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야, 쟤야? 둘 중 선택해!" 초심 잃은 애니팡 배짱영업
국민 모바일게임 '애니팡'이 또 입방아에 올랐다. 이번엔 이웃 가게 영업방해다.
애니팡 개발사 선데이토즈는 24일 애니팡 업데이트를 실시하며 USB 디버깅 옵션을 켰을 경우 애니팡을 실행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최근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애니팡 오토 프로그램(사람 대신 인공지능이 플레이를 하도록 만드는 프로그램)을 막기 위해서다. USB 디버깅이란 PC와 스마트폰을 USB로 연결해서 PC로 스마트폰의 시스템을 원격제어하는 것을 말한다. 애니팡 오토 프로그램을 구동하려면 이 USB 디버깅을 거쳐야 한다(관련기사: 1분 안에 애니팡 140만점도 가뿐? 사람이 아니무니다 http://it.donga.com/newsbookmark/11042/).
이와 함께 오토 및 해킹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외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들을 무더기로 막았다. '애니팡 도우미', 'Gamekiller' 등 대부분 게임에 직접적으로 조작을 가하는 불법 해킹 앱들이다. 문제는 여기에 USB 디버깅으로 안드로이드폰을 관리하는 합법적인 솔루션 앱 '모비즌'까지 도매금으로 넘겼다는 것. 모비즌은 지난 5월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10만 여명이 사용하고 있는 정상적인 앱임에도 불구하고, 오토 프로그램의 도구 중 하나로 쓰였다는 이유로 불법 앱 취급을 받게 된 셈이다.
선데이토즈는 공지사항을 통해 "애니팡을 실행하려면 모비즌을 삭제할 것"을 권유했다. 애니팡과 모비즌 둘 중에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른 애플리케이션의 광고를 방해하는 것도 금지할 정도로 개발자의 자유를 보장하는 안드로이드 환경에서, 이는 영업방해에 해당한다.
모비즌 개발사 알서포트는 "애니팡 앱 실행시 모비즌을 강제 삭제하게 하는 행위는 모비즌 및 알서포트에 대한 명백한 영업방해로 보인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또한 모비즌을 해킹 프로그램으로 취급한 것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현재 알서포트에는 졸지에 '예비 범죄자'로 몰린 모비즌 사용자들의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이에 선데이토즈 허양일 팀장은 "애니팡이 모비즌을 막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애니팡 스스로가 애니팡을 막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애니팡 손님들에게 모비즌으로 가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니라, 모비즌 손님을 애니팡에서 받지 않겠다고 한 것이니 영업방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1,500만 다운로드' 애니팡과 '10만 사용자' 모비즌이 치킨게임을 할 경우 모비즌이 입는 피해가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불공정 경쟁이라는 비난은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마켓에서 정상 유통되는 합법적인 앱을 해킹 프로그램으로 취급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이 정리되기 전까지 답변할 수 없다"며 회피했다.
물론 선데이토즈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오토 및 해킹 프로그램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 하지만 알서포트는 "다른 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 해결책도 많다"고 항변했다. 이를테면 선데이토즈 기술팀에서 오토 프로그램만 차단하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알서포트와의 협업을 통해 애니팡 실행시에만 모비즌이 비활성화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알서포트는 선데이토즈에게 이 같은 방법을 제안했지만, 선데이토즈측은 "기술팀에게 전달하겠다"는 말 이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알서포트는 해킹 프로그램으로 취급받는 모비즌의 명예회복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한편, 이번 사건을 통해 벌어질 사용자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선데이토즈가 조금만 배려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이제 막 개구리로 거듭난 선데이토즈가 올챙이 시절을 벌써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