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성능, SSD가 해답이다'
삼성전자 2012 SSD 글로벌 서밋 개최
PC의 성능은 내부 주요 부품의 조합을 통해 평가된다. 주요 부품으로는 일반적으로 CPU(중앙처리장치)와 메모리, 그래픽 카드 등을 꼽는다. 그래서 PC를 고를 때 이들 부품의 사양을 우선 고려한다. 다만 이미 각 부품의 성능 한계치에 도달한 현재로서는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성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 다른 부품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다. 그럼 무엇이 있을까? 메인보드? 파워서플라이(전원공급기)? 정답은 보조저장장치인 '하드디스크'다.
하드디스크(HDD, Hard Disk Drive, 이하 하드)는 CPU가 처리한 데이터를 (반)영구적으로 기록, 저장하는 대용량 저장장치다. 지난 수십 년간 CPU와 메모리, 그래픽 카드 등 주요 부품은 비약한 기술/성능 발전을 이뤘지만 하드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했다. 용량이 늘어나고 디스크 회전속도(RPM, 분당 회전속도)가 조금 빨라졌을 뿐. PC 성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만한 혁신적인 발전이 없었다.
물론 하드의 성능적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저장장치인 SSD(Solid State Drive)가 몇 년 전에 등장하긴 했지만, 가격이 비싸고 용량도 하드에 비해 적어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SSD는 일반 하드의 자기(magnetic) 디스크가 아닌 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데이터 읽기/쓰기 속도가 하드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월등하다. 뿐만 아니라 디스크 회전과 같은 기계적인 움직임이 없으니 외부 충격으로 인한 데이터 손실이 극히 적다. 하드에 비해 소비 전력도 낮아 노트북에 장착하면 배터리 사용시간도 늘어난다.
이렇게 기존 하드를 압도하는 강점이 많은 SSD지만 그동안 일반 사용자에게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SSD 제조사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외에 걸쳐 SSD를 생산, 판매하는 대표적인 업체로는 삼성전자, 인텔, 크루셜(Crucial), OCZ 등이 있는데, 삼성전자가 먼저 SSD의 시장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삼성전자는 9월 25일, 26일 이틀간 자사 SSD 제품 홍보를 위한 '2012 삼성SSD 글로벌 서밋'을 개최하고, 전세계 취재진을 서울 신라호텔로 초대해 신제품 'SSD 840 시리즈'를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미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등 전세계 주요 국가 취재진과 삼성전자 해외법인 관계자 등 약 200여 명이 참석해 국제 행사로서의 기틀이 마련됐다.
삼성전자가 이날 발표한 840 시리즈 SSD는 기존 830 시리즈보다 제조 공정을 높이고 처리 성능도 개선한 최신 SSD로, 일반용 '840'과 전문용 '840프로'로 나뉜다. 각 모델별로 120GB/128GB, 250GB/256GB, 500GB/512GB 용량으로 출시된다. 출시 가격은 아래 사진과 같다(미 달러 기준).
SSD가 그렇게 좋나?
SSD는 직접 사용해 보기 전까지는 그 성능적 위력을 절실할 수 없다. 기존 하드에 비해 10배, 100배 이상의 데이터 읽기/쓰기 성능을 발휘한다. 삼성전자는 이번 글로벌 서밋에서 자그마한 전시 부스를 만들어 온라인 게임인 '블레이드앤소울(이하 블소)'을 840 시리즈에 설치해 구동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SSD의 성능 위력은 이와 같은 대형 게임을 즐길 때 발휘된다. 저장장치에 설치, 저장된 대량의 데이터를 로딩(읽어 들이기)하기 때문이다. 이는 데이터 처리속도(CPU/메모리), 그래픽 품질(그래픽카드)과는 또 다른 성능 이슈다. 하드가 SSD로 바뀌면 게임 설치, 패치, 삭제, 로딩, 종료 등 몸으로 느껴질 만큼 전반적인 게임 환경이 빨라진다. 게임뿐 아니라 하여튼 기존처럼 하드에서 읽어 들여 작업하는 모든 프로그램에도 적용된다. 특히 포토샵 등 대용량 이미지 파일을 처리하는 작업에는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하다.
