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3] '선명하고, 휘어야 한다' OLED TV 대전

강일용 zero@itdonga.com

LED TV를 대체할 차세대 TV 'OLED TV'를 두고 국내 기업과 일본 기업간 경쟁이 치열하다. 향후 열릴 OLED TV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함이다. 심지어 국내 기업끼리도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소니, 샤프, 파나소닉이 CES 2013에서 잇따라 4K(울트라HD, 해상도 3,840x2,160) OLED TV를 선보였다. 모바일은 뒤쳐졌지만 TV 시장만큼은 삼성전자, LG전자에게 내줄 수 없다는 의미다.

소니는 자사의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56인치 4K OLED TV를 공개했다. 세계 최대의 크기이며, 삼성전자, LG전자가 공개한 55인치 OLED TV보다 1인치 더 크다. 해상도도 4배 더 높다. 소니 히라이 가즈오 사장은 "세계 최대 4K OLED TV"라며, "세계 최초로 OLED TV를 발매한 소니가 한발 더 앞서 나가게 됐다"고 자신했다. 소니는 2007년 업계 최초로 11인치 OLED TV를 상용화했다.

파나소닉 역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56인치 4K OLED TV를 선보였다. 파나소닉 쓰가 가스히로 사장은 "프린팅 방식의 증착 기술을 채택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OLED TV보다 훨씬 진보한 제품"이라고 밝혔다. 두께와 무게도 공개된 OLED TV 가운데 가장 얇고 가볍다. 두께는 12.7mm, 무게는 12.2kg에 불과하다.

특이하게도 샤프는 OLED TV 대신 모바일 OLED 디스플레이를 전시했다. 3.4인치 크기의 이 OLED 디스플레이는 '플렉서블(Flexible, 휘다)'을 채택했다. 삼성전자가 독주하고 있는 모바일 OLED 디스플레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처럼 일본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하고자 강수를 뒀지만, 실제 양산시기는 아직 불분명하다. 소니는 대만의 AOU와 협력해 OLED 패널을 생산하고, 파나소닉은 직접 생산한다. 하지만 두 업체 모두 양산을 위한 준비가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샤프의 경우 양산을 위한 준비는 끝났지만, 회사에 금전적 여력이 없어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울트라HD는 LED TV의 몫, OLED TV는 휘어야 해

선명한 화면에 집중한 일본 업체들과 달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휘어짐'에 집중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CES 2013에서 자사의 '휘어진 OLED TV'를 선보였다. 양사 모두 자사의 휘어진 OLED TV가 세계 최초라고 주장했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놓고 벌이는 사소한 기싸움이다.

화면이 휘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 크면 클수록 좋다지만 TV 화면이 커질수록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점점 뒤로 물러나 시청해야 한다. 하지만 화면을 휘면 뒤로 물러나지 않아도 TV를 한눈에 시청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LED TV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화면을 휘게 할 수 없었다. 반면 OLED TV는 자유롭게 휠 수 있다.

양사의 휘어진 OLED TV 사양은 비슷하다. 55인치 크기와 풀HD(1,920x1,080) 해상도를 갖췄다. 삼성전자는 "올해 여름부터 휘어진 OLED TV를 시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G전자의 시판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일본 업체와 달리 양사 모두 '울트라HD OLED TV'는 시연하지 않았다. 실제 판매할 수 있는 제품만 전시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RGB OLED vs WOLED

삼성전자와 LG전자는 OLED TV를 구현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 삼성전자는 'RGB OLED', LG전자는 'White OLED(WOLED)'를 채택했다. RGB OLED는 OLED 소자가 직접 색을 표현한다. 반면 WOLED는 OLED 소자가 직접 색을 표현하지 않는다. OLED 소자는 하얀색만 내고 위에 덧씌워진 필터에서 색을 표현한다.

RGB OLED는 WOLED보다 휘도(밝기)가 뛰어나고 색상이 보다 화사하다. 대신 양산하기 어렵다. 실제로 OLED TV를 시판 중인 LG전자와 달리 삼성전자는 아직 OLED TV를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WOLED는 그 반대다. 양산하기는 쉽지만, 휘도와 색상의 화사함이 RGB OLED보다 떨어진다. LG전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기술을 도입했다. RGB(Red, Green, Blue)뿐만 아니라 하얀색(White)도 추가한 RGBW 필터를 도입해 휘도 문제를 해결했다.

OLED의 가장 큰 특징인 '휘어짐'과 '트루 블랙(True Black, 진정한 검은색)'은 두 방식 모두 이상 없이 구현한다.

울트라HD(UHD) vs 4K

이번 CES 2013에 여러 차세대 TV가 공개되면서 '호칭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국내 기업의 경우 선명한 초고해상도 TV를 '울트라HD(UHD) TV'라고 부른다. 반면 일본 업체는 '4K'라고 부른다. 호칭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셈이다. 지금까지의 전례를 살펴볼 때 시장점유율이 높은 업체의 호칭이 표준으로 채택될 전망이다. 참고로 울트라HD는 모니터, TV 등 디스플레이 업체 쪽에서, 4K는 영화, 방송 등 콘텐츠 제작사에서 제시한 호칭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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