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산업의 저력, 스티브 잡스가 말한 '이것'?
소프트웨어+인문 포럼 – 소프트웨어와 인물의 만남과 이해
"애플의 DNA는 기술만으로 만족시킬 수 없어요. 기술은 인문학과 결합해야 하며 사람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휴머니티를 반영해야 합니다" – 스티브 잡스 / 애플 창립자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인문학은 기술 발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인간이 과학 기술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이유는 더욱 잘 살기 위함이다. 인간이 잘 살기 위해서는 인간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와 인간 본연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데, 이를 탐구하는 학문이 바로 인문학이다.
스티브 잡스의 영향으로 IT 업계 종사자들도 차차 인문학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이하 SW)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4월 지식경제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SW에 인문학을 접목해 국내 SW와 IT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고, 성공적인 정책과 사업을 발굴하고자 'SW+인문 포럼'을 출범했다.
이 포럼을 통해 도출한 신사업 아이디어와 포럼 운영 성과를 공유하고, SW와 인문 접목 동향을 소개하는 'SW+인문 컨퍼런스'가 29일 개최됐다.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SW와 인문 분야의 교수, 연구원, 기업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왜 인문적인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지, 또한 그랬을 때 어떤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기조 연설이 눈길을 끌었다.
연세대학교 미래융합기술연구원 윤종록 교수는 SW 산업이 발전하려면 이스라엘의 '후츠파'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츠파란 '뻔뻔하고 당돌하다'는 뜻으로 유대인의 국민성을 일컫는 말이다. 유대인은 질문이 하나의 권리라고 생각해 궁금한 것은 거리낌없이 질문한다. 위험 요소가 있는 일이라도 과감하게 시도하며, 실패하더라도 배운 것이 있다면 격려하고 용인한다. 또한 목표를 설정하면 집요하게 매달리고 노력한다. 덕분에 이스라엘은 800명 중 1명이 창업을 시도하고, 세계 노벨상의 22%를 차지하며, 1개 대학에서 연간 특허료로 1조 원을 벌어들이며, 세계 3위의 인적 자원을 보유한 국가로 성장했다.
또한 이스라엘은 자원 최빈국 국가지만 '자원이 없는 국가에서 경제란 과학 기술이다'라는 모토로 IT 산업에 힘을 쏟았다. 결국 유튜브, 페이팔, 링크드인, 구글 서제스트 등의 SW를 개발해냈으며 이는 국가 경쟁력이 됐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 청년들에게도 후츠파 정신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IT 강국이며 '빨리빨리 문화'의 효율성을 갖추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역설했다.
NHN 넥스트(NHN의 SW 인재양성 교육기관)의 주형철 부학장은 정부, 사회적 기업, 시민이 나서 SW를 만들 것을 강조했다. 현재까지는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이 주도적으로 SW를 만들어 왔다. 반면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소프트웨어는 거의 개발되지 못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SW를 돈을 버는 용도로 여겼기 때문이다. 주 부학장은 지식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높이려면 정부, 사회적 기업, 시민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공익 추구에 가치를 둔 창업자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SW에 인류 보편적인 가치와 문화를 담아낼 것을 요청했다. 우리가 만드는 SW는 일상 생활을 좌우할 만큼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런 만큼 인간을 위한 모토를 지닌 SW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문학 전공자의 눈으로 본 행사
흔히 21세기는 '인문학의 위기' 시대라고 한다. 현대 사회에서 인문학은 돈이 되지 않고 실용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있다. 시대가 변한 만큼 인문학은 더 이상 쓸모가 없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욱 인문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문학은 IT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창의력의 근간으로 활용되며 기업의 발전 방향과 목표 설정에 도움이 된다. 또한 인문학도 IT와의 접점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표출할 수 있다.
이날 행사장은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참여해 테이블을 없애고 의자만 배치했을 정도다. 그만큼 인문학과 IT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는 것이고,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인문학과 IT의 결합을 통해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SW가 개발되며 국내 SW 산업도 성장하길 바란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