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모니터, 세로로 써 볼래요? - 에이수스 전문가용 24인치 모니터

에이수스 전문가용 24인치 모니터 PA246Q

10여 년 전 휴대폰 시장에 혁신을 몰고 온 제품이 하나 있었다. 이른 바 '가로본능폰'으로 불린 제품으로 액정화면을 수직 또는 수평으로 돌려 사용할 수 있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발상의 휴대폰이었다. 휴대폰 액정화면은 항상 수직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이 제품은 단숨에 국내 휴대폰 시장을 장악했고 제조사에 큰 수익을 안겨 줬다.

혁신은 그런 것이었다. 일상에서 늘 접하던 평범함이 전혀 새로운 경험으로 느껴지는 것, 그것이다. 주위를 둘러 보면 우리는 일반적임, 평범함, 자연스러움이라는 명목 아래 많은 것에 대해 관념의 울타리를 쳐 놓았음을 알게 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PC용 모니터다. 그런 '가로본능' 모니터를 세로로 놓고 사용하면 어떤 느낌일까? 무슨 장단점이 있을까? 에이수스(Asus)가 내놓은 그래픽 전문가용 24인치 모니터 PA246Q(이하 PA246Q)를 통해 모니터 세로 사용의 혁신적(?) 경험을 전달하고자 한다.

모니터라고 다 같은 모니터가 아니다

전세계 PC 판매 시장에서 HP, 델(dell)과 함께 '천하삼분(天下三分)'를 형성하고 있는 에이수스는, PC를 이루는 거의 모든 부품과 주변기기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PC 내 메인보드, 그래픽카드, 스피커, 모니터, 데스크탑, 노트북, 넷북, 울트라북, 태블릿PC, 스마트폰, 빔프로젝터, 워크스테이션/서버까지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구축한 글로벌 토털 IT 브랜드다. 물론 국내에서는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지만, 글로벌 브랜드 제품인 만큼 품질이나 완성도 면에서는 의구심을 떨쳐도 된다.

PA246Q 모니터는 24인치 크기(약 61cm)의 16:10 와이드 비율의 LCD 모니터다. 최대 지원 해상도는 1,920×1,200(가로×세로)이며, 애플 아이폰/아이패드에 적용된 IPS 디스플레이 패널을 채택했다. IPS 패널은 다른 일반 패널(VA, TN 등)에 비해 시야각이 넓고(거의 180도) 색표현력이 높아 주로 모바일 기기에 적용된다. 밝기 역시 일반 모니터의 평방미터당 250cd(칸델라)보다 밝은 400cd다.

그래픽 입력 단자는 15핀 D-sub, HDMI, DVI-D, 디스플레이포트(DisplayPort) 등 일반 그래픽카드의 출력단자를 지원한다. 이외에 본체 좌측으로 USB 2.0 포트 2개와 SD/MMC메모리 슬롯도 제공된다(동봉된 USB 케이블로 PC 본체와 연결해야 사용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다른 모니터와 별반 다르지 않다. PA246Q가 남다른 이유는 그래픽·디자인 전문가를 위한 부가 기능 때문이다. 겉으로 보이는 차이는 화면 가장자리의 눈금 표시다. 마치 30cm 자를 붙여 놓은 듯한 눈금이 1cm 간격(아래 축, 왼 축)과 1.3cm 간격(오른 축, 윗 축)으로 촘촘하게 새겨 있다. 이는 실사 인쇄 시 결과물 크기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이 눈금과 함께, 전면에 있는 'QuickFit(이하 퀵핏)' 버튼(맨 왼쪽)을 누르면 화면 상에도 눈금 격자가 나타난다. 한번 누를 때마다 센티미터, 인치, 그리드(Alignment Grid), A4 용지 크기, 레터(Letter) 용지 크기, 4X6 및 3X5, 2X2 크기, 8X10 및 5X7 크기의 눈금 가이드가 나타난다. 사진이나 그래픽 작업물의 실측 크기를 정확히 재기 위함이다. 화면 눈금 외 모니터 좌우 각도 조절을 위한 눈금과 높이 조절 눈금도 표시돼 있어 전문가 제품다운 면모를 보인다.

서두에 언급한 '세로본능' 기능도 제공한다. 화면을 90도로 기울여 완전히 세로로 세워 사용할 수 있으며, 높낮이 조절은 물론 화면 기울기(틸트, tilt) 조절도 가능하다. 어떤 형태든 작업자에게 가장 적합한 모니터 사용 환경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동일한 24인치 크기라도 가로형 1,920 x 1,200 화면과 세로형 1,200 x 1,920 화면의 사용 체험은 극명하게 다른 듯하다.

