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D를 넘어선 SSD - 삼성전자 840, 840 PRO 시리즈

김영우 pengo@itdonga.com

SSD는 플래시메모리(반도체의 일종) 기반의 저장장치로, 기존에 사용하던 HDD(하드디스크)에 비해 데이터의 읽기와 쓰기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HDD에서 사용하는 자기디스크는 물리적으로 회전하면서 데이터를 처리하므로 반도체의 속도를 능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PC를 좀 아는 사람들은 SSD(Solid State Drive)야말로 PC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 '보약'이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절반 짜리 정답이다. SSD가 PC 시장에 본격적으로 보급된 지 3~4년이 지난 지금, 대단히 다양한 SSD가 나와있고 제품 간에 성능차이도 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구형 SSD나 저가형 SSD는 HDD와 그다지 속도 차이가 없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SSD의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해당 제품의 자세한 사양을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SSD를 넘어선 SSD, 사성전자 840 840 PRO 시리즈
(1)
SSD를 넘어선 SSD, 사성전자 840 840 PRO 시리즈 (1)

이번에 소개할 삼성전자의 신형 SSD인 840 시리즈는 최근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SSD 시장에서 우위를 지키기 위해 내놓은 삼성전자의 전략 제품으로, 데이터 처리 속도는 물론, 편의성까지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 840 시리즈를 통해 신세대 SSD의 면모를 살펴보자.

일반인용 840 시리즈와 전문가용 840 PRO 시리즈

삼성전자 840 시리즈는 구체적으로는 일반인 대상의 제품인 '840 시리즈'와 전문가용인 '840 PRO 시리즈'로 나뉘어 출시된다. 두 제품 모두 2.5인치 크기이며 인터페이스(연결 방식) SATA 리비전3(이하 SATA3) 방식으로 같으므로 외형적으로 차이가 없다. 제품의 외형을 살펴보면 표면을 무광 블랙 컬러로 처리하고 가장자리에 은색 테두리를 둘러 포인트를 준 것이 눈에 띈다. PC 안에 들어가는 부품이라도 디자인에 신경을 써야 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SSD를 넘어선 SSD, 사성전자 840 840 PRO 시리즈
(2)
SSD를 넘어선 SSD, 사성전자 840 840 PRO 시리즈 (2)

SATA3 인터페이스는 최대 6Gb/s의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를 발휘하므로 기존의 SATA2(최대 3GB/s)에 비해 한층 빠르게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참고로 SATA3는 SATA2 기기와 호환이 되므로 본 제품을 구형 데스크탑이나 노트북에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다만, 이 경우에는 데이터 전송 속도도 SATA2 수준으로 떨어진다).

SSD를 넘어선 SSD, 사성전자 840 840 PRO 시리즈
(3)
SSD를 넘어선 SSD, 사성전자 840 840 PRO 시리즈 (3)

다만, 두 모델은 외형과 달리 내부적인 사양은 차이가 난다. 840 시리즈는 읽기 속도 530MB/s, 쓰기 속도 130MB/s의 사양을 가지고 있지만 840 PRO 시리즈는 읽기 속도 540MB/s, 쓰기 속도 520MB/s다. 특히 840 PRO 시리즈의 매우 빠른 쓰기 속도가 눈에 띄는데, 이는 고급형 SSD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리고 840 시리즈는 용량에 따라 120GB / 250GB / 500GB 모델로, 840 PRO는 128GB / 256GB / 512GB 모델로 나뉘는 점도 다르다.

SSD를 넘어선 SSD, 사성전자 840 840 PRO 시리즈
(4)
SSD를 넘어선 SSD, 사성전자 840 840 PRO 시리즈 (4)

그리고 플래시메모리의 저장 방식도 차이가 난다. 840 PRO 시리즈는 MLC(Multi Level Cell) 방식, 840 시리즈는 TLC(Triple Level Cell) 방식의 메모리를 쓴다. TLC 방식의 플래시메모리는 MLC에 비해 값이 싼 대신 수명이 짧다는 점이 지적을 받아 SSD보다는 USB메모리에 주로 쓰이곤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840 시리즈에 3년(840 PRO 시리즈는 5년)의 제법 긴 무상 보증기간을 적용한 것을 보면 나름 내구성에 자신이 있는 것 같다.