내구성도 기존 하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기존 하드는 디스크가 고속으로 회전하니 외부의 미세한 충격이나 진동에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에 비해 SSD는 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하니 사용 중 충격이 가해지거나 바닥에 떨어뜨려도 (제품이 파손될지 언정) 데이터가 손상될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 이 밖에 기계적 작동이 없으니 소음이 없고 전력도 적게 든다. 소비 전력이 적으니 발열도 낮고 발열이 낮으니 SSD를 더욱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
이처럼 SSD의 장점은 명확하고 확실하다. 머지 않아 일반 하드를 완전히 대체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현재까지는 가격 대비 용량이 적어 대중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SSD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용자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가 SSD 글로벌 서밋을 개최한 것도 일반 사용자에게 SSD의 개념과 장점을 알리고, 소비자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함이다.
삼성 SSD 840 시리즈, 무엇이 다른가
삼성전자가 SSD 글로벌 서밋에서 출시한 SSD 840 시리즈는 노트북용 하드 규격인 2.5인치 크기에 무게는 약 60g 정도다. 손으로 들어 보니 역시 기존 노트북 하드보다는 확실히 가볍다. 두께도 얇다. 공식 사양에는 7mm로 되어 있는데, 일반 하드라면 어림 없는 두께다. 결정적으로, 투박한 다른 SSD와 달리 840 시리즈는 검정색 바디에 흰색 'SAMSUNG' 로고를 중앙에 배치에 심플하면서도 눈에 띄는 디자인이 적용됐다. 삼성 SSD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인 주황색 네모는 830 시리즈의 좌측 하단에서 중앙 하단으로 이동해 한 눈에 시리즈 구분이 가능하다. PC 내부에 들어가는 부품이지만 디자인도 충분히 고려됐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SSD가 고급 부품이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 디자인에도 신경 썼다. 그것이 곧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방법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SDD를 구성하는 4개 요소, 즉 낸드 플래시(NAND Flash) 메모리, DRAM, 컨트롤러(제어기), 펌웨어 모두를 삼성전자에서 직접 개발했기 때문에 그 어느 SSD보다 완성도와 안정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각 요소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는 모르더라도 이들을 삼성에서 만들어 자사 SSD에 넣는다는 건 다른 제품에 비해 분명 강점이긴 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10월 1세대 SSD를 출시한 후 국내외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 이듬해 8월 2세대 SSD인 830 시리즈를 내놓았다. 시장 진입 1년도 되지 않아 전세계 SSD 시장 톱3를 기록했으며, 국내 시장은 60% 이상을 점유하는 기염을 토했다. 다만 이전까지는 기업용이나 전문용으로만 공급했지만, 이번 840 시리즈를 통해 소비자 시장도 본격 공략하겠다는 의지다. 여러 제조사의 SSD를 접해본 본 기자가 보기에 840 시리즈는 소비자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에 부족함 없는 듯했다.
삼성전자의 SSD 시장 공략 방법은?
삼성전자는 이번 SSD 글로벌 서밋 참석자들을 삼성 화성 공장으로 초대해 생산 과정을 견학하게 했다. SSD를 생산하는 삼성 공장은 화성 이외 온양(1991년 건립), 기흥(1983년 건립), 미국 오스틴(1997년 건립), 중국 수조우(1995년 건립), 시안(신축 중) 등이 있다. 화성 공장을 중심으로 전세계 생산 라인을 강화하여 SSD 제조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SSD 시장 동향을 설명하던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용 SSD 시장을 통해 쌓은 기술/영업적 노하우를 소비자 시장까지 확장하여 모든 형태의 PC에서 삼성 SSD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최근 울트라북 노트북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SSD 수요가 급증했다며, 올해 말까지 SSD 시장 2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 예측했다. 이와 더불어 삼성전자는 데스크탑, 넷북, 서버, 기업용 스토리지 분야까지 아우르는 SSD 제품 라인업을 마련할 것이라 밝혔다. 현재 전세계 PC 제조 분야 상위 10여개 제조사 중 8곳이 삼성 SSD를 채택하고 있으며, 지난 해에는 PC 제조사 공급용 SSD 시장 점유율 55%를 넘어섰다.