투박하지만 견고하고 단단한 디자인

화려하고 멋진 사진이나 그래픽 작품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모니터지만 그 외형과 디자인은 비교적 투박하다. 물론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전문가다운 중후하고 단단한 느낌이 든다. 모니터도 얇고 슬림하게 제작하는 게 요즘 트렌드라면 PA246Q의 화면은 이상하리만치 두툼하다. 요즘 LCD/LED 모니터에 들어가는 'LED 백라이트(후방 조명)' 방식이 아닌 'CCFL(냉음극 형광램프) 백라이트' 방식이 적용됐다. CCFL 백라이트가 들어가면 제품이 두툼해지고 발열도 높아지지만, LCD/LED보다 우수한 색감과 광원 출력을 기대할 수 있어 사진/그래픽 편집가들이 선호하는 모니터 형식이다.

디자인은 투박한 대신 정말 튼튼하고 견고하게 생겼다. 7kg이 넘는 육중한 무게 덕에 그래픽 작업 시 기우뚱거림이 거의 없다. 높낮이 조절 지지대도 밑판도 화려함보다는 안정성을 강조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화면 기울기나 높낮이, 본체 각도 등을 조절해도 고정되지 않거나 유격이 발생하지 않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전면 우측 하단에는 각종 작동 버튼이 7개가 배치돼 있다. 보통 서너 개의 일반 모니터보다는 많지만, 직접 눌러 보면 각 버튼의 기능과 역할을 대충 알 수 있다. 설명서는 영어로 되어 있지만, 모니터깨나 다룬 사용자라면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버튼은 사용 빈도가 낮을지 몰라도, 앞서 언급한 퀵핏 버튼은 작업에 따라 누를 기회가 많은 듯하다.

모니터가 두툼하다 보니 전원부가 내부에 들어 있어 전원 케이블이 단출한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전용 전원 어댑터 케이블이 아닌 일반 전원 케이블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 뒷면 우측 하단에는 도난 방지용 쇠줄을 연결하는 구멍(켄싱턴 락)도 뚫려 있다. 가격이 1백만 원이 넘으니 그래픽 학원이나 교실 등 공용장소라면 묶어 두는 것이 좋다.

끝으로 좌측에 있는 메모리 슬롯은 SD, MS(메모리스틱), MS Pro/Duo, xD, MMC, SM 카드를 꽂아 사용할 수 있다. 비디오 입력부의 사운드 잭은 HDMI나 디스플레이포트로 연결 시 사운드를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들을 수 있다.

세로로 사용하니 색다르네

호기심에 세로로 세워 잠깐 사용해 본 적은 있었지만, 에이수스 PA246Q 리뷰를 진행하면서 줄곧 세로 방향을 유지했다. 또 다른 24인치 모니터와 듀얼 모니터(화면 복제)로 구성해 PA246Q는 세로로, 다른 모니터는 가로로 배치했다(MS 윈도 7 기준). 다만 화면을 세로로 돌린다고 윈도 화면이 세로로 자동 전환되지 않으니 윈도의 '화면 해상도' 설정에서 PA246Q를 '세로'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터넷 서핑 때 한결 편하다. 인터넷 페이지는 거의 대부분 세로 구성이니 페이지 전체가 한 눈에 들어 온다. 포털 사이트 등의 구석구석을 스크롤(페이지 올림/내림) 없이 볼 수 있다. 가로 해상도가 1,200이니 웬만한 웹 페이지라면 가로 화면이 잘리거나 접히지 않는다. 두 개의 웹 페이지를 띄워 놓을 때도 위아래로 배치하니 뭔가 색다르지만 불편함은 없다. 다만 평소 모니터를 바라보는 눈 높이가 달라지니 화면 위치를 적절하게 조절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 서핑 외 포토샵 등의 이미지 편집 작업에도 나름 유효하다. 세로 이미지라면 더욱 그렇다. 그동안 가로 비율에 맞춰 축소됐던 이미지가 세로 비율에 따라 큼직하게 출력되니 좋다. 가로 이미지는 다른 모니터 쪽으로 옮겨 작업하면 된다.

문서 작업 시에도 가로 화면 때와는 다른 경험을 선사하다. 문서 전체가 한 눈에 보이니 집필이나 탈고 시 한결 유리하다. 참고할 문서나 웹 페이지는 앞서 말한 대로 상하로 배치해 두거나 듀얼 모니터로 보내면 된다. 모든 이에게 해당되지는 않을 테지만, 이미지 작업이든 문서 작업이든 세로 화면이 가로 화면보다 공간 효율적이리라 예상한다.

물론 세로 화면이 다 좋은 건 아니다. 가로 화면(비율)이 절대 유리한 영화 감상이나 게임 실행에는 적합하지 않다. 24인치 모니터지만 세로 화면으로는 14~15인치에 해당되는 해상도로 출력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경우 가로로 돌려 사용하면 되지만, 모니터 화면 설정을 변경해야 하니 약간 번거롭긴 하다. 화면을 돌리면 관련 설정도 자동으로 변경해 주면 좋으련만.