가격은 840 PRO 시리즈가 비슷한 용량의 840 시리즈에 비해 20~30% 정도 더 비싸게 나올 예정이다. 주력 모델이라 할 수 있는 120 / 128GB 모델의 경우, 2012년 10월 현재 국내 시장에서 840 시리즈가 15만원 정도(인터넷 최저가 기준)에 팔리고 있다. 840 PRO 시리즈는 아직 시장에 풀리지 않았지만, 아마도 10만원 대 후반 내지 20만원 대 초반 정도의 가격에 살 수 있을 것이다.

기존 PC의 데이터를 손쉽게 옮길 수 있는 마이그레이션 솔루션 제공

840 시리즈는 SSD 본체만 들어있는 형태 외에도 PC의 데이터를 SSD로 옮길 때 쓰는 SATA-USB 변환 케이블, 그리고 데스크탑의 3.5인치 베이에 SSD를 장착할 때 필요한 가이드(규격 변환 틀)를 함께 제공하는 키트 구성으로도 판매된다.

SSD를 넘어선 SSD, 사성전자 840 840 PRO 시리즈
(5)
SSD를 넘어선 SSD, 사성전자 840 840 PRO 시리즈 (5)

비단 SSD뿐 아니라 새로운 저장장치를 PC에 설치하기 사용하기 위해선 운영체제와 각종 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스스로 할 수 없는 사용자라면 SSD를 구매하더라도 제대로 쓸 수가 없다. 840 / 840 PRO 시리즈는 이런 사용자들을 위해 기존 PC의 저장 내용을 손쉽게 SSD로 옮길 수 있는 데이터 마이그레이션(data migration, 데이터 복제)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이는 삼성전자 홈페이지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데스크탑의 경우는 PC 내의 SATA 포트에 SSD를 연결하는 식으로, 노트북의 경우는 함께 제공되는 SATA-USB 변환 케이블의 SATA 포트에 SSD를 꽂고 반대편의 USB 포트는 노트북에 꽂는 식으로 연결하면 된다. 그 후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면 기존 PC에 저장된 데이터 파티션을 그대로 SSD에 복제 할 수 있다. 설명하는 그림을 보면서 마우스 클릭 몇 번이면 쉽게 데이터 파티션의 복제가 가능하므로 초보자들도 무리 없이 쓸 수 있을 것 같다.

SSD를 넘어선 SSD, 사성전자 840 840 PRO 시리즈
(6)
SSD를 넘어선 SSD, 사성전자 840 840 PRO 시리즈 (6)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이 끝나면 전원을 끄고 기존 PC의 저장장치 대신 840 / 840 PRO 시리즈를 꽂은 후에 PC의 전원을 켜면 된다. 모든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면 기존 PC와 완전히 동일하게 부팅되는 화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면 편의성 측면에서 제법 높은 평가를 줄 수 있다.

구형 SSD 및 일반 HDD와의 체감 성능 비교

그렇다면 실제 성능은 어떠할까? 비교 테스트를 위해 840(250GB) / 840 PRO(512GB) 시리즈 외에도 일반 HDD인 웨스턴디지털의 캐비어 블루(500GB)와 4년 전에 나온 구형 SSD인 인텔 X25M G1(80GB)을 함께 준비했다. 그리고 SATA3 포트를 가진 기가바이트 P76A-UD4 메인보드 기반의 코어 i7 PC를 준비해 장치의 최대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했다. 저장장치의 성능 테스트 과정에는 수치적인 전송률을 측정하는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번 IT동아 테스트에서는 체감적인 성능을 전하기 위해 PC를 이용한 실제 작업을 하면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 1: 운영체제 부팅 속도 측정

첫 번째 테스트로 부팅 속도를 측정했다. 4개의 저장장치에 모두 동일한 상태의 윈도7 얼티밋을 설치하고 전원버튼을 누른 후 부팅이 완전히 끝나기까지 걸린 시간을 측정해 비교했다. 이는 저장장치의 전반적인 성능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테스트 중 하나다.

