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3] 모바일 프로세서 춘추전국시대... 빠른 것은 기본, 전력은 적게
CES 2013에서 삼성전자, 퀄컴, 엔비디아가 잇따라 자사의 최신 모바일 프로세서를 발표했다. 이 신형 모바일 프로세서는 2가지 특징을 공유한다. '처리속도를 더 빠르게', '전력소모를 더 적게'. 2013년형 최신 스마트폰의 두뇌가 될 이 모바일 프로세서들을 살펴본다.
엑시노스5 옥타, 세계 최초의 옥타(8)코어 모바일 프로세서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우남성 사장은 CES 2013 기조연설 자리에서 "혁신적인 부품과 솔루션이 우리의 삶을 바꿔나갈 것"이라며, 세계 최초의 옥타(8)코어 모바일 프로세서 '엑시노스5 옥타(Exynos5 Octa)'를 공개했다.
엑시노스5 옥타는 고성능 'ARM 코텍스 A15 코어' 4개(1.8GHz)와 저전력 'ARM 코텍스 A7 코어' 4개(1.2GHz)를 합쳐 총 8개의 코어를 내장했다. 3D 게임, 멀티태스킹, 고해상도 동영상 재생 등 높은 성능을 요구할 때에는 A15 코어를 사용해 작업을 빠르게 처리하고, 웹 서핑, 전화, 메시지 전송 등 일반적인 용도로 사용할 때에는 A7 코어를 활용해 전기를 절약한다.
물론 8개의 코어를 동시에 사용할 수도 있다. 엑시노스5 옥타는 작업을 처리하는 도중 A15 코어만으로 부족하다고 파악되면 A7 코어까지 모두 활용해 문제를 해결한다. 이러한 구조를 '빅리틀(big.LITTLE)'이라고 한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빅리틑을 상용화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5의 3D 그래픽 성능은 현존 모바일 프로세서의 2배 이상이지만, 전력소모는 1/3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퀄컴 스냅드래곤S4(Snapdragon S4), 애플 A6 등 다른 모바일 프로세서에게 뺏긴 왕좌를 되찾은 셈이다.
그렇다면 이 엑시노스5 옥타는 어디에 사용될까? 일각에선 '갤럭시S4'에 탑재할 것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엑시노스5 옥타의 전력소모와 발열을 감안하면 스마트폰에 탑재할 확률은 낮다. 답은 '서버'다. 삼성전자는 서버시장에 진출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AMD에서 서버용 프로세서 '옵테론(Opteron)'을 담당한 마이클 고다드 부사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엑시노스4 옥타 공개 역시 이러한 서버시장 진출의 일환이다.
엑시노스5 옥타를 신형 태블릿PC에 탑재할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삼성은 기조연설 자리에서 엑시노스4 옥타를 탑재한 태블릿PC를 공개하고, 이 태블릿PC로 게임을 실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차세대 갤럭시노트 10.1(가칭)'을 기대해 볼만하다.
엑시노스5 옥타와 갤럭시S4는 정녕 무관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엑시노스5 옥타 자체를 갤럭시S4에 탑재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엑시노스5 옥타에 적용한 신기술 빅리틀을 갤럭시S4에 적용할 가능성은 높다.
스냅드래곤 800, 차세대 원칩의 기수
퀄컴은 지난 9일(현지시각) CES 2013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최신 모바일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800'과 '스냅드래곤 600'을 공개했다. 스냅드래곤 800(최대 2.3GHz)은 최신 공정 '크레이트 400(Krait 400)'을 적용해, 옵티머스G에 탑재한 '스냅드래곤S4 프로'보다 성능이 1.7배 더 뛰어나다. 그래픽 프로세서도 '아드레노 330'으로 강화했다. 동영상도 최대 4K(3,840x2,160, 30프레임 기준) 해상도까지 재생할 수 있다.
스냅드래곤 600은 스냅드래곤S4 프로와 비슷한 성능을 갖췄지만, 전력소모는 훨씬 적다. 스냅드래곤 600을 탑재한 신형 스마트폰은 현존 스마트폰보다 한층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두 제품 모두 '원칩(One Chip)'이다. 원칩이란 모바일 프로세서와 통신 칩셋을 하나로 합친 프로세서(SOC, System Ona Chip)를 말한다. 원칩은 모바일 프로세서와 통신 칩셋을 따로 배치할 때보다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 스마트폰 내부의 기판을 한층 더 자그마하게 설계해 배터리 용량을 더 늘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지금까지의 전례를 살펴볼 때, LG전자와 팬택이 스냅드래곤 800을 내장한 스마트폰을 출시할 전망이다. '옵티머스G2(가칭)'에 탑재할 것으로 유력시된다.
테그라4, 그래픽 프로세서 명가의 저력
지난 8일(현지시각), 그래픽 프로세서 제조사로 유명한 엔비디아가 최신 쿼드코어 모바일 프로세서 '테그라4'를 선보였다. 테그라4의 가장 큰 특징은 그래픽프로세싱유닛(GPU)을 72개 내장해 3D 그래픽 성능을 강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시중의 비디오 게임기(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에 버금가는 그래픽을 구현한다고 엔비디아는 강조했다.
전력소모를 줄이고자 대책도 마련했다. 테그라4는 4개의 A15 코어 외에 전력을 적게 소모하는 코어(배터리 세이버 코어)를 하나 더 내장했다. 사실상 펜타(5)코어 프로세서다. 높은 사양을 필요로 하지 않는 작업은 베터리 세이버 코어로 처리해 전력소모를 줄인다.
어떤 스마트폰이 테그라4를 채택할지 아직 알려진 바는 없다. 전작 '테그라3'는 구글이 자사의 레퍼런스(기준) 태블릿PC 넥서스7에 채택했다.
한편,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도 직접 개발한 쿼드코어 모바일 프로세서 'K3V2'를 올해 상반기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K3V2는 화웨이가 갤럭시노트2에 대항하기 위해 개발한 6.1인치 패블릿 '어센드 메이트'에 탑재한다.
여러 회사가 앞다투어 모바일 프로세서를 공개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의 패권을 쥐기 위함이다. 현재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 점유율은 퀄컴이 1위, 삼성이 2위다. 3위인 TI는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서 철수했다. TI의 자리를 엔비디아가 넘보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화웨이, ZTE 등 중국의 제조사들이 슬슬 가세하고 있다. 브로드컴 등 기존의 통신 칩셋 제조사도 모바일 프로세서를 제조하겠다고 나섰다. 2013년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만큼 치열할 전망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