면 불편할 수도 있겠다.
키보드 펑션 키 중 '에어플레인 모드' 키가 눈에 띄었다. 보통 일반 노트북 키보드엔 없는 기능이다. 에어플레인 모드를 켜면 한번에 모든 네트워크가 차단된다. 에이수스는 3G, LTE버전 등으로 비보탭을 출시할 계획도 있어서 이러한 기능을 넣은 듯싶다. 사실, 태블릿PC라면 에어플레인 모드는 다 지원한다.
태블릿PC엔 3.5mm 오디오 단자, 마이크로SD 리더, 마이크로HDMI, 32핀 충전 포트 등이 있다. 기본 구성품인 USB 변환 젠더를 활용하면 32핀 충전 포트를 USB 포트로 사용할 수도 있다. 마우스를 꽂아 사용하기엔 불편했지만, USB메모리 등을 사용하기에 편리했다.
비보탭의 기존 저장용량 32GB가 부족한 사람은 마이크로SD 카드를 사용해 저장 용량을 확장할 수 있다. 본 기자는 평소에 마이크로SD 카드를 어댑터에 꽂아 미러리스 카메라 '올림푸스 펜'에 넣어 사용 중이다. 이에 펜으로 찍은 사진을 비보탭으로 확인하는 데 써보았다(마이크로SD 카드를 비보탭에 꽂기만 하면 된다). 카메라의 작은 LCD 화면으로 볼 때보다 사진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
키보드 독에는 32핀 충전포트(좌)와 USB 포트(우)가 있다. 아래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32핀 충전 포트에 USB 변환 젠더를 꽂으면 USB 포트로 사용할 수 있다. 즉, 사용자는 USB 포트를 2개로 쓸 수 있는 셈이다.
비보탭을 충전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태블릿PC를 키보드 독에 꽂아 충전하거나, 태블릿PC 자체를 충전하면 된다. 참고로 키보드 독에도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다. 때문에 태블릿PC의 배터리를 다 사용했다면, 키보드 독에 꽂아 좀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 태블릿PC 사용시간은 9시간 정도이고, 태블릿PC+키보드 독은 11시간 정도다.
비보탭은 엔비디아 테그라3(NVIDIA Tegra3)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일반 노트북용 프로세서보다 전력소모량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해외 출시 가격도 32GB 기준 599달러 정도(약 65만 원)로 무척 착하다. 국내 출시 가격은 미정이지만,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운영체제는 윈도RT가 탑재돼 있다. 윈도RT는 MS가 모바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내놓은 운영체제다. 윈도RT가 PC용 운영체제인 윈도8과 모양이 유사해 두 운영체제가 같다고 혼동하는데, 이 둘은 엄연히 다른 운영체제다. 윈도RT는 (태블릿PC 주력) 모바일 기기용 운영체제이고, 윈도8은 (데스크탑PC, 노트북 등) PC용 운영체제다.
보통 모바일 기기는 ARM 기반 프로세서를 탑재해 PC용 운영체제인 윈도8을 원활하게 실행하기가 버겁다. 그래서 윈도8보다 가볍고 꼭 필요한 기능만 갖춘 운영체제로 고안된 것이 윈도RT다. 윈도RT는 윈도8과 타일식 UI(User Interface), 윈도스토어(윈도용 앱을 받을 수 있는 오픈 마켓) 사용 등 많은 부분이 닮았다. 하지만 윈도8을 포함한 기존 PC용 윈도 운영체제에서 실행되던 프로그램이나 액티브X 등은 윈도RT에서 사용할 수 없다. 이 점을 꼭 기억하자.
비보탭으로 공부하자!
워드? 파워포인트? 다 되지!
대학생이라면 레포트도 써야 하고, PPT도 만들어야 한다. 비보탭에는 'MS 오피스 2013 프리뷰(Office 2013 Preview)'가 기본 탑재돼 있다. 프리뷰는 정식 버전 출시 전에 베타 형태로 선보이는 것으로, MS는 올해 초 오피스 2013 정식 버전을 내놓을 계획이다. 비보탭에 탑재된 오피스 2013 프리뷰 버전을 정식 버전으로 무상 업그레이드해줄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오피스 2013은 워드(Word) 2013, 엑셀(Excel) 2013, 파워포인트(PowerPoint) 2013 등 가장 많이 쓰는 프로그램만 쏙쏙 뽑아 구성한 제품이다. 워드로 레포트를 작성하고, 파워포인트로 멋들어진 PPT를 만들어 보자. 본 기자도 인터뷰 시 워드를 요긴하게 사용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던 도중 상대방이 '이 제품이 뭐지?'라는 호기심을 보이기도 했다.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스카이 드라이브(Sky Drive)'를 이용하면 데스크탑PC로 작성한 문서를 쉽게 옮길 수 있어 문서 마무리 작업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마우스 사용 시 더 빠르고 정확하게 문서를 작성할 수 있다. 키보드 독 오른쪽에 있는 USB 포트에 마우스, 외부 키보드 등을 꽂아 사용하자. 확실히 문서 작업 속도가 올라갔다. 이 포트에 USB메모리를 꽂아 동영상, MP3 파일 등도 빠르게 옮길 수 있었다.
