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앱 순위 조작에 철퇴 내리나
애플이 앱스토어 약관을 수정하면서 전 세계 개발자들이 당혹감에 휩싸였다.
7일 주요 외신들은 애플이 최근 앱스토어 약관 2.25항에 "다른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의 구입을 유도하거나 홍보하는 등 앱스토어를 어지럽히는 앱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앱끼리 연계해서 프로모션을 진행할 경우, 평소에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앱이 순식간에 앱스토어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실제 인기 순위와 무관한 현상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앱스토어 순위에 대한 신뢰도를 지키려는 정책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러한 프로모션 마케팅이 매우 보편화됐다는 것에 있다. 수많은 앱 개발자들이 앱스토어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다른 앱과 연계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이에 따라 앱 홍보만 전문적으로 전담하는 프로모션 앱도 많이 등장했다. 매일 하나의 유료 앱을 선정해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게 해주는 '프리앱어데이(FreeAppADay)'나, 광고를 관람하면 일정 금액을 보상해주는 '애드라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일단 프로모션으로 앱스토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게 되면 앱의 품질과는 관계없이 최소 며칠간 실질 다운로드 수가 늘어난다. 매일 순위가 급변하는 척박한 앱스토어에서, 이러한 프로모션 마케팅은 소규모 앱 개발사들에게 가뭄의 단비가 되는 셈이다. 이 달콤한 프로모션 앱을 애플이 전면 차단하겠다고 나선 것. 앱 개발자들이 볼멘소리를 할수 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순수 프로모션 앱 뿐 아니라 게임 등을 제공하는 플랫폼 앱까지 규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앱스토어 생태계에서 애플의 지배력이 더욱 커지게 되는 것이다. 외신 포켓게이머(Poketgamer)는 "처음에는 순수 프로모션 앱이 애플의 주요 타겟이 되겠지만, 머지않아 비슷한 성격을 띤 크로스 프로모션과 광고 마케팅 모두가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테면 '애니팡'이나 '아이러브커피' 등을 서비스하는 카카오톡도 해당 약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이에 국내 언론들은 "이제 아이폰에서 애니팡을 할 수 없게 된다"며 다소 앞서간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섣부른 단정은 금물이다. 악관에 사용된 표현이 매우 애매한데다가 아직까지 애플의 새 약관이 적용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애플이 소극적으로 나오니 애드라떼나 카카오톡 등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애플의 공식 입장이 나오면 그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애플의 새 약관은 솜방망이가 될 것인가, 아니면 치명적인 철퇴가 될 것인가.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할 것은 소비자들의 권리다. 현재 앱스토어 사용자들은 프로모션 앱의 순위조작놀음에 불쾌함을 표하고 있다. 순위가 높아서 믿고 내려받았더니 품질이 형편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 앱스토어의 순위가 신뢰도를 갖추려면 순위조작을 막는 정책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그 정책이 인기 앱을 퇴출하는 방법으로 수많은 사용자들에게 불편함을 야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