SSD를 넘어선 SSD, 사성전자 840 840 PRO 시리즈
(7)
SSD를 넘어선 SSD, 사성전자 840 840 PRO 시리즈 (7)

테스트 결과, 840 PRO 시리즈와 840 시리즈가 거의 같은 수준으로 가장 빠른 속도를 냈다. 구형 SSD 역시 일반 HDD에 비하면 2배 가까이 빠르긴 했지만 840 / 840 PRO 시리즈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테스트 2: 파일 복사 속도 측정

두 번째 테스트는 파일 복사 속도 측정이다. 하나의 저장장치를 두 개의 파티션으로 나눠 총 5GB 용량의 사진 및 음악 파일 200여 개를 다른 파티션으로 복사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하나의 저장장치 내에서 복사 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읽기 속도는 물론, 쓰기 속도까지 따라주지 않으면 빠르게 작업을 마칠 수 없다.

SSD를 넘어선 SSD, 사성전자 840 840 PRO 시리즈
(8)
SSD를 넘어선 SSD, 사성전자 840 840 PRO 시리즈 (8)

테스트 결과는 예상대로 840 PRO 시리즈가 가장 우수한 성능을 발휘했다. 840 시리즈도 제법 우수한 성능을 발휘했지만 데이터 쓰기 속도의 차이 때문인지 840 PRO 시리즈와는 차이가 제법 있었다. 구형 SSD는 HDD보다 약간 나은 수준의 성능을 발휘해 그 동안 SSD의 성능향상이 상당했음을 느끼게 했다.

테스트 3: 응용프로그램 작업 속도 측정

마지막 테스트는 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한 작업 속도 측정이다. 어도비사의 사진 편집 프로그램인 '포토샵 CS5'를 실행해 사진 파일 50개를 동시에 여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이는 데이터 읽기 속도와 함께 해당 장치의 순간적인 민첩성을 나타내는 데이터 접근 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테스트이기도 하다.

SSD를 넘어선 SSD, 사성전자 840 840 PRO 시리즈
(9)
SSD를 넘어선 SSD, 사성전자 840 840 PRO 시리즈 (9)

테스트 결과, 840 PRO 시리즈가 가장 빨랐으며 840 시리즈가 뒤를 이었다. 구형 SSD도 일반 HDD보다는 빨랐지만 840 / 840 PRO 시리즈와는 제법 차이가 났다. 이 정도 성능 차이라면 구형 SSD를 쓰는 사용자라도 840 / 840 PRO 시리즈와 같은 신형 SSD로의 업그레이드를 한 번 고려해 볼만 하다.

최근 SSD의 발전 양상을 보여주는 제품

삼성전자의 신형 SSD인 840 PRO 시리즈와 840 시리즈는 최근 SSD의 발전 양상을 잘 보여주는 제품이다. 가격 상승은 억제하면서도 성능과 편의성 면에서 인상적인 변화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성능 면에서는 물론 전문가용을 지향하는 840 PRO 시리즈가 가장 우수하지만, 가격까지 고려한다면 840 시리즈도 추천할 만 하다.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작업에 무난히 쓸만한 성능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SSD를 넘어선 SSD, 사성전자 840 840 PRO 시리즈
(10)
SSD를 넘어선 SSD, 사성전자 840 840 PRO 시리즈 (10)

아직 PC 시장에는 SSD보다는 HDD를 탑재한 PC가 훨씬 많다. 그리고 여전히 가격 대비 저장 용량 면에서 SSD는 HDD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로 SSD의 성능이 지속적으로 발전한다면 용량이 좀 적더라도 HDD보다는 SSD를 선택하는 것이 확연히 현명한 선택으로 평가 받는 날이 조만간 올 것 같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