키보드 독 왼쪽의 32핀 충전 포트에 USB 변환 젠더를 꽂으면 USB 포트가 1개 더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한쪽엔 USB메모리를 꽂아 파일을 옮기고, 한쪽엔 마우스를 꽂아 사용하니 태블릿PC가 아니라 일반 넷북을 쓰는 듯한 느낌이었다.
인터넷 검색을 더 넓은 창으로
비보탭으로 가장 많이 한 것은 아무래도 인터넷 검색이다. 비보탭은 자이로 센서(회전하는 것을 감지하는 센서)를 탑재해 태블릿PC를 세로로 기울이면 알아서 화면도 세로로 맞춰진다. 더 많은 내용을 한 번에 볼 수 있지만, 글씨가 조금 깨졌다. 세로로 사용할 때는 주로 웹툰을 많이 봤다. 웹툰은 잘 보였다.
매일 신문을!
'뉴스' 앱을 활용하면 실시간으로 뉴스를 볼 수 있다. 원하는 신문사의 뉴스를 고르면, 박스 모양으로 기사 목록이 나타난다. 제목 아래에 3~4줄 정도 기사의 내용이 나와 전체를 읽지 않고도 대충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논문 읽기도 누워서 떡 먹기
대학교 도서관, KISS 같은 학술 데이터베이스에서 받은 논문 PDF 파일을 비보탭에 넣어 읽으면 좋겠다. 이때는 키보드 독에 연결하지 않고, 태블릿PC로 사용하는 게 가볍고 편하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논문을 읽다가 10인치의 태블릿PC로 보니 시원시원한 느낌마저 들었다.
노트북으로 필기하자
수업 내용 등을 워드로 필기해도 좋겠지만, 메모 기능에 특화된 앱을 사용해보는 것도 좋다. 본 기자는 메모 등 간단한 텍스트 작업 시 에버노트를 많이 이용하는 편인데, 윈도스토어에서 윈도RT용 에버노트를 받을 수 있었다(다만, 아직은 사진 첨부, 음성 녹음 등 많은 기능이 제한된다). MS에서 제공하는 원노트(OneNote)도 좋은 메모 앱이다. 이 앱들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해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기기로 메모를 작성하거나, 편집할 수 있다.
비보탭으로 놀자!
게임도 스마트하게~
'스마트 글래스(Smart glass)' 앱을 활용하면 비보탭으로 XBOX 360 게임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게임에 따라 다르지만, 비보탭을 컨트롤러로 활용할 수 있는 것. 비보탭의 가운데 부분이 아날로그 스틱 역할을 해 상하좌우로 스크롤하면 컨트롤할 수 있다. 그리고 가운데 부분을 누르면 XBOX 전용 컨트롤러의 'A'버튼을 누른 것과 같으며, 나머지 버튼은 네 모서리 버튼에 대응한다. 다만, 컨트롤러를 사용할 수 없을 때만 비보탭을 컨트롤러로 이용하자(그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편하게 동영상을 보자
태블릿PC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가볍다는 것이다. 누워서 동영상 보기에 딱이다. 재미있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등을 비보탭으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확실히 스마트폰보다 큰 10인치 화면이라 동영상 감상하기에 편했다. Pooq 등 동영상 앱도 윈도스토어에 올라와 있으므로 간편하게 최신 TV 프로그램(다만, 유료 결제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등을 볼 수 있다.
음악도 듣고, 작업도 하고
한 화면을 둘로 나눠 쓸 수 있는 점이 재밌었다. 왼쪽 부분엔 음악 플레이어를 띄워놓고, 오른쪽은 인터넷 검색 등을 하는 '멀티플레이'를 할 수 있다. 음악 감상뿐만 아니라 원하는 작업은 뭐든지 동시에 할 수 있다. 화면 왼쪽에서 논문이나 인터넷 강의를 보며, 오른쪽에서 인터넷 검색이나 문서 작업 등을 할 수 있다. 마치 듀얼 모니터를 데스크탑PC에 연결해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화면이 정확하게 반으로 나뉘지는 않았다. 왼쪽과 오른쪽 끝의 1/4 정도만 사용할 수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에이수스는 비보탭의 사운드를 꽤 신경 쓴 모양이다. 소닉마스터(SonicMaster) 음향 기술을 적용해서인지 내장 스피커 소리가 꽤 괜찮다. 음량도 50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아이패드는 기본 16단계).
이런 점은 아쉬워…
기본적으로 태블릿PC라 유선랜 포트 자체가 없어 와이파이만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없는 지역에선 많은 기능이 제한된다. 윈도RT 특성상 액티브X도 지원하지 않아 인터넷 뱅킹이나 인터넷 쇼핑몰 결제 등을 할 수 없는 점도 아쉽다.
비슷한 문제로 윈도RT용 앱이 턱없이 부족했다. 웹에서 액티브X를 설치할 수 없어 인터넷 뱅킹 등을 이용할 수 없다면, iOS나 안드로이드처럼 전용 앱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2013년 1월 28일 현재, 인터넷 뱅킹 앱은커녕 자막을 지원하는 미디어 플레이어 앱조차 없는 상황이다. 윈도RT는 PC용 윈도 운영체제(윈도98, 윈도XP, 윈도비스타, 윈도7 등)에서 사용하던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없으므로 전용 앱이 절실하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윈도스토어가 더 성장해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처럼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길 기대한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