현재 PA246Q처럼 화면을 세로로 돌릴 수 있는 피봇(pivot) 기능의 모니터는 다양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23~24인치 보급형 모니터는 가격도 20만 원대로 비교적 저렴하다. 사진/그래픽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세로 화면은 충분히 활용 가치가 높으리라 예상된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 PA246Q 가격은 2012년 10월 현재 100만 원이 넘는다. 당연히 피봇 기능 때문 만은 아니다.

전문가 모니터다운 전문가 사양

20만 원대면 사는 24인치 모니터가 70만 원대라면 뭔가 이유가 있을 테다. PA246Q는 철저히 사진/그래픽 종사자·전문가를 위한 사양과 옵션을 내장했기 때문이다.

첫째, 앞서 언급한 IPS 디스플레이 패널이다. 전면 어느 각도에서 보든(수평수직 최대 178도) 변함·왜곡 없는 화질과 색감이 특징이다. 사진/그래픽 작업에는 필수 불가결이다. 일반적인 TN, VA 패널이 채택된 중저가 모니터보다 비쌀 수 밖에 없다.

PA246Q의 IPS 패널은 10비트 컬러 지원과 직결된다. 일반적인 모니터는 8비트, 약 1천 6백만 컬러를 지원한다. 반면에 10비트 지원 PA246Q는 약 10억 7천만 컬러를 표현할 수 있다. 일반 모니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인 수치다. 물론 일반 사용자에게는 불필요하지만 사진/그래픽 전문가에게는 이 역시 필수 불가결이다. 그러니 일반 8비트 모니터보다는 비쌀 수 밖에 없다.

다만 이러한 10비트 컬러 출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모니터 외에도 10비트 컬러 지원 그래픽카드(엔비디아 쿼트로 계열, AMD 파이어프로 계열) 및 그래픽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또한 디스플레이포트로 PC와 연결해야 한다. 아쉽게도 본 리뷰어는 PA246Q의 10억 컬러를 체험할 수 없었다.

10비트 컬러를 뒷받침하듯 PA246Q는, 그래픽 문외한인 본 리뷰어가 보기에도 색감이 탁월하다. 그동안 접했던 수 많은 모니터 중 단연 '프로'의 반열이다. 사진이든 동영상이든 게임이든 색감이 정말 진하고 또렷하다. 특히 색감이 강하고 진한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서는 빨강, 파랑, 초록, 노랑 등 원색 컬러가 유난히 도드라지게 출력된다. 마치 새로 산 포스터칼라로 막 색칠한 듯.

PA246Q는 이러한 색감 표현에 있어 어도비(Adobe) RGB 색상 영역에서는 98%, sRGB 색상 영역에서는 100%, NTSC 색상 영역에서는 102%를 재현할 수 있다고 한다(일반 모니터는 약 80%). 본 리뷰어와 같은 일반 사용자라면 이 수치의 정확한 의미와 효과가 크게 와 닿지 않겠지만, 전문가들은 PA246Q의 전문적인 색재현 능력을 인정하리라 예상한다.

이외에 사진/이미지 작업에 유리한 16:10 화면비도 언급할 만하다. 16:9 화면비의 일반 모니터의 최대 해상도가 1,920 x 1,080임에 비해, 16:10의 PA246Q는 1,920 x 1,200 해상도를 지원해 세로 출력 영역이 조금 더 넓다. 영화나 사진을 재생하는 정도라면 별 차이 없겠지만, 사진/이미지 편집 시에는 120 픽셀의 차이가 작업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더불어, 가로/세로 전환(피봇), 화면 기울기 조절(틸트), 높낮이 조절(엘리베이션), 좌우 각도 조절(스위블) 등 마치 구체관절인형처럼 화면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으니 이 역시 PA246Q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끝으로 PIP(Picture In Picture) 기능도 지원해서 또 다른 기기의 화면을 작은 창으로 띄울 수 있다. 다만 DVI 단자와 HDMI 단자를 동시에 사용할 수 없으니 두 단자 중 하나는 D-sub 단자나 디스플레이포트 단자로 연결해야 한다.

일반 사용자에게는 '무리', 전문가에게는 '무적'

제 아무리 사양과 성능은 높아도 자신에게 필요 없으면 무의미하다. 에이수스 프로아트 PA246Q 모니터는 분명 범상치 않은 고급 모니터지만, 본 리뷰어와 같은 일반 사용자에게는 호사고 사치일 뿐이다. 세로 사용을 위한 피봇 기능은 다른 저렴한 모니터도 제공하니 일반 사용자라면 그를 선택하는 게 좋다. 하지만 사진/이미지 편집 종사자라면 PA246Q 모니터는 최적의 작업 환경을 제공하리라 예상한다. 물론 이와 유사한 기능과 사양의 전문 모니터가 다양하게 출시돼 있지만, HP, 델과 함께 세계 PC 시장을 이끌고 있는 에이수스 제품이라면 품질이나 완성도 등에서 한번 믿어볼 만 하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