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음향, 그것이 알고 싶다 2부 - 돌비 디지털? DTS? 그게 뭐지?
1부에서 입체음향을 구성하기 위한 스피커의 배치 패턴에 대해서 알아보았다(하단의 관련 기사 참조). 하지만 아무리 5.1채널이나 7.1채널로 스피커를 배치했다 해도 각 스피커에서 음 분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설치하나 마나다. 스피커는 5.1채널인데 감상하는 영화나 음악 소스(CD, DVD, 미디어 파일 등)에 5.1채널 음향이 들어 있지 않다면 현장감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PC로 동영상 파일을 실행해 자동차 추격장면이 나오는 액션영화를 감상할 때, 제대로 된 5.1채널 시스템이라면 주인공을 추격하는 악당 차들의 엔진 소리 및 타이어 소리는 후방 스피커에서 출력되어야 한다. 하지만 스피커만 5.1채널이고 영화 파일에는 2채널 스테레오 음향만 들어 있다면 5.1채널 중에서 전방 2채널에서만 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아무리 격렬한 추격 장면이라도 후방 스피커는 잠잠할 것이다.
헌데, 혼란스럽게도 입체음향을 수록하는 규격에는 참으로 여러 가지가 있으며, 규격별로 지원하는 하드웨어 또한 다르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하드웨어란 앰프나 스피커, 혹은 디코더(디지털 음성 신호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변환하는 장치) 등을 통칭하는 것으로, 넓은 의미로는 케이블 및 입출력 단자와 같은 세세한 것도 포함된다. 하드웨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각종 입체음향의 규격에 대해 먼저 알아보도록 하자. 이러한 입체음향의 규격들은 콘텐츠가 담긴 케이스 표지나 콘텐츠를 재생할 때의 초기 화면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① 돌비 디지털(Dolby Digital)
돌비(Dolby)는 영국에서 설립되고 미국에 본사를 둔 음향기술 전문업체로, 음향의 녹음 및 재생에 관한 특허를 다수 보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돌비 디지털은 하나의 디지털 신호를 5.1채널의 아날로그 음향으로 분리해 출력하는 기본구조로 되어 있고, 돌비 사에서 3번째로 개발한 오디오 코덱(Codec: 디지털 신호와 아날로그 음성 신호를 변환하는 기술)이라는 의미에서 ‘AC3’라고도 한다. 돌비 디지털은 본래 가정용이 아닌 극장용으로 개발된 것으로, 1992년에 개봉한 ‘배트맨2’에서 처음 사용했다.
디지털 음향의 원본은 너무 용량이 크기 때문에 이를 제한된 용량의 미디어에 담기 위해선 이를 압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압축률이 높으면 용량은 줄어들지만 음질도 저하된다. 돌비 디지털의 최대 비트레이트(Bit Rate: 1초당 전달되는 정보량)는 448kbit/s이다. DVD 및 블루레이, HD DVD, 공중파 HD 방송에 가장 기본적으로 수록되는 음향 규격이기도 하며, 플레이스테이션3, Xbox360과 같은 HD급 콘솔 게임기에서도 사용한다.
② DTS(Digital Theater System)
돌비 사와 쌍벽을 이루는 음향기술 업체인 DTS 사에서 내놓은 규격이다. 디지털 방식의 5.1채널 입체음향인 점은 돌비 디지털과 같지만, 데이터의 압축률이 돌비 디지털보다 낮아 음질이 한층 향상된 느낌이 든다. 다만, 데이터의 압축률이 낮은 만큼 음성 파일의 용량도 큰 것이 단점이다(DTS의 비트레이트는 돌비 디지털의 3~4배에 달하는 1.5Mbit/s에 달한다).
DTS가 최초로 사용된 영화는 1993년의 ‘주라기 공원’이며, DVD 및 블루레이, HD DVD에는 타이틀에 따라 수록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기존의 DTS에 후방 1채널을 추가해 6.1채널 출력이 가능한 ‘DTS-ES’규격도 나와있다.
