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아톰, 스마트폰 프로세서 철옹성 뚫는다

인텔 아톰, 스마트폰 프로세서 철옹성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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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아톰, 스마트폰 프로세서 철옹성 뚫는다 (1)

스마트폰의 두뇌, 프로세서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인텔의 최신 모바일 프로세서인 아톰 메드필드가 ARM 기반 프로세서와 비교해 성능뿐 아니라 소비전력에서도 뒤지지 않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또한, 인텔의 프로세서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및 LTE 등을 조만간 지원하게 된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모바일 프로세서 1인자 ARM을 따라잡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당분간은 ARM이 계속 우위를 점하겠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2~3년 뒤에 시장 판도가 완전히 뒤바뀔 수도 있다.

프로세서 성능에서는 이미 경쟁사를 추월했다. 현재 인텔이 출시한 메드필드는 싱글코어 프로세서이지만, 하이퍼 스레딩 기술로 멀티코어의 성능을 낸다. 인텔 마케팅 슈미트 시알(Sumeet Syal)부사장은 "하이퍼 스레딩을 적용한 인텔 싱글코어는 경쟁사들의 듀얼코어나 쿼드코어보다 더 높은 성능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하이퍼 스레딩이란 하나의 코어를 둘로 나눠, 마치 코어의 수가 2배로 늘어난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을 말한다. 한편, 북미 IT 웹진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인텔이 메드필드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조만간 출시한다고 지난 23일 보도하기도 했다.

인텔 싱글코어 프로세서가 경쟁사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능가한다는 게 사실이라면, 굳이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내놓을 필요가 있을까? 당연히 있다. 차세대 프로세서 성능 경쟁에서 우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다. 시알 부사장은 "지금은 싱글코어로도 충분하지만, 조만간 더 높은 성능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쿼드코어 프로세서 생산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예전의 인텔이 아니다, 전력효율과 호환성도 개선 중

사실 그동안 CPU 시장에서 인텔이 보여준 역량을 생각하면, 메드필드의 성능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 전력효율이나 호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아무리 스마트폰의 성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배터리 소모가 극심하거나 일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과 호환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텔이 지금까지 출시했던 모바일 프로세서는 전력효율이 낮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평을 받았었다. '성능은 인텔, 전력효율과 호환성은 ARM'이라는 공식이 암암리에 퍼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인텔 아톰, 스마트폰 프로세서 철옹성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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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아톰, 스마트폰 프로세서 철옹성 뚫는다 (2)

그러나 전력효율은 제조공정의 변화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 모토로라는 유럽에 메드필드를 탑재한 스마트폰 '레이저 아이(RAZR i)'를 내놓았는데, 2,000mAh의 비교적 적은 용량의 배터리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시간은 20시간에 달한다. 대기전력 소모가 심해 악명을 떨쳤던 무어스타운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게다가 내년에 출시할 차세대 아톰 프로세서 '메리필드'는 22nm 공정으로 제작한다. 32nm 공정으로 만들어진 메드필드보다 더 빠른 동작속도와 더 높은 전력효율을 자랑한다. 하물며 2014년에 출시할 제품은 14nm 공정을 적용한다. 전력효율은 갈수록 좋아질 수밖에 없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의 궁합도 계속 나아지고 있다. 지난 7월 인텔은 안드로이드 최신 운영체제인 4.1버전(젤리빈)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정확히 언제 업데이트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인텔 내부에서 테스트한 결과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알 부사장은 "현재 전체 안드로이드 앱 중 95% 가량이 메드필드에서 문제 없이 구동된다"고 강조했다. 아직 완벽한 수준은 아닐지라도, 3개월 전 "70%만 호환된다"던 발표와 비교하면 놀라운 발전이다. 이대로라면 구글이 새 운영체제를 발표하는 것과 동시에 업데이트할 날도 머지 않았다.

인텔이 ARM의 맞수가 될 수 있을까? 물론, 당장 현재의 상황만 본다면 역부족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다. 인텔이 처음 스마트폰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재도전할 때마다 무섭게 발전한 모습을 보이는 지금은 누구도 쉽게 인텔의 패배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인텔이 무릎을 꿇은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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