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 '부실' 공사, '내실'은 어디에
지난 해 11월 말 국내 LTE 가입자가 1,400만 명을 넘어섰다(방송통신위원회, 2012년 11월 말 기준). '월드 셀룰러 인포메이션 서비스(WCIS)'는 같은 해 11월 기준 전 세계 LTE 가입자 수가 5,453만 명이라고 발표했다. 즉, 전세계 LTE 가입자 중 약 25%가 국내 사용자이다. 한국은 2011년 7월 세계에서 17번째로 LTE 상용화 서비스(SK텔레콤, LG유플러스)를 시작했으나, 성장 속도만큼은 세계 정상급이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같은 빠른 성장 속도를 좋게만 볼 수는 없다. 과정 속에 숨은 '불편한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
KT 2G 종료 후 LTE로 전환
KT는 2012년 3월 19일, 1.8GHz대에서 서비스하고 있던 2G 서비스를 완전히 종료했다. 서비스 종료 당시 3G나 LTE로 서비스를 전환하지 않은 1만 7,600여명의 2G 가입자 01X 번호를 9월 21일부터 폐기했다. 이에 KT 2G 서비스 가입자 900여 명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를 상대로 KT의 2G 사업폐지 승인처분 취소 소송을 내기도 했으나 패소했다. 그리고 최근 법원은 이 판결에 대한 항소심에 대해 원심과 같이 KT의 2G 서비스 종료는 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한편, KT는 2011년 8월 17일부터 시작한 주파수 경매에서 '황금 주파수(1.8GHz)'를 놓고 SK텔레콤과 경쟁을 벌였다. 이 주파수 대역은 여러 국가의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가 LTE 통신용으로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많다. KT는 83차까지 이어진 이 경매에서 결국 1.8GHz 입찰을 포기하고 800MHz 주파수를 2,610억 원에 낙찰받았다(1.8GHz는 SK텔레콤이 9,950억 원에 낙찰).
이 결과, 현재 KT는 2G망을 종료하고 남은 1.8GHz대의 주파수 대역과 지난 주파수 경매에서 낙찰받은 800MHz 주파수 대역을 LTE용으로 쓰고 있다.
최신 휴대폰은 LTE로만?
2013년 1월 현재, 이통사는 최신 LTE 스마트폰 신규개통 시 LTE 요금제로만 개통해주고 있다. 이통사 홈페이지에는 아예 제품 항목이 'LTE 스마트폰'과 '스마트폰(3G)'으로 분리되어 있는 상태다. 더구나 3G로 개통할 수 있는 기기 대부분은 LTE 스마트폰 보다 사양이 낮으며 종류도 다양하지 않다. 최신 휴대폰은 LTE폰 항목에 몰려있다. 신제품을 쓰려면 LTE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는 것.
LTE 스마트폰이라도 기술적으로는 3G로 개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폰5는 단말기 자급제를 통해 원하는 이통사에서 원하는 요금제로 개통할 수 있다(다만, LG유플러스는 통신기술 방식의 차이로 3G 개통을 할 수 없다). 만약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2를 자급제용으로 출시한다면, 꼭 LTE가 아닌 3G로 개통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즉, 이통사도 자급제용 단말기처럼 LTE 스마트폰을 3G에서도 개통할 수 있지만, 사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셈이다.
이통사의 과도한 마케팅 경쟁
지금처럼 폭발적으로 LTE 가입자 수가 늘어날 수 있었던 이유가 이통사의 지나친 마케팅 경쟁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통사가 LTE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쳤기 때문이다.
2011년 방통위가 이통사에게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마케팅 비용은 전체 매출액의 20%다. 하지만, 이통사는 이보다 많은 마케팅 비용을 사용했다(KT 24.4%, SK텔레콤 23.7%, LG유플러스 22.2%, 방통위, 2012년 2월 9일 발표). 방통위는 아이폰4S, 갤럭시S2와 LTE 스마트폰 등에 집중된 마케팅경쟁이 비용 증가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월 7일부터 순차적으로 실시한 이통사의 영업정지 사태도 과도한 마케팅 경쟁 때문이다. 방통위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통사들은 위반 행위를 계속했다. 특히 주요 LTE 스마트폰에 대해 과도하게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러한 마케팅 활동 때문에 LTE 가입자 수가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질적인 성장도 필요하다
LTE 가입자 수가 증가한다면 이통사는 증가하는 트래픽 등을 감당하기 위해 설비를 확충해야 한다. 이동통신은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마케팅에 집중하던 비용도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거나 소비자를 위한 제도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2011년 이통사들은 마케팅 비용을 줄여 약 6,000억 원을 서비스 품질 향상에 투자했다. 무선 트래픽 증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안정적인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3G의 용량 증설과 LTE 네트워크 품질향상을 위한 투자에 주력한 것이다.
작년 한해 전체 데이터 트래픽량은 1년 동안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반면, 2G나 3G의 데이터 트래픽량은 줄어들고 있다. 즉, LTE 데이터 트래픽량이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방통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LTE 가입자 1명당 평균 데이터 트래픽량은 1,760MB이다(2012년 11월 기준). 이는 같은 기간 3G 가입자 1명당 평균 데이터 트래픽량인 1,102MB의 약 1.6배에 달한다. 더구나 현재 LTE 사용자는 2G, 3G 사용자보다 적어 앞으로는 LTE 사용자가 더 늘어날 추세다. 그렇기 때문에 이통사는 단순한 가입자수 늘리기 보다 과도한 트래픽 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