③ 돌비 디지털 플러스(Dolby Digital Plus)
기존 돌비 디지털보다 압축률을 낮춰서 음질을 향상시키고(최대 비트레이트 1.7Mbit/s), 7.1채널 출력을 본격적으로 지원하도록 한 규격이다. 블루레이와 HD DVD에 수록되며(경우에 따라선 수록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AC3(돌비 디지털) 규격을 개량한 것이라 하여 E-AC3(Enhanced AC-3)라고도 한다. 만약 사용자의 하드웨어가 돌비 디지털 플러스를 지원하지 못할 경우엔 자동으로 돌비 디지털로 변환되어 출력된다.
④ 돌비 트루HD(Dolby TrueHD)
블루레이와 HD DVD를 위해 개발된 음성 규격이다. 7.1채널 출력을 기본적으로 지원하며, 압축률이 매우 낮아(비트레이트 18Mbit/s) 음질이 매우 뛰어나다.
⑤ DTS HD 마스터 오디오(Digital Theater System HD Master Audio)
돌비 트루HD와 마찬가지로 블루레이와 HD DVD를 위해 개발된 규격으로서, 블루레이의 경우 24Mbit/s, HD DVD의 경우 18Mbit/s의 비트레이트를 갖췄다. 돌비 트루HD와 경쟁 관계에 있는 규격이다.
⑥ 무압축 PCM(Linear PCM 혹은 Uncompressed PCM)
PCM(pulse code modulation) 방식은 디지털 음향을 수록하는 가장 원초적인 방식이다(윈도우 시스템상에서는 Wave 형식의 파일로 저장된다). 압축되지 않은 PCM이야말로 원음에 최대한 가까운 궁극의 음향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무압축 PCM 5.1채널은 분당 몇 GB에 달할 정도로 워낙 용량이 크기 때문에 DVD에 수록하거나 온라인 실시간 전송 서비스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MP3나 돌비 디지털과 같은 방식으로 용량을 압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블루레이와 HD DVD 중 일부 타이틀들은 이러한 무압축 PCM 5.1채널을 음성 데이터로 수록하고 있다. 이는 미디어의 용량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블루레이 50GB, HD DVD 30GB). 무압축 PCM 5.1채널은 음질이 우수한 것 외에도 돌비나 DTS사에게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는 장점이 있어 일부 영화사에서 적극적으로 수록하는 추세다.
⑦ 돌비 프로 로직(Dolby Pro Logic)
돌비 프로 로직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돌비 사에서 개발한 입체음향 규격 중 하나다. 돌비 프로 로직은 디지털 입체음향 규격인 돌비 디지털이나 DTS와는 달리, 아날로그 방식의 2채널 스테레오 음향 신호를 받아 이를 분리하여 입체음향으로 출력하는 방식이다. 1987년에 발표된 돌비 프로 로직은 4채널, 2000년에 발표된 돌비 프로 로직II는 5.1채널 출력을 지원한다.
돌비 프로 로직은 돌비 디지털이나 DTS에 비해 저렴한 장비에서 입체음향을 구현할 수 있고, 디지털화되지 않은 오래된 음성 소스도 입체 음향으로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입체감이나 음질은 돌비 디지털이나 DTS 등에 미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이처럼 입체음향의 규격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스피커만 5.1채널, 7.1채널로 구성하는 것 만으론 부족하고, 위와 같이 입체음향을 지원하는 규격의 콘텐츠를 사용해야 제대로 된 입체음향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직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콘텐츠의 음향을 채널별로 분리해서 스피커로 전달해 주는 앰프, 플레이어, PC, 케이블, 각종 단자의 규격 등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니까 말이다. 다음 시간에서는 이들 하드웨어를 소개하고 지금까지 이야기한 입체음향 관련 정보들에 대해 총정리를 하도록 하겠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