현재 SSD는 PC에 장착할 때 SATA3 규격을 이용하고 있는데, SATA 규격의 데이터 전송 한계가 초당 600MB임에 따라 향후 삼성 SSD는 초당 1GB를 전송할 수 있는 PCIe 규격을 채택할 계획이다. 그럴 경우 SATA 규격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도 빠를뿐더러 확장성 측면에서도 이점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다양한 형태(폼팩터, form factor)의 SSD를 제작, 장착할 수 있어 여러 산업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이외에 삼성전자는 해외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SSD 앤젤(Angel)' 이벤트도 지속할 것이라 말했다. 이는 기존 하드 사용자를 대상으로 삼성 SSD로 무상 교체하는 고객 이벤트인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주요 국가에서 진행 중이다. 하드 하나 바꿨을 뿐인데 PC 부팅 속도부터 현저히 달라지는 결과에 놀라는 사용자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세계적인 SSD 행사로 키워갈 계획
삼성 SSD 글로벗 서밋은 우리나라에서 개최됐지만 참석자 대부분이 외국인이라 시종일관 영어로 진행됐다. 마치 해외 출장 취재를 하는 듯했다. 참석자들도 행사 환경에 완전히 적응했는지 발표 중간중간 환호와 박수, 함성을 보내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들은 틈만 나면 서로 얘기하고 의견을 나누며 즐거워했다.
공식적인 행사가 종료된 후 저녁 갈라쇼 시간에는 인기 걸그룹 '시크릿'이 등장해 축제 분위기를 한층 돋우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SSD 글로벌 서밋을 SSD 제품군을 대표하는 국제 행사로 키워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SSD가 소비자들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발을 들여 놓으면 시장 판도가 달라지는 지금의 IT 트렌드에 따라 이후 SSD가 얼마나 확산될 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와 저장장치, 그리고 소프트웨어
삼성전자는 이래저래 저장장치와 연관이 깊다. 오래 전부터 하드디스크와 ODD(CD/DVD-ROM)를 생산했고 시장 영향력도 대단했기 때문이다. 20여 년간 저장장치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하던 삼성전자는 지난 해 돌연 하드디스크 사업을 미국 시게이트(Seagate) 사에 매각했다. 더 이상 시장 확장 가능성이 없다는 전략적 판단이었지만, 전세계 PC에 들어가는 하드디스크 중 하나가 우리나라 기업에서 만든 제품이라는 자부심은 하나 잃게 됐다.
SSD 역시 저장장치의 일종이지만 하드디스크 부문과는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SSD는 플래시 메모리와 DRAM 등의 반도체로 이뤄지고, 삼성전자의 강점 중 하나도 바로 이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측은 하드디스크 사업 부문 매각과 관련해, SSD 사업 부문은 회사의 근간인 반도체/메모리를 기반으로 하기에 장기적인 시각으로 SSD 시장 확보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 밝혔다. 가격을 지금보다 낮추고 용량도 일반 하드에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게 최우선이라 덧붙였다.
이날 840 시리즈와 함께 공개된 SSD 관리 소프트웨어를 보니 SSD에 대한 삼성전자의 사업 의지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일반 사용자가 보다 쉽고 간편하게 SSD를 활용할 수 있도록 두 가지 소프트웨어를 소개했다.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은 기존 하드를 SSD로 교체할 경우 현재의 운영 상태를 그대로 SSD로 옮겨(복제) 준다(시만텍 '고스트'와 유사). 삼성SSD를 USB 포트에 (외장 하드로) 연결한 다음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하드의 상태 그대로 삼성SSD에 복제한 후 삼성SSD로 부팅하면 된다. 모든 사용자에게 대단히 유용한 소프트웨어다. SSD 확산에 분명 도움 되리라 본다.
또 다른 소프트웨어는 'SSD 매지션(Magician)'이다. 이는 SSD 관리용 소프트웨어로 간단한 성능 테스트, 성능/운영체계 최적화, 펌웨어 업데이트, 오버 프로비저닝(SSD 성능 유지 기능), 디스크 복제 기능(시만텍 고스트 활용)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참고로 위 두 소프트웨어는 삼성SSD가 있어야 정상 사용이